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스포 가득 주의

 

어릴 적 소꿉친구였던 여자친구는 나와의 약속이 있던 날 늦은 나를 기다리며 사고로 사라졌다. 그 이후 죄책감이었을까?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도 누군가를 신경 쓰는 것도 힘든 우울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말을 건 같은 반 동기생 아스나. 수학천재지만 주류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그녀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이유는 그저 나의 탄생일과 전화번호가 너무도 환상적인 숫자라는 것 때문. 친화수로 이루어진 내 주변의 숫자들은 그녀를 매료 시켰고 전향성건망증이라는 병을 가진 소녀 아스나와 친구가 되었다.

심장이식 수술 후 나타난, 한 달이면 기억이 리셋되는 그녀의 병. 하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안도했는지도. 한 달이 지나면 나를 잊어버릴 것을 알기에 관계 맺기에 두려운 나에겐 오히려 쉽게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와의 대화는 대부분 수학으로 이루어졌다. 숫자, 수학자, 수식... 그녀는 수학과 관계된 모든 것에 열광했고 모든 숫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와의 만남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기억이 리셋되는 속도도 하루씩 빨라지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면 또 기억에서 나를 지워버린 그녀, 그녀에게 다가가 나의 휴대폰 번호를 내밀면 그때야 나를 알아본다.

그녀만의 암호로 쓰인 일기장과 숫자들로 나를 기억하는 그녀를 보며 소수 중 유일한 짝수라 외롭다는 2라는 숫자의 고독을 느꼈다. 둘이지만 혼자 일 때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이 밀려들었다. 그녀의 기억에서 언젠간 완전히 사라지게 될 상황이 두렵고 아파온다.

그리고 그녀의 예정된 또 한 번의 심장수술.
전향성건망증이 사라질지 더 악화될지 모를 수술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그녀의 심장을 느끼며 그 감각을 내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성공적 수술로 병을 극복했지만 나와의 1년이란 시간을 통째로 잃어버린 그녀. 나를 알고 보지 못한 그녀는 유일하게 기억할 수 있던 끈인 일기장 존재 자체도 잊어버렸다.


그저 그만 보면 나대는 심장을 그녀는 느낄 뿐.

처음 책을 펼쳤을 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책이 먼저 떠올랐다. 수학 천재인 여주가 모든 숫자를 재미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특별한 숫자로 변화시키는 과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스토리는 펼쳐진다.
병을 갖고 있는 쪽은 소녀였지만 오히려 언제나 관계를 주도하고 씩씩하게 직진하는 그녀. 그리고 처음 친구로 시작해서 연인으로 발전해 가며 그녀의 사라져 가는 기억에 아파하는 그.
처음 그를 향한 관심은 셀룰러메모리 증후군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점점 더 빠져든 상황이 과거의 심장 주인인지 자신인지 혼돈스러웠고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사랑을 시험한다. 자신의 떨리는 심장의 주인이 자신이 아닌 과거의 그녀가 아닐까 하는... 어쩌면 많이 두려웠을 소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들이 2라는 숫자가 외로운 고독의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길 그와 같이 바라게 만들며 열린 결말로 끝나버린 책.

기억이 머리가 아닌 정말 심장에 저장돼 있는 건가? 한참을 멍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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