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의 성장
이내옥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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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가고, 안목은 자라난다.

 

국립박물관에서 34년을 일한 큐레이터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가 보고 느끼고 지내온 '세월의 흐름'을 알고 싶었다. 

 

1부 아름다움을 보는 눈

2부 알아본다는 것

3부 시골에 집을 마련하다

 

이렇게 총 3부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고 배운 '눈'이 표현되어있다.

 

 

 

 

시절의 운행이 이와 같으니, 변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그 변함을 들여다보면 실로 변하지 않음이 있다. 살아오면서 얻은 깨달음이란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었다. 진실은 여기에 존재한다. 그러니 우주의 운행에 자신을 맡긴다는 옛 성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봄날 뜰 안의 나무와 풀꽃의 새싹을 보며 우주 생명의 신비를 경외하고, 따뜻한 봄볕에 자신을 맡겨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녹일 뿐이다.  - 봄날은 간다  p23

 

 

아름다움이란 본래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감추어져 있다. 그래서 마음으로 보아야한다. - 아름다움을 보는 눈  p32

 

 

어떤 대상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최고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를 이해하면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다. - 세상의 모든 명품  p71

 

 

온유돈후의 미학은 슬프되 비탄에 빠지지 아니하고, 즐겁되 음란함에 빠지지 아니함을 말한다. 인간의 슬픔, 비탄, 분노, 기쁨 등 적나라한 감성의 표출은 천박하고 비야(鄙野)한 것으로 치부된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도타우며 치우치지 않고 절제된 온유돈후의 미적범주는 우아미에 해당한다. - 백자반합  p116

 

 

바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물이 낮은 곳을 따라 흐르듯, 바람도 부는 것이 아니라 흐른다. 정처 없이 이리저리 흐르므로 바람은 자유롭다. 바람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알 수 없는 곳에서 발원하여 흐른다.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으며 알 수도 없다. 오직 현묘할 뿐이다. 그래서 노자는 그 시원을 어둡고 캄캄한 골짜기 현곡(玄谷)이라 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다.

 

풍류는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멋이자 경지이며, 동양 예술정신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바람은 생명이다.  - 흐르는 바람을 맞으며  p144-145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이란 생겨난 모든 것은 불안정하고 일시적이어서 반드시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안정하고 변하는 실체를 붙잡고 집착하면 그로부터 고통이 발생하지만, 그 실체의 무상을 철저히 체득하면 나라고 하는 존재 자체도 없는 열반에 이르게 된다.

- 무상의 미학  p242

 

 

작가의 인간 '관계'가 신기했다. 사람과의 만남으로 얻은 교훈이나 생각을 '회상'이라는 구성으로 잘 표현해서 편하게 읽었다. 인간사 또한 먼저 자신을 속여야 남을 속일 수 있고, 남을 속이다가 결국 남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 진리라는 말도 재미있었다.

 

극한에 치우치지 않고 온유돈후의 미덕으로 삶을 바라보고 경험해야 인간으로서의 '눈'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는 넘치고 과한 감성에 노출되어 내가 꼭 봐야할 것은 보지 못하고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보아야하는 어지러운 세상에 놓여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자신' 스스로가 정하고 마음을 다한다면 보일 것이라 믿는다.

 

퇴계도 아니고 도연명도 아닌 이내옥의 눈,

즉 '안목의 성장'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겸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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