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홍신 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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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괴테의 이 두 작품은 여기저기 인용이 많이 되기때문에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책을 안 읽어 봐서 그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파우스트 읽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1권 2권으로 나눠져 있어서 1권만 읽고 2권은 미처 못 읽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어려워서 계속읽기가 좀 벅찼었다. 그래도 파우스트라는 이름이 들려올 때마다 꼭 마저 읽어야지 했던게 이제서야 한권짜리 파우스트로 읽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 책이 쉽게 번역되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예전보다는 훨씬 재밌게 술술 읽혀졌다. 희곡이라 배경과 등장인물이 소개되고 각 인물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각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정말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책을 한번 읽고, 다시 읽고 고민을 해봐도 도대체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에 대해 한마디로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려웠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의 것이라는 말도 있고 하니 내 방식대로 파우스트를 이해하기로 한다. 
 천상의 서곡에서는 주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나오는데 이 장면에선 욥기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사탄에게 악에서 떠난 사람 욥을 시험해도 좋다고 허락하시듯 주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착한 인간 파우스트의 영혼을 지상에 사는 동안은 그의 길로 끌고 가 보라고 허락한다.

 서곡을 시작으로 비극 제1부에서 파우스트는 많은 공부로 모두가 우러러보는 박사지만 저 옛날  학자 소크라테스처럼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라는 말을 하며 괴로워한다. 가슴에 두개의 영혼이 깃들어 하나는 현세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하고 또 하나는 영의 세계에 오르려 한다는 파우스트.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는 법이라는 주의 말씀처럼 파우스트는 방황한다. 갈색약을 먹고 죽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죽지 못하는 파우스트 앞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둘의 내기는 시작된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를 길동무삼아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수행원이 되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삶에 허무를 느끼고 있는 파우스트가 어떤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너는 정말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삶에 집착하는 순간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노예가 되기로 계약을 한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젊음을 얻고 순진한 처녀 마르가레테를 꼬셔 순결을 빼앗은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 발렌틴도 죽이고 만다. 파우스트때문에 미혼모가 된 마르가레테는 아기를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된 파우스트는 감옥에서 마르가레테를 탈출시키려하지만 그녀는 도망치기를 거부하고 죄값을 받고 죽어서 영혼의 구원을 받는다. 

 2부에서 파우스트는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아내로 삼아 아들 에우포리온을 낳지만 그 아들은 이카루스처럼 하늘을 날려하다 떨어져 죽고, 헬레네도 아들을 따라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또다른 환락을 제시하지만 파우스트는 큰 사업을 통해 지배하고 소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파도를 바다 멀리 쫓아버리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전쟁을 통해 기회를 잡은 파우스트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해 넓은 영토를 얻지만 필레몬 부부의 영토마저 갖고 싶은 욕심에 두 부부를 죽이고 만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두 부부를 죽게한 파우스트에게 근심이 찾아들고 근심으로 인해 파우스트는 눈이 멀게된다. "한쪽문이 닫히면 다른쪽 문이 열린다."는 헬렌컬러의 말처럼 파우스트도 육신의 눈이 멀자 영혼의 눈을 뜬다. 그리고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그의 이상을 말하며 그때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순간 파우스트는 쓰러지고 시계바늘은 떨어진다. 계약대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차지하려 하지만 천사들이 나타나 그의 영혼을 거두어 가고 공중을 떠도는 그의 영혼을 1부에서 죽은 그레트헨이 인도해 간다. 

 2부를 읽으면서 성경에 나오는 다윗, 솔로몬, 아합 이렇게 3명의 왕이 떠올랐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를 취하여 아들을 낳았기에 그 아들이 죽임을 당하는데 파우스트도 헬레네를 취하여 아들을 낳고 자신의 눈앞에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다. 솔로몬은 천명의 부인이 있었고,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지만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다"라고 말한다. 파우스트도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쾌락을 얻지만 곧 그 모든것이 헛되다는 것을 깨닫고 또다른 이상을 찾는다. 아합왕은 이미 모든걸 가진 왕이었지만 나봇의 포도원을 탐내어 나봇에게 포도원을 팔라고 하지만 나봇이 팔 수 없다고 하자 나봇을 죽여 그 포도원을 얻는다. 파우스트가 필레몬 부부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성경 속 인물과 파우스트의 행동이 겹쳐지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의 결말이 궁금했는데, 결국 파우스트의 영혼은 하늘로 이끌려 올라간다.
 
 다윗은 비록 잘못은 저질렀지만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돌이켰기에 구원을 받았고 솔로몬과 아합왕은 죄값을 받아 죽임을 당했는데 괴테의 마음속에도 잘못을 돌이켜 다시 옳은 길을 걸으면 구원을 받는다는 신앙관이 있었던 듯 하다. 파우스트는 삶에 대한 허무감 때문에 악마와 계약을 하고 온갖 쾌락과 부를 가지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 때문에 죄없는 두 부부를 죽임으로 근심으로 눈이 먼다. 이런 파우스트에게 괴테는 자신의 이상을 적용하여 한 개인의 부귀영화가 아닌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에 꿈꾸며 그 세상에 머물기를 소원하다 죽게된다. 결국 파우스트는 긴 방황 끝에 옳은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구원을 받은 것이다. 

 개인의 끊임없는 욕망, 그로 인한 인간성파괴, 환경파괴, 전쟁, 살인 등 이 한편의 희곡속에 우리들이 꼭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들이 가득 들어있다. 60년간에 걸쳐 씌여진 작품이라서 그런지 우리네 인생에서 생각해봐야할 문제들을 가득 품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한결같이 세상을 줄달음쳐'온 사람이라면 인생의 허무함을 돌아볼 일이다.  진정한 행복은 나 한사람의 부귀영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해 질 때, 그 때 비로소 나 또한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워낙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책이라 여러번 읽으면서 괴테의 정신세계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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