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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만만한 만화방 2
김소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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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친구와 손을 잡고 익숙한 길을 걷다가 친구가 내게 말한다.

"눈 좀 감아 봐."

그럼 나는 눈을 감고 묻는다.

"어디만큼 왔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데 드는 기회비용을 제대로 계산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길 포기할지 모른다. 포기가 아른거리는 순간이다. 

"우리 어디만큼 왔을까?"

젊은 날이 눈부시다고 말하는 이유는 추억은 기억을 벗어나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억 안에서만 채광 좋은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청춘의 얼굴엔 아직 주름이 없다.


김소희 작가의 만화책<자리>에서 두 친구가 머문 자리는 고드름이 핀 집일 수도 있고,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는 집일 수도 있다. 한 줌밖에 없는 재능으로 꿈의 뒤를 쫓는 현실 속 위치일 수 있고, 지금을 사는 청춘의 그늘과 닮았을지 모른다. 

이 책은 묻는다.

우리의 꿈은 지금 어느 자리를 지나, 어디쯤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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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 나, 너 그리고 우리 인생그림책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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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내려가는 네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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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아주 보통의 글쓰기 1
김미희 지음 / 글항아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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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고 다짐했던 두 사람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명은 있었고 다른 또 한 명은 있다. 있었던 사람과 있는 사람. 이 책은 그들이 하얀 세상에 둘만 있었던 시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남편은 고요하게 누워있었다. 착하고 아름다웠던 사람. 여러 날을 안았던 몸. 몸은 여기 있는데 당신은 있는 걸까. <여는 글 중에서>

 

누군가는 일상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을 죽음이라고 했다. 죽음이 삶의 끝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을 은유하는 말은 많지만 죽음의 경험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죽음의 속성이야말로 순간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잘 나타내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나는 병마에 시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아프기 바빠 날 돌보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문 뒤에서 울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도 당신이 아닌데 서로 다른 마음을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지,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생과 사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그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지 못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결정할 수 있다 중에서>

 

이 문장을 읽고 알았다. 완벽한 이해란 헤아리려는 노력으로 남는 것이다. 병상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야만 하는 남편의 마음을 아내김미희는 헤아려보려 노력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던 나를 떠올려본다. 이 두 마음에는 삶이 조금이라도 연장되길 바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음을 다시 또 짐작할 뿐이다.

 

, 알았다. 영혼이 중요한 거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남으니까.”

<나를 멀리 내다놓는다 중에서>

 

작가의 어린 아들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아직 영혼의 사전적 의미조차 제대로 모르는데 그의 어린 아들은 어떻게 그 의미를 알았을지 궁금하다. 곤란한 일 앞에서 자기를 멀리 내놓는 작가에게 거대한 상실감을 잘게 부수는 법을 배우고 싶어진다.

(이 책의 소제목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장을 덮을 무렵 알게 된다. 작가 김미희가 삶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마흔 넘어 꿈꾸는 사람으로 살아갈 방법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혼자이면서 연결되길 바란다는 문장에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삶이 우리에게 준 유일한 기회는 다음이니까. 내게 찾아올 다음이 있다면 살아서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을 읽을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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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만만한 만화방 1
김소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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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무허가 건물에 살았다. 유년의 나의 집은 가난하고 불편했다. 무엇보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오늘 본 <반달>속 송이처럼 내게도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싶었던 유년의 기억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하고 여린 나의 친구들 그리고 그들보다 더 작게 움츠리고 있던 어른들이 있다.

작가 김소희 자전적 이야기 <반달>은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을 덮을 무렵 표지 속 소녀의 눈빛이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져버린 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어린 소녀의 눈빛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주인공 ‘송이’는 같은 편이 되어주지 못한 친구에게 미안했고 나의 고통의 깊이만큼이나 친구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며 자라난다.

<반달>에 나오는 어른들은 아이보다 더 아이 같다. 미안함을 정면으로 대면하지 못하는 아빠와 사랑 때문에 마을금고를 터는 브래드 피드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선생님까지 조금씩 모자라고 어딘가 비겁하다.

섬세한 그림체와 담담하고 솔직한 문체가 온기 없는 종이 위에 그려진 <반달>을 따뜻하게 느끼게 해준다. 한 사람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빼고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반달>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소녀 ‘송이’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누군가를 향한 죄책감은 바로 뒤늦게 건네는 위로의 또 다른 모습임을 말해준다. 나는 기억을 통해 삶의 결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유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미안함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반달이라는 따뜻한 상징을 통해 그래도 살아서 기억한다는 작가의 의지와 희망을 노래하며 끝을 맺는다.

<반달>을 통해 기억하는 사람의 의지와 바람이 쓸쓸했던 사람들의 등을 쓸어주는 위로의 힘이 있다고 나는 믿게 되었다.

 

 

무허가 건물에 살던 어린 나와 반달 뒤에서 웃고 있을 송이가 만났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만약 그들이 깊은 불행의 지하실에서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마주잡은 두 손의 온기처럼 언젠가 따뜻한 달빛이 두 사람을 감싸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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