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1 - Novel Engine POP
반시연 지음, 김경환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쁜 카페 앞, 우산 쓴 한 여성, 주룩주룩 내리는 비. (사진 속엔 비가 잘 안 보이네.ㅠ)
표지부터 참 감성적인 책이다.
국내 작가의 일상 미스터리? 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저자 이름이 '반시연'.
아하? 여성분이시라 이렇게 이쁜 책을 쓰신 건가? 근데 추리를?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펼쳐든 책.
 
알고 봤더니 저자는 여성분은 아니었고, 하지만 예상대로 책은 표지만큼 감성적이면서 세련되기도 하면서 신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그 즐거움의 원인은,
 
일단은 추리! 엄청난 관찰력의 소유자인 주인공 호우의 추론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간단한 대화
몇 마디만으로도  순식간에 추리해서 결론을 내어버리는 그는 책 초반부터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주인공은 뭔가의 살인사건 같은 큰 사건을 추리하는 형사가 아니고, 흥신소 직원으로 일을 하다가 넘버원
이 된 뒤 어느 날 일생일대의 의뢰에 실패한 뒤 망가진 생활을 하게 되는 31세의 한 남성으로 일상 속의 자잘한 일 속에서
추리를 하는 일상 미스터리라는 점이 또한 특이하다. 크나큰 사건이 없어도 오히려 이점이 다른 책과 차별화가 되며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이 책의 주요인물은 4명인데, 주인공 '호우', 호우의 전 여자친구 '사야', 사야의 현 남자친구 '고지', 그리고 '비이'다.
이 캐릭터들은  각기 개성이 뚜렷  하며 유쾌하고 매력 넘치는 캐릭터라서 더욱 즐겁다. 이름 또한 특이하면서 이쁘다.
게다가 어렸을 때 로망이었던, 그리고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는 멋진 남자, 이쁜 여자 캐릭터들.
(분량을 좀 더 해서 만화나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도 넘 재밌을 것 같은 책이다. 언젠가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하는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각자 아픔이 있는 캐릭터 들이라서 연민도 느껴지고 앞으로 그들의 삶을 응원도 하면서 읽게 되었다.
결국은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있고, 아픔이 다를 뿐 그중 한 명은 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들에 쉽게 비처럼 더 쉽게 젖어들게 되었는지도.
여러분들도 읽으며 자신까지 함께 치유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 책의 문체는 흥미롭고 또한 감성적인 부분도 많아서 작품을 재밌고 쉽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궁금해서 책을 덮기가 싫었고 재미있어서 빨리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책 목차를 보면 이렇다.
 

 
여기서 보는 콘텐츠도 비가 내리는 그림에 비와 관련된 제목도 있고 밑에 소제목까지 붙어있는데,
소제목은 작가가 좋아하는 노래 중 가사나 분위기 또는 제목이 에피소드와 맞는 것을 넣은 것이라고 한다.
왠지 일본 만화나 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또한 현대적인 감각 또한 느껴진다.
이중 마이네임이즈는 내가 좋아하는 에미넴의 노래라서 더욱 반가운데, 저자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하니
더더욱 반갑다.
책에서 " 제 이름은 호우예요. 궁금하실까 봐."라는 장면이 몇번 나오는데 이 목차를 보고 있자니 그 대사가 떠오른다.
이렇게 각자 어울리는 노래로 소제목을 만든 부분도 재미있고 또 기억에 남고, 이로 인해 책속 대사까지 떠오르는 재미~!
 
여기서 호우는 자기 이름대로 비가 있을 때 생기가 돈다.
책 속에선 중간중간 각 상황에 맞는 비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또 이런 구성에서에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 서먹하게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비꽃'이라고 한다.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치우자 창밖에 비꽃이
내리고 있었다. 무거워진 공기가 폐를 채우고 음산한 바람이 살갗을 에워쌌다.(P.171)
 
물을 퍼붓는 것처럼 세차게 내리는 비를 '억수'라고 한다. 바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억수가 온 세계를 찢어대고 있었다.(P.262)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를 '실비'라고 한다. 인적 드문 거리를 실비가 고요히 적시고 있었다.
메말랐던 아스팔트에 조금씩 어두운 자국이 번져 나갔다. (P.364)
전반적으로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책이었는데, 나와 연령대가 비슷해서인지 위에 언급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부터,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나 책 이름도 등장하고, 추억의 만화 등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소품들도 공감되면서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대적, 취향의 공감대 형성.!
 
단순한 듯하지만 세련된 느낌의 문장들. 읽기에 부담 없고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 장(엔딩)은 특히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 따뜻해진다.
 
이 책은 약간 작은 사이즈로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꺼내서 수시로 읽어보기에도 좋고, 글씨체는 큰 편으로 읽기에 편하다.
책 디자인이 표지는 이쁜 일러스트에 책 모서리나 뒷부분은 은색 바탕의 시리즈와 추리소설 느낌을 자아내는 디자인으로
같은 출판사 <노블엔진팝> 에서 전에 나온 <만능감정사Q의 사건수첩>과 같이 두니 전집 같고 넘 잘 어울리는 게 꽂아놓고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나오는 책마다 모아서 같이 꽂아놓고 싶은 이노므 전집 욕심^^.
 
마지막 저자의 말에 후기만 먼저 보는 사람들을 위해 범인은 누구라고 결말을 미리 말해주는 척하는 저자의 귀여운 위트까지.^^
추리에, 일상 이야기에, 즐거운 상상에, 치유도 되고, 재미있어서 날 웃게도 만들고 가슴 따뜻하게도 하고, 때론 우울하고 슬프게도 했던 이 책.
비 오는 날 이쁜 카페에서 이 책과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 같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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