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을 구사한다는 에쿠니 가오리. 사실 이번 '도쿄 타워'를 읽기 전까지는 그런 말들에 큰 공감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도쿄 타워'를 읽은 지금은 그녀를 최고의 감성 작가라 부르는데 한치의 이의도 없다.

고등학교 동창인 토오루와 코우지.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같은 학교 라는 것과 연상의 여자를 사귄다는 것.

그것도 모두 가정이 있는 유부녀를.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모습은 거의 정 반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혼자인 걸 즐기고 모든 일에 무심한 토오루에게 온 세상이 돼버린 여자 시후미. 그는 시후미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말 그대로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하지만 시후미에게 토오루도 그랬을까?

처음 그녀의 모습은 그를 사랑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쿨하다. 그들이 별장에서 밤을 보낸 아침 남편이 찾아왔을 때마저도 그녀는 침착했다. 그 모습에 조금은 배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시후미도 실상은 토오루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 같다. 단지, 자신의 생활을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일 뿐.

시후미와 관계된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에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이 토오루라면 코우지는 오히려 너무 열정적이다.

그는 연상의 유부녀 키미코를 만나면서 동년배의 귀여운 여자친구를 두었고 그런 것을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다.

연상의 여자가 천진난만해서 좋다는 코우지는 키미코에게 생각보다 더 빠져든다. 둘은 서로를 향한 열망과 욕망이 너무 커져버리고 그러면서 서로 간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헤어져야지 마음먹다가도 육체를 향한 강하고 끝없는 열망에 이별도 못하는 코우지. 하지만 결국 코우지는 버려졌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진다.

                              

한 여자만 바라보는 토오루와 여러 개의 심장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코우지.

언젠가 헤어질 걸 알고 여자를 만나는 코우지와 유부녀임에도 그녀와 함께할 방법을 찾은 토오루.

그런 토오루에게 함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시후미의 완벽히 이기적인 말은 토오루를 완전히 가둬버린 것 같다.

시후미의 말대로 그는 정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공기로 인해 서로에게 끌렸던 건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을듯하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대학생이 된 남자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상 유부녀와의 사랑.

불륜 막장 소재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감성을 울릴까? 읽는 동안만은 그 모습이 또 하나의 사랑의 방식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남편을 두고 어린 남자와의 불륜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에쿠니 가오리의 화법에 정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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