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다미레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그: 대표 지 영
그녀 : 초보 도배사 민지수

중년의 사랑, 여주인공이 무려 45세의 나이라는 소문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내게로 온 책 '간절기'. 우연히도 나와 같은 나이대의 지수가 어떤 사랑을 할지 많이 궁금했고 주로 소설 속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여주인공의 모습과 어떻게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지 설렜다.

많은 좋은 조건을 갖고 태어났다. 덕분에 번역과 통역, 영어 과외를 하며 살았던 지수가 왜 도배사의 길로 들어선 건지는 잘 모르겠다. 몸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잡념을 태우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싶었던 걸까? 어쨌든 지수는 그 일도 꽤나 잘 해냈다.
첫사랑의 누나라는 인연으로 시작된 찬순에게 도배 일을 배우며 지수는 자신의 지금껏의 삶과는 다른 길을 가보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지수 앞에 나타난 남자 지영. 처음 숨소리로 먼저 다가왔고 낮은 목소리로 다가온 그는 처음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말 없음 표가 말의 절반을 넘는 남자지만 그가 풍기는 아우라와 숨 막히는 숨소리는 내가 남주임을 말해줬고 예상은 적중. 이번에도 지수가 도배를 시작한 이유가 모호한 것처럼 지영이라는 남자가 지수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모호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가오는 것이고 사고와도 같은 것임을 알기에 괜찮았다.
생각보다 더 멋진 그는 지수의 마음을 파고든다.

사랑은 이십 대에 해도 사십 대에 해도 여전히 설레고 떨렸다. 그리고 두려움을 오히려 더 커졌다.
그 두려움은 지수를 잠식했고 그를 사랑할수록 더욱 자신이 작아지는 결과를 가져와 그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결론을 내는 어리석고 비참한 여자가 되길 작정해 버렸다.
이별은 몇 번을 해도 아팠다.  처음 하는 사랑처럼 또다시 설레게 했던 사랑은 처음 했던 이별만큼 아니 더 농염한 사랑을 했던 지수는 더 아팠고 회복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당당히 밀고 오는 남자 지영. 그녀 없는 삶은 이미 생각도 할 수 없기에 당당히 왔건만, 사랑하기에 또 그녀에게 내쳐질까 두려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지수는 참 아팠다. 사랑이 뭐길래 언제나 이렇게 아픔과 환희를 동시에 주는가.

어쩌면 이 책은 추억 팔이로 시선을 끄는 걸 수도 있다. 족히 이십 년은 됐을 추억의 가수와 노래들이 곳곳에 포진해있기에 그 시대의 감성에 젖어드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면 많이 실망했으리라.
중년의 나이지만 깊이 고뇌하고 여자로서 충분히 매력적인 지수, 네 살 연하지만 전혀 연하답지 않은 완전한 남자의 모습의 지영, 하는 말마다 사이다인 촌철살인 이모, 한 집의 가장으로 엄마로 또 여자로 고군분투하는 스테이지의 여왕 찬순씨. 누구 하나 매력 넘치지 않은 인물이 없기에 책은 더 독자를 깊이 끌고 간다.

다가오는 사랑은 언제나 설레는 봄바람 같고 이별은 언제나 칼바람 같은 겨울 같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겪고 새로운 사랑을 무려 네 살이나 어린 능력남과 성공해낸 지수가 너무도 자랑스러웠고 뿌듯한 기분이 든 건 완전한 감정이입의 결과이리라.
인생을 소풍 온 거라 표현한 시인처럼 우리도 이 세상 끝내는 날,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기 위해선 이모가 했던 말대로 사랑한다는 말도 행동도 지영처럼 바로바로 지르고 살고 싶다.
마음만은 내 편일 거라 믿는
그 남자(내 편일 거야 주문이 필요) 남편도 같은 생각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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