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잊을 수 없기에 시간의 파도에 무뎌지는 것이리라.

 파도를 맞다 보면 감정은 점차 무뎌지지만,

 기억은 마치 해안선처럼 머물던 자리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길 것이다.

 p163

 

 

'엄마는 괜찮아'라는 제목만으로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벌써 마음 한쪽이 찌르르 한 느낌이 든다.

나 또한 어느 때부턴가 '엄마'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이 그랬고 이책 띠지에 있는 글귀 '다음 생이 없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그 생마저 내게 줄지 모르니까.'라는 걸 보니 더욱 그랬다.

기대에 부흥하게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을 울렸고

기대와는 다르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로 우울증.

형의 우울증으로 시작돼 전염처럼 번져간 엄마의 우울증.

고등학교 시절 전교 1, 2등을 할 정도였던 엄마지만 여러 명의 동생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던 엄마. 어느 집에서 그 시절 있던 흔한 이야기지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이야기들. 엄마는 취직을 하고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믿음직했던 남편과 똑똑한 아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든 걸 놓아버린 어머니.

 

'어떤 일이든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던 엄마였지만,

엄마에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행을

감당할 수 있는 면역력이 없었다'

 

나는 이 구간에서 엄마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난 후, 내 세상의 중심도 그렇다. 나보다는 아이가, 가족이 먼저인.

대기업을 다니던 남편이 택시 기사를 하고, 공부 잘해 대기업 취직했던 아들이 적응을 못해 우울증으로 집안에만 처박혀 있다면 과연 나라도 이겨낼 수 있었을까?

보통의 엄마는 엄마라는 자리에서 많은 걸 바라진 않는다.

어느 날 아이와 백화점을 가 예쁜 구두를 발견하고 손에 들었다 놨다만 몇 번... 결국 사지 못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아이가 천진하게 물었었다. 왜 사질 않느냐고. 오늘은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다음에 사려고... 하는 나의 말에 아이가 "엄마 다음엔, 꼭 엄마 꺼 먼저 사요."하는 그 말한마디에 나의 모든 설움은 씻겨나갔다.

나를 위해 그깟 구두 한 켤레 안사면 어떠리. 내 마음을 알아주는 따스함이 있으면 될 것을.

그럼에도 나는 내 엄마에게 그러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또 고개가 숙여진다.

                              

저자는 세상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주었던 그 많은 사전 신호를 알아듣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미안해한다.

가장 기쁜 일이 있을 때 더욱 생각난다는 엄마. 그 자랑을 가장 하고픈 사람을 잃었다는 건, 상실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지 못하리라.

책을 읽으며 나의 엄마 생각에, 또 이미 엄마가 된 내 지난 세월에 많이 울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도 엄마인지, 난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내주고 있는지 또 돌아본다.

저자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형과 엄마가 앓았던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그에게 엄마의 죽음은 우울증을 촉발시키는 매개체였을 거고 인생의 가장 큰 아픔이었겠지만 그는 글로 그것을 표현했다. 그건 아마도 이제는 세상에 없을 엄마를 온전히 책 속에 담고픈 마음이었으리라.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희미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 그 시간까지는 그래도 천천히 엄마를 그려볼 저자의 마음이 너무도 애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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