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라는 제목만으로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벌써 마음 한쪽이 찌르르 한 느낌이 든다.
나 또한 어느 때부턴가 '엄마'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이 그랬고 이책 띠지에 있는 글귀 '다음 생이 없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그 생마저 내게 줄지 모르니까.'라는 걸 보니 더욱 그랬다.
기대에 부흥하게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을 울렸고
기대와는 다르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로 우울증.
형의 우울증으로 시작돼 전염처럼 번져간 엄마의 우울증.
고등학교 시절 전교 1, 2등을 할 정도였던 엄마지만 여러 명의 동생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던 엄마. 어느 집에서 그 시절 있던 흔한 이야기지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이야기들. 엄마는 취직을 하고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믿음직했던 남편과 똑똑한 아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든 걸 놓아버린 어머니.
'어떤 일이든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던 엄마였지만,
엄마에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행을
감당할 수 있는 면역력이 없었다'
나는 이 구간에서 엄마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난 후, 내 세상의 중심도 그렇다. 나보다는 아이가, 가족이 먼저인.
대기업을 다니던 남편이 택시 기사를 하고, 공부 잘해 대기업 취직했던 아들이 적응을 못해 우울증으로 집안에만 처박혀 있다면 과연 나라도 이겨낼 수 있었을까?
보통의 엄마는 엄마라는 자리에서 많은 걸 바라진 않는다.
어느 날 아이와 백화점을 가 예쁜 구두를 발견하고 손에 들었다 놨다만 몇 번... 결국 사지 못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아이가 천진하게 물었었다. 왜 사질 않느냐고. 오늘은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다음에 사려고... 하는 나의 말에 아이가 "엄마 다음엔, 꼭 엄마 꺼 먼저 사요."하는 그 말한마디에 나의 모든 설움은 씻겨나갔다.
나를 위해 그깟 구두 한 켤레 안사면 어떠리. 내 마음을 알아주는 따스함이 있으면 될 것을.
그럼에도 나는 내 엄마에게 그러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또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