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 - 기자출신 외교관의 한일우호 분투기
오태규 지음 / 논형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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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의 소개를 읽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문구는 '기자 출신 외교관'이었다. 둘 중 하나도 하기 어려운데 둘 다 해본 사람의 책이라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책을 펼치자마자 들어가는 말부터 밑줄을 긋고 싶은 문단이 쏟아졌다.


P.8 외교관으로 일 하면서, 외교관과 기자가 하는 일의 성격이 다른 것 같지만 의외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외교관은 주재국의 인사를 만나면서 얻은 중요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한다. 영어로 말하면 '네트워크'와 '리포트'가 주요 업무다. 기자도 사람을 만나 취재를 하고 그 결과를 기사로 보고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외교관과 기자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니, 책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져갔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설명할 때 이 이상 적절한 문구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한 번도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일본에 대해 아는 건 얼마나 될까? 


P. 194 교통질서에 관해서라면, 일본에서 가장 자유스러운 곳인 것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에 청색 신호가 들어오기 몇 초 전부터 건너기 시작하고, 적색 신호가 들어온 몇 초 후에도 건넌다. 특히, 자전거의 폭주는 곡예운전을 방불해, 한 순간도 방심을 할 수 없다. 차도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차를 타고, 동네를 산보하면서 보는 광경이다.


P. 122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 10월 4일, 일본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학술 출판사인 이와나미서점이 출간했다. 


P. 134 일요일인 11월 18일 오후, 오사카시 덴노지구에 있는 통국사에서 '제주 4·3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 일본지역 뿐아니라 해외에 4·3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진 것은, 이것이 최초다. 아마 일제시대부터 오사카에 제주 출신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 특성이 작용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일본에 4·3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지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간되는 것도, 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걸로 유명한 일본 사람들의 엇나간(!) 교통질서도 한국에서는 그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다. 이런 일화들은 이 책이 아니라면 어디서 들을 수 있었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일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 정말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거기에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란 부분은 오사카에서 한국 관련 행사가 정말 끝도 없이 개최된다는 점이었다. 오사카한국영화제, 코리아페스티발, K-classic Concert, 구루타메훼스, 배구 국가 대항전, 한글날 기념 리셉션 등 정말 많은 분야에서 끊임없이 행사나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심지어 이 행사들은 아주 인기가 많아서 사람이 엄청나게 몰리는 것 같다. 


P. 131 이번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의 객석은 350석인데, 신청자 수는 5천 명이 넘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한국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읽는 내내 소위 말하는 국뽕이 차올랐다.



<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의 저자는 총영사의 신분으로 오사카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화제가 바로 정치이다. 심지어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에 그리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에도 여과없이 쓰여있다. 나는 한국사람이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만행을 생각하면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일본을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와 너무나 가까운 나라이기에 무조건 문을 닫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 수록 좋지 않은, 어려워진, 얼어붙어 있는 등의 단어로 한일관계가 묘사된다. 내가 한국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일본 현지에서는 더욱 강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과 일본은 교류하고 있다.


P. 255 어려운 한일관계 속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은, 한일교류의 폭과 깊이가 정부관계에 좌우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깊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또 이런 때일수록 많이 참여해 한일관계가 개선되도록 힘을 모아주자는 참석자들의 열망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실제로 일본 쪽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사들보다 풀뿌리교류를 이끌고 있는 중간 지도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과 일본은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그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없는 관계다.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에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주 많이 실려 있어서 읽는 내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4월 29일부터 시작된 일기는 2021년 5월 11일까지 이어진다. 1000일의 기록이 빼곡하게 담긴 덕분에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예상보다 두꺼워 놀랐지만 사진도 많고 일기의 형식으로 쓰여 있어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또한 변화하는 한일관계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어 마치 쉽게 쓰여진 역사책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로 오사카 총영사의 1000일 간의 발자취를 함께 훑었더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조금이나마 잘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서평단 활동을 위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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