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어린 시절부터 너무도 익숙한 대문호이고, 수많은 유명 작품들을 이야기로 읽어보긴 했지만 원작에 충실한 희곡을 읽어보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흔히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4대 비극과 5대 희극으로 나누는데, 이번 책은 5대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이번에 발매된 책은 작자 미상의 극 [어느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결말을 최초로 수록한 책이라 완성도가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구성은 서막과 본극의 완전한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내용을 한 발 떨어져서 관망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겉의 프레임은 술주정뱅이 슬라이를 영주가 속이는 이야기로 그를 앉혀 놓고 연극을 시작한다.
속의 프레임은 슬라이가 관람하는 연극으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극 속에서는 상반된 두 자매가 등장한다.
독설을 날리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악마로 묘사되는 큰딸 카데리나와 순종적이고 모두에게 칭송받는 사랑스러운 여자로 묘사되는 막내딸 비앙카.
남자들은 모두 비앙카에게 달려들어 구혼을 하고 가부장 사회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의 카데리나는 문제아로 취급된다. 하지만 그런 카데리나에게 정복욕이었을까? 아니면 극 중 대사처럼 정말 돈이 필요했을까? 베로나 출신의 페트루치오는 카데리나에게 막무가내식 구혼을 하고 결혼까지 이르는데, 그의 뻔뻔함은 누구도 당할 수 없을 정도다.
무례함과 난폭함 거기다 기본적 욕구인 식욕과 수면욕까지 방해하는 학대로 아내인 카데리나를 '길들이기' 시작하는 남편 페트루치오. 1600년도 되기 전에 쓰인 희곡이라지만 이런 물리적 위력으로 아내를 굴복시키다니 전혀 신사답지 못한 행위인 건 틀림없지만, 어찌 됐건 그는 사랑이라는 달콤한 가면을 뒤집어쓰고 아내를 교화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길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