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4
구도 나오코 글, 호테하마 다카시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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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추

 

김경희

 

작고 여린 배추의 유쾌하고 따뜻하고 성장기 <작은배추>

 

 

일본그림책인 <작은 배추>는 작고 여린 배추의 성장을 그린 이야기다. 성장이라는 것이 각자 삶에 주어진 문제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성장을 다른 그림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을 담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림책 <작은 배추>의 성장이 무거운 주제의식을 담으면서도 유쾌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가? 그것은 그림과 글 사이의 다소 불균형한 어울림에서 온다. 다소 무겁고 힘찬 느낌을 주는 유화 그림과 작은 배추의 행동을 그려내는 유쾌한 글이라는 불균형을 통해 성장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과 독자의 흥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무겁고 힘찬 느낌의 그림은 작가의 주제의식과 서사의 깊이를 더한다면, 글을 통해 작은 배추라는 인물의 생동감과 귀여움을 더하여 어린 독자들의 이야기속의 몰입을 이끔으로써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다고 말할 수 있다.

 

 

( ) 그림을 통해 깊이가 더 해진, 작은 배추의 성장

넓은 배추밭 배추 싹들이 줄지어 가득하다. 가장자리 약간 외떨어진 곳, “나는 누구일까?”라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는 배추 떡잎이 하나가 있다. ‘나는 누구일까?’ 라는 물음과 바람에 날려왔는지 배추 떡잎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라는 글과 줄지어서지 못하고 외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작은 배추의 모습은 앞으로 주인공의 운명이 어찌될 것인지 독자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는 배추떡잎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을 주요하게 채우고 있는 감나무의 모습은 감나무가 배추떡잎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짐작케한다.

 

줄지어선 배추들은 시간이 흘러 트럭에 실려 모두 채소가게에 가지만 작은 배추와 아직 크지 못한 배추들과 밭에 남게 된다. 트럭 아저씨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남게 된 작은 배추는 알이 단단해지기 위해 체조를 하고, 머리띠도 하지만 결국은 다음 트럭에도 실려가지 못하고 남게 된다. 화면을 꽉 채운 어두워지는 텅 빈 하늘, 텅 빈 밭은 소망이 꺽 인 작은 배추의 허탈함을 느낄 수 있으며, 머리띠를 한 채 트럭이 떠난 곳으로 시선이 향한 듯 한 작은 배추의 모습은 그의 소망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넌 여기서 봄을 기다렸다가 꽃을 피워 나비랑 놀려 무나트럭 아저씨의 뜻모를 이야기를 듣고 차가운 밭 위에 남게 된 작은 배추. 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작은 배추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꽃을 피운다. 점점 어두워지는 화면 속에 작은 배추는 더 작고, 눈에 띄지 않게 그려지고 있다. ‘혹시 작은 배추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독자의 걱정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앞에서 씽씽한 푸른 빛 굵은 선으로 그려진 배추와 달리 눈 내리는 날 눈 속에 푹 쌓인 배추의 모습은 다른 삶을 선택한 작은 배추가 견뎌야할 시련의 무게감을 그대로 느껴지게 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작은 배추가 꽃을 피우겠다고 새롭게 선택한 삶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이전의 자신이 품고 있던 소망과의 단절이며, 단절은 이전의 자신의 삶의 죽음을 의미할 만큼 혹독한 과정이였음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겨울날의 모습과 대비되어 꽃을 피운 봄날의 작은 배추의 장면이 독자에게 더 따뜻하고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왕관을 얹은 듯 아름다운 노란 꽃을 피운 작은 배추의 성장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 탄생의 과정이라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작은 배추 꽃 주변으로 날아든 나비의 모습은 이전의 작은 배추의 삶의 사명이 트럭에 타기 위해 자신의 성숙시키는데 있었다면 긴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운 뒤에는 자기성장을 뛰어넘어 나눔을 실천하는 것으로 새로운 사명을 얻은 것은 아닐까 그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게 한다.

 

 

작은 배추에서 또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작은배추를 돕는 감나무라는 존재다. 그림책의 여러장면이 감나무와 작은배추가 서로를 올려보고, 내려다보는 것, 또는 함께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짐으로써 둘과의 관계를 짐작해보게 한다. 감나무는 그 밭 옆에서 여러 해를 살아온 존재로 줄지어서지 못한 채 싹을 튀운 작은 배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배추의 호기심어린 질문에도 항상 답을 하며 함께 하는 존재다. 작은 배추가 경험하지 못한 봄의 의미를 마음의 품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수많은 봄을 경험한 감나무와의 따뜻한 대화와 항상 곁을 지켜준 힘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감나무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에서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또 하나의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이야기를 읽으며 꽃들에게 희망을강아지똥이야기가 함께 떠오른다. 배추라는 소재가 성장이야기의 주인공이 성장이야기로 다뤄지는 것은 조금은 생소하다. 하지만 식탁의 반찬으로써의 삶이 아닌 꽃을 피워 씨앗과 나비에게 무언가를 나눠주는 존재로써의 삶을 선택하는 작은배추의 모습은 앞의 두 이야기과 주제의식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앞의 두 이야기와는 달리 다소 무거운 서사방식을 갖지 않는 이유는 글을 통해 표현된 작은배추의 친근한 이미지 때문이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묻고, 트럭에 타기 위해 체조하고 머리띠를 불끈 매는 귀여운 행동들이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에 어린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자신과 동일시하며 이 그림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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