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리어 왕 -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장난꾸러기 애들이 파리를 다루듯

신들이 인간을 다루고 장난삼아 죽인다네.

p149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숭고하고 처절한 작품이라 불리는 '리어 왕'.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스토리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초판본을 그대로 유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초판본의 표지디자인까지 그대로 유지한 이번 책은 허세부리기 딱 좋았다. 독서를 가끔 허세를 위해 하는 속물적 인간인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책. 안쪽도 모두 원문으로 되있다면 더 폼나겠지만 많이 모자란 나로선 표지만으로 만족이다.

                             

리어 왕은 나라와 재산을 자신의 세 딸에게 모두 맡기고 편안하게 권리만 누리고 싶었나 보다.

세 명의 딸을 불러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후 온갖 사탕발림으로 아버지를 칭송하던 두 딸 거너릴과 리건에게 모든 재산을 넘긴다.

진실을 말하는 막내딸 코딜리어의 말에는 화가 난 리어 왕은 충신인 켄트의 만류에도 지참금 한 푼 없이 이국의 나라 프랑스로 시집을 보낸다.

"낮은 목소리가 빈 공간을 울리지 못한다 해서 그 마음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켄트 (p17)

"저는 애걸하는 눈과 혀를 갖지 못한 것이 언제나 자랑스럽습니다." - 코딜리아 (p21)

일을 모두 두 딸과 사위에게 맡기고 딸들 집을 돌아다니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 했던 리어 왕. 하지만 권력을 이양하기 무섭게 두 딸은 아버지인 리어 왕을 무시로 일관하며 그를 세찬 비바람 속에 몰아넣는다.

리어 왕은 결국 자신을 진심으로 대했던 충신 켄트와 막내딸 코딜리어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한편, 리어 왕의 두 딸은 아버지와 형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은 교활한 인간 에드먼드에 빠져 결국 서로를 죽음에 이르게 하며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들이 죽기 전 보낸 자객에 의해 막내인 코딜리어까지 죽음으로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배신과 거짓이 난무한 이야기 리어 왕.

부모와 자식 간 그리고 형제 자매간의 모든 의리와 애정은 사라졌다. 서로 속고 속이고 배신만이 가득할 뿐이다.

왕이기 전에 부모였던 리어 왕.

그의 광대가 그에게 한 말이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도 크게 와닿았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선한 끝은 있어야 하지만, 리어왕 이야기는 선에 대한 어떠한 자비도 없다. 그렇기에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가장 처절한 분노와 슬픔이 가득 찬 글이라고 하는 것 같다.

리어 왕의 옆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광대의 말은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세상에 던지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멋진 비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하는 광대의 말은 리어 왕의 다른 그 누구보다 인상 깊었다.

"고귀하고 지체 높으신 분들이

나 혼자 바보짓하게 두진 않을 걸.

내가 독차지하려 들면, 제 발로 나서서 바보짓에 끼어드신단 말이야."

-광대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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