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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
이영대 지음 / 이코노믹북스 / 2008년 3월
평점 :
3개월전보다 출근시간이 40분이 늦다. 집에 오는 시간은 2시간 빨라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그만둘까 말까 하는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어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그게 요즘의 나였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
책제목을 보고 구세주를 만난 듯 매달렸다.
"중요한 일은 존중하는 마음을 끌어내기 쉽지만, 평범한 일은 존중하는 마음을 갖기 어렵다. - P54"
내가 하는 일의 2/3이상이 잡무였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어느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여겼다. 일이 점점 하기 싫어졌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직원들 각자의 일은 회사 전체를 위해 각각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맡은 일을 소홀히 하면 문제가 생기고 회사의 발전에 지장을 준다. 따라서 작은 일이라도 자신의 일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과 회사에 큰 이익이 된다. - P55"
이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나? 정말로 어떤 의미따위가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장을 보고, 쓰레기를 치우고, 커피를 끓이고, 복사를 하고, 사람들이 마실 물 6리터를 층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름으로써 다른 사람들은 사무실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의욕으로 가득 차서 회사문을 들어서고 상사가 시키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회식 자리는 빠지지 않고 따라다니며 사람들과 친해지려 노력한다.그러나 처음기대와는 달리 매일반복되는 단순작업,상사에게 시달리는 스트레스,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 등등 무엇 하나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은 암담한 현실과 마주친다. - P75"
일을 시작한지 3개월째 , 직장인들이 흔히 말하는 3개월증후군(3개월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의 그 열정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여기에만 들어올 수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구조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의지를 상실한 채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에 발전이 없고, 따라서 성과도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첫번째 감원대상이 된다 - P76"
뜨끔했다. 그제도 어제도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셨고, 그 시간내내 한 일은 우리 부서의 누군가를 헐뜯는 것이었다. 내 일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다고 불평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가졌다. 나는 첫번째 구조조정 대상자였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듯한 느낌에 숨을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이 책은 냉정하게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당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태해졌거나 일이 하기 싫어졌거나 직장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당신은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