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포식자도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파괴될 수 없었다.

 p211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면 언제나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한 어린 소녀와 동생. 그 위에 아빠가 절대 금지했던 크림을 얹는다. 그것이 아마도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 뒤에 줄을 선 후 자신의 차례가 되어 신나서 여느 때와 마차가지로 크림 가득 아이스크림을 주문했고 그때 크림 사이펀이 폭발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할아버지 얼굴도 함께 없어졌다.

그것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어린 소녀와 더 어린아이 질. 그 장면은 아이들이 뇌리에서 사리지지 않았다.

'꽃의 왈츠' 소리와 할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이어진 굉음과 처참한 광경.

'그 음악 소리는 질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기쁨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의 중심을 때리며 매일 조금씩 그 애를 파괴했고,

절대로 회복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날부터 동생 질은 다른 아이로 바꿔갔고 그 사고를 자신의 탓으로 여긴 소녀는 절실히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타임머신을 만들려는 어린아이다운 생각을 했고 그녀의 생각은 단순한 아이들의 상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과학에 온 힘을 쏟고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공포의 대상인 아버지의 눈을 피해 그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며 노력했다.

그 사이 질은 점점 변해갔다. 텅 빈 눈동자의 소년은 점점 뾰족한 눈에 잔인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질은 아버지와 어울리며 점점 그와 비슷한 청소년이 되어갔다.

두려움에 누나의 침실에 파고들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동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시간을 돌려 예전의 모습을 찾게 되기를.

소녀는 몸이 자란다. 마음의 성숙함이 아마도 몸을 따라가기는 아직 힘든 시기일 것이다.

그녀는 몹시 불안정한 생활을 지속한다. 그건 아마도 가정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탓이었을거다.

그녀에게 위안은 과학이라는 학문과 막 성에 눈을 떠 욕망하게 된 이웃 챔피언과의 만남이었다.

그를 향한 성적 열망과 그만큼의 두려움.

이야기는 점점 잔혹해진다.

딸을 게임의 도구로 쓰는 아버지로 인해 소녀는 그동안 아메바와 같은 존재로 여기던 엄마와의 유대를 더한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변해 버린 걸로 만 알았던 동생 질의 본모습까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여자가 되는 과정은 처참했고 십대의 불안한 심리가 보인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을 돌려놓고 싶어 했고 결국엔 세상에 지지 않았다.

매 순간이 두려웠고 만만치 않은 세상이었지만 세상이 자신을 파괴하게 놔두지 않는 소녀는 이제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녀의 성장을 두 손 모아 응원하게 되는 '여름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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