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시대, 남보다 먼저 해야 성공한다
권오양 지음 / 징검다리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를 보고는 조금 실망했다.
-이 책도 그렇고 그런 자기 개발서 중의 하나가 아닌가?
그런데 책을 손에 쥐고 3분이 지난 후 나는 그 생각을 말끔히 접었다.
-아, 끝까지 읽고 싶다 !

소설도 아닌, 에세이를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두가지 이유 중의 하나다.소재 자체가 흥미롭거나, 글쓴이의 문장솜씨가 뛰어나거나.
이 책은 두가지를 모두 갖췄다. 글 첫부분에서 아가사크리스티의 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긴장감과 흥분감이 나를 감쌌다. 이야기의 배경도 미국이나 호주,하와이가 아닌 동유럽이다. 우리나라대사관 대신 북한 대사관이 존재하고 공산주의 독재체제 아래 서독 동독이 냉전을 유지하고 있던 30년 전의 동유럽.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업가나 무역상이 아니더라도 흥미를 가질만한 새로운 세계다.

그는 "신중"한 타입이 아니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심사숙고하지만,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나서서 행동부터 해버리는 "하면 된다"스타일의 사업가다. 그리고, 목표한 것은 이루고 마는 끈기의 사나이다. 루프트한자의 인천-뮌헨 직행도 없던 시절 만 하루를 꼬박걸려 오스트리아라는 낯선 땅에 도착했던 빈털털이 유학생이 올림픽이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던 동유럽에 한국물건을 11억이나 팔아치울 줄은 아무도 상상못했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형체인점(현재 우리나라의 이마트나 하이마트)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그가 했던 행동이다. 견본을 보내고, 가격을 제시하고, 대기실에 앉아 몇시간씩 기다리면서 사장얼굴을 한번 보기까지 그는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열번도 더 다녔다. 결국 원가의 10%나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는 단가에 물건을 납품하고 되었지만, 그는 결코 실망하지 않았고, 몇 년동안 물건을 펑크내는 일 없이 성실하게 가져다 주면서, 3~4일 걸리던 수리 시간도 24시간내로 줄이는 등 애프터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쌓은 신뢰덕분에 후에 물건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납품해온 사실을 알게 된 사장이 자체적으로 구매가격을 20%나 올려준다. 동유럽에 굴러다니는 차5대중 1대에 장착되어 있는 오이트론이란 상표의 카오디오는 바로 작가의 회사 상품이다.

하지만,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그의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알프스에 별장을 지을 정도로 부자가 된 그를 보며 시기질투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바로 오스트리아에 있던 한인들이다. 그를 못마땅해하던 한인 한명이 그가 무기를 밀수하고,탈세를 해서 돈을 벌었다며 오스트리아 정부에 신고를 한다. 영문도 모르고 한밤중에 끌려가 조서를 쓰고 심문을 받았던 그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정말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3개월에 걸쳐 세무조사를 했던 검찰은 티클만끔의 의심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데다 오스트리아 자선사업에 기부까지 하고있던 그를 보며 오히려 감동받는다. 

후반에 가면 그가 겪었던 못난 한국인들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글을 읽는 내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외국인에게는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무소리 못하면서 같은 한인끼리는 깎아내리고 시기하고 욕하기에 바쁜 한인들. 우리가 이렇게까지 못났던가? 주위에서 잘된 사람을 보면 자신도 잘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은 않고 자기가 있는 곳으로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기는 하지만, 외국에서 살면서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정말로 우울해졌다.

위에 언급한 국민성 외에도 그냥 읽고 지나갈 수 없을만큼 심각한 내용들이 많아서 책을 덮은 후에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기개발서, 성공한 사람의 에세이 등으로 요약하기보다는
삶의 견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정직하고 성실한 삶을 산 인생선배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등학교에 가기 위해 3시간 오기 위해 3시간 ...  교통편도 없는 골짜기골짜기 어촌에서 태어나 정말 말 그대로 자수성가한 지은이의 글은 힐러리나 삼성그룹의 회장처럼 반석위에 우뚝선 사람들보다 더 와 닿는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결정하지 마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