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얀의 이상한 나라의 과자 이야기
이케다 아키코 글.그림, 사토 카즈요 요리 / 니들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아뭏튼, 나의 어린시절 '내 책'의 전당에 들어오지 못했던 수많은 책들중에 '와치필드'라는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동물들 이야기 책이 있었다. 친하게 지냈던 이대 다니는 누나가 소개해준 세계였다.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나는 다얀이라는 고양이 캐릭터가 좋더라 너 혹시 와치필드라고 들어봤어.? 하고 말이다. 그때는 책이라기 보다는 싸이트로 처음 접했었다. 그 누나가 학교 근처에 와치필드 샵에 데려고 가 준 적이 있다. 그 때 그 가게에서 와치필드 세계관에 그곳에 사는 동물들의 그림들과 물건들을 보며, 상상의 와치필드가 뇌 안으로 뭉게 뭉게 들어왔다. 세밀한 털 묘사와 파스텔인지 색연필인지 부드러운 느낌의 색칠 된 그것들. 주인공 고양이 다얀은 왜 이런 비스듬하게 큰 눈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 나오는 동물들은 다 무언가 기형동물 같애 하고 생각 했던게 생각났다.(ㅋㅋㅋ)  그때 그 누나가 사줬던 다얀 스티커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별로 쓸 일이 없더라; 아. 연애 편지에 그걸로 붙여야지.ㅋ) 

 

 최근에 <다얀의 이상한 나라의 과자 이야기>, <다얀의 이상한 나라의 수프 이야기> 이 두 권이 대원씨아이 산하 '니들북'에서 출간 되었다. 이상하게 요즘 고양이 관련 도서가 많이 나온다 싶어서 KimL님께 문의 해 보니, 대애묘여성행동대원 이라는 단체에서 거둔 성과라서 그렇다고 하셨다. 어찌 됐든, 다얀 고양이 이야기는 참 반가웠다. 그래서 나는 위렇게 서론을 길게 주저리주저리.!

 



 

 책 표지를 보면,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 다얀이 맞다. 접시를 들고 서 있는데, 접시 위에는 쥐 모양의 파이가 있는데, 과자 이야기 니까 쥐 모양으로 만든 과자 이길 바란다. 설마 진짜 쥐고기로 만들었다면, 어린이들은 큰 충격을 받겠지. 내가 아니라. 암튼, 이 고양이는(요놈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눈이 특징이다. 원래 지구에 살던 동물이 어떻게 하다가 와치필드 세계로 왔다는 모양이다. 암튼, 다얀이 살고 있는 타실 마을엔 카실라기 라는 산이 있는데, 이 산 꼭대기에는 세 마녀가 살고 있다. 요즈음에 아무도 자기들에게 고민거리와 '선물'을 들고 오지 않아 심심했던 마녀 셋은, 케이크 점을 치고 나서, '고민 거리가 없으면 고민 거리를 만들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멍청한 자의 후각을 없애는' 주문을 걸었다.그리하여 '냄새를 맡지 못하는 고민거리를 안고 찾아온 최초의 멍청한 자' 다얀이 마녀들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마녀들은 다얀에게 도도섬에 가서 쿠스쿠스 열매를 먹어야 코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하며 다짜고짜 죽음의 숲에 있는 마왕의 성으로 보내버린다. 그냥 곱게 도도섬으로 보내주면 될 껄 말이다. 우여곡절의 모험 끝에 다얀은 쿠스쿠스 열매를 먹고 후각을 되찾는데 성공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자신이 살던 타실 마을에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다얀의 통나무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은 지금부터가 시작인것이다.

 

 하늘을 떠도는 섬에서 눈물과 드래곤의 숨결을 맞바꾸고, 고대 공룡들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며, 사자 삼형제와 의형제를 맺는 트로피칼 주스 의식을 치르기도 하며, 칼토스와 볼크스의 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밤을 새워가며 치른 포커 혈전끝에 포피 캐틀호에 억지로 실려 남쪽 끝의 섬, 꿈의 섬에 고립되고 마는 다얀.

 

 내가 이 과자 책 동화 책에서 가장 재밌어 하는 부분은 여기다. 꿈의 섬에 고립당한 다얀은 꿈을 먹고 사는 바쿠에게 매일 매일 꿈을 먹히먹힌다. 이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나를 타실로 보내줘 하고 호소하는 다얀을 본 바쿠는 그를 조용히 지켜보더니, 그날 밤 다얀이 잠들었을때 그의 몸을 먹기 시작한다. 여러날을 두고두고 먹어 치우더니 급기야 눈알만 남는다. 한편 타실 마을 다얀의 집에서는 바쿠가 먹어 치운 순서대로 다얀의 몸이 되살아 난다. 마치 포토샵의 도장 툴 처럼.! 마지막에 바쿠가 다얀의 눈알을 먹어 치우면서 화룡점정 처럼 타실마을의 다얀의 눈이 전송 되면서 온전히 타실 마을로 돌아온게 되는 다얀. "다들 안녕. 다녀왔어." 다얀이 돌아온 것입니다.

 



 

 사실, 4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이야기. 그치만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는 적지 않다. (매니아가 아니라면 매니아가 되면 되는것이다.) 이 책의 앞에는 와치필드 세계관을 담은 MAP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챕터마다 지금 다얀이 어느 지역을 모험 할 것인지 나타내는데, 그 때마다 앞으로 돌아와서 지도를 보며, 모험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유아나 어린이들이라면 모험에 동참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 내가 그랬다는게 아니라) AKIKO IKEDA 여사가 그린 그림은 글로 쓰여진 이야기 보다도 많은 내용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표정을 그리기 힘들것 같은 그녀의 그림인데 의외로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씨익 웃는 얼굴의 익살스러움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달까. 또 만화처럼 말 풍선이 있지도 않은데, 그림 자체에서 대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타실 마을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역시 과자책 답게 과자 만드는 레시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정말 솔직히 말해서, 에잉 이거 뭐 과자 따위 만드는 레시피로 부피 늘려놨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페이지 부터는 안 봤지만, 어느날(...) 불현듯 그 페이지 부터 펼쳐 보니, 이건 뭐 그렇게 납득이 안 가는건 아니다. 지금 까지의 다얀의 대 모험 곳곳에서 나온 -그러고보니- 먹을꺼리 들에 대한 레시피가 주르륵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각각의 레시피 제목과 어울리는 일러스트와 함께.! 머릿속에 새로이 이미지가 그려지는데 이 기분은 마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레시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오븐과 주방 기구를 잘 다루는 여동생님께 요리 해 달라고 해서, 그 이름을 붙여서 시식할 수 있겠다. 내가 주문하고 싶은 것은 <라이온 3형제의 트로피컬 주스>와 <바쿠의 꿈 케이크>.

 

 그런데 이 책 아쉬운 점 당연히 있다.

 

 삽화가 너무 small 하게 편집된게 아닌가 싶다. 이런 줄거리라면 삽화 크기를 좀 더 키우면 좋았을 텐데. 또 줄거리 텍스트 보다 그림이 더 많을 걸 보여주고 들려주기 때문이다. 삽화의 크기를 좀 더 크게 했다면,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 즐거움이 그만큼 더 컸을텐데 아쉽다. 하지만 훌륭한 삽화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모자라진 않다.

 

 앞부분의 지도나 부록의 와치필드 주민 소개 페이지를 보게되면, 와치필드 상상이 뭉게뭉게 머릿 속에 피어오르게 되는데, 이 책은 본편이 아닌 과자 책 이기 때문에 그 모든 장소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나오는 장소도 스쳐지나가듯 휘리릭 지나가기 때문에 MAP 상의 다른 장소 이야기들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만 더 커진다. 게다가 등장 동물들의 대사나 묘사에서, 마치 '전에 어디에서 언급했듯이' 에서 그 어디가 어딘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 결과는 대원씨아이 니들북이 의도했든 아니든, 국내에 출간된 다얀 시리즈가 어디 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종착하게 되고, 결국 <다얀 이야기>를 장바구니에 넣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혹시 위거...win-win 전략 아니겠지.

 

 

결론 :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난, <삽화 책 명예의 전당>에 등재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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