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루의 일상
히구치 니치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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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도 폴짝 폴짝 달려오는 것. 혀로 손바닥을 촐싹 맞게 핥아대면서 꼬리는 살랑 살랑. 그야말로 온 몸으로 난리브루스를 추던 것. 지금껏 기르던 개, 강아지들은 다 그랬다. 다들 어느 날엔가 홀연히 사라져버려서 지금은 기르는 개, 강아지는 없지만, 개네들을 기를 때의 기억은 간지럽고 기분 좋은 것으로 남아있다. 이 책 코하루의 일상은 내가 강아지를 길렀던 그 때 그 느낌들을 다시 생각나게 해 주었다. 강아지 코는 언제나 젖어 있다는 노래를 배워서, 그 노래를 불러주며 토미의 코를 건드렸던 기억이나, 굳이 목줄을 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실례하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따라 잘만 산책했던 누룽이. 결국 진돗개라고 데려왔지만 결국 똥개임이 증명 되어버린 멍텅구리 진돌이같이 강아지 때 부터 홀연히 떠나기(헉ㅠ)까지 함께 했던 그 녀석들의 말랑말랑하고 젖어있는 코, 거품물고 있는 입(아...견병.?), 잘 빗어서 날 닮아 윤기가 흐르던 털 같은 특징적인 기억들이 개 냄새와 함께 만화 안에 녹아 있다.

 

 주인공 강아지인 코하루 요 녀석은, 퍼그 종이라서 못 생겼다. 못 생긴게 매력인 이 종의 특징은, 하는 짓마다 그 얼굴 때문에 우스꽝스럽다는데에 있는게 아닐까. 험상궂은 동물 애호가 코노스케는 코하루를 입양하는데, 이 녀석 하는 행동이 가관이다. 쪼그마한게 에너지가 넘쳐나가지고, 엄청 뛰어 다닌다. 강아지 헥헥 거리는 소리가 책장 너머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랄까. 이 녀석이랑 얼굴 한 번 부빅하면, 진짜 부드러울꺼 같다. 그런데, 이 녀석 표정이랑 하는 행동이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아저씨의 그것과 오버랩되자 자꾸 그것만 떠오르는 주인 코노스케처럼, 그 장면은 이 만화의 자폭지점인거 같다. 너무 웃기긴 한데, 코하루가 마냥 귀여워 보이지는 않게 되는 장면이 되기도 했으니까.

 

코하루와 함께 한 봄,여름,가을,겨울. 이 책을 읽고 나면, 강아지와 함께 신나게 놀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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