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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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유명한 장 지글러의 신작이다. 제목 <왜 세게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만 봐선 무겁고 어려운 책 같으나, 저자가 손녀 조라에게 들려주는 문답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손녀 조라에게 들려주는 얘기인만큼 어린 초등학생 독자가 읽어도 손쉽게 읽을 수 있으며 이해못할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의 물음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말하면 자본주의 지배질서를 구축하는 소수 금융, 산업 자본가들의 독점적 지배와 횡포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굶주린 남반구의 아이들, 영양실조와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해 기금 구호물품 기부금을 보내며 그들을 구조하고 빈곤과 질병에서 탈출시키려고 애쓰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 본론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저자에 따르면 북반구의 소수 자본주의 제후들(금융 산업 자본가 지배자)은 자본주의의 최상층에 존재하여 다수의 인민들을 착취하고 약탈한다. 그런 약탈의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자본 경쟁과 전쟁 속에 살해당하는 것이 지금의 남반구 후진국의 어린이들이라는 것이다. 이 어린이들은 자본가들에 의해 콜탄 등의 광산물질을 캐는데 값싼 임금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압사당하거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어린이 뿐만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도 h&m forever21 등의 스파브랜드의 저가전략에 따른 저가임금으로 무한착취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후진국 노동자들은 선진국의 단순 하청 노동에 싼값으로 종사하며, 대신 하루 생존을 연명할만큼의 임금을 겨우 받게 된다. 또한 이런 후진국은 중공업 중화학 등 2차 3차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콜탄 카카오 커피 등의 원자재 원재료를 선진국에 생산 공급하는 공급처로서의 역할만 수행한다. 선진국은 이것을 가져다 가공 제조하여 다시 후진국에 비싼값으로 팔아먹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다. 19세기 식민 자본주의 경영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오히려 세계화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더욱 더 착취가 심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지구의 총생산만으로도 지구의 모든 인구의 2배는 충분히 배불리 먹일 수 있을 정도의 생산 과잉의 시대에 살면서도, 소수 자본가들의 독재에 의해 10억이 넘는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굶주림의 원인 빈익빈 부익부의 실상에 대해서는 눈가리기로 아웅하면서, 그런 근본적인 원인과 실태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조라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분노섞인 이야기 속에 나 또한 이런 현실에 많이 비분강개하고 공감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이런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저자는 점진적 단계적인 자본주의 질서의 '교정'같은 것으로는 현재 체제를 무너뜨릴 수 없고, 극단적인 전복 혁명만이 이 시태를 해결해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프랑스 대혁명 바르세유 감옥부터 얼마전 여성들의 세계적인 미투사건 등이 '계획'에서 일어난 것이기라기 보다는 '우발적인' '총탄에 방아쇠가 우연히 당겨지듯 우연적인' 계기가 촉발하여 그런 사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상치 못한채 세계를 변혁시켰다는 점을 사례로 든다. 이렇게 현 자본주의 체제에 분노하는 세계 시민들이 '우발적인 방아쇠를 잡아당겨' 혁명의 총을 발사한다면, 그것이 어떤 과녁을 향할지 몰라도 이 세계는 급격히 변화가 올 것이라는 혁명적이고도 투사적인 믿음은...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하겠다. 조금더 우리가 어떤 식으로 구체적 실천적 행동을 옮겨 이런 소수의 야만적 독재와 착취로부터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제 몫이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지침이 더 구체적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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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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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매우 끌려서 보게 된 책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제목보다 부제를 제목으로 타이틀로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부제는 '경성문인애사' '모던걸 모던보이' '사랑을 훔치다' 이다. 요즘 미스터선샤인의 열풍과 복고 레트로 열풍이 불어 일제강점기의 한옥 한복 등 구시대 조선의 양식과 막 밀려들어오는 양옥 서구문물의 양식이 혼재된 그 시기의 향수와 추억의 열풍이 부는 중이다. 이 책은 그런 로망과 환상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일제강점기 시기 최고 엘리트 문인 예술가들의 사랑과 인생과 고난 역경이 이 책에 들어있다. '경성문인애사'라고 하면 고급스러워보이면서 경성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조선 최고의 엘리트 지식인의 사랑 이야기에 충족되는데, '한국문단의 스캔들'이라고 하면 뭉퉁그려 '1910년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를 총망라하는 문단 스캔들'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어딘가 3류 여성 주간지의, 독자들의 관음증적인 욕망만을 충족시켜주는 싸구려 기사모음집같이 느껴진다. 다 읽고 느낀 바로는 이 책은 부제인 '경성문인애사' '모던걸 모던보이' 이야기에 가깝다.
맨 처음 등장하는 스캔들의 주인공은 이상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인인 이상의 사생활 개인적 인생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금홍의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여 문학에 관심 없는 사람도 모두 다 알 법하다. 그러나 이상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던 나도 이상의 어린시절부터 동경에서 폐결핵으로 죽기까지 모든 인생을 총망라하여 세부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호기심을 세세히 충족해주는 책이다. 첫번째 파트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글쓴이나 편집자도 그걸 의식한들 가장 앞면에 배치한듯 하다. 두 번째 세 번째 주인공은 김우진과 나혜석이다. 김우진의 불우한 사랑이야기는 김우진 자신보다는 그의 상대인 윤심덕에게 시야가 가게 된다. 현해탄에 동반자살했다, 라는 단순한 한 줄의 사실밖에 알지 못했던 나에게 이 책은 윤심덕이 어째서 그런 선택까지 하였는가 라는 구체적 이유와 상황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작가가 기자출신이 아니라 소설가라서 딱딱하고 메마른 사실적 나열보다는 그 상황에 공감되는 감정적인 접근으로 서술하여 독자를 더 몰입하게 한다. 그 시절 조선의 최고 가수인 윤심덕이었던지 글 사이사이에 그당시 신문기사와 자료들이 세부적으로 제공되는데 마치 요즘 파파라치와 디스매치에 시달리는 연예인을 보는 듯 했다. 마지막 그녀가 남긴 사의 찬미의 가사는 가슴을 절절하게 하여 유튜브로 곡을 찾아 그녀의 목소리로 부른 사의 찬미를 찬찬히 들어보게 된다. 세번째 주인공 나혜석은 유명한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화가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이혼 고백장' 발췌문 등 그녀의 작품 일부분을 읽고 그녀의 삶에 대입하니 그녀의 작품을 따로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 세 주인공 중 가장 나에게 인상 깊은 인물이다. 마지막 네번째 주인공 모윤숙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인물이다. 역사에 무지한 나조차 그녀가 위안부 동원에 앞장섰으며 이승만 비호 아래서 '낙랑클럽'이라는 밀실 요정정치에 관계되있다는 점, 적극적 친일인사이자 친미반공인사로 승승장구한 문인이라는 점을 안다. 이런 인물에 대해 굳이 '경성문인애사' '모던걸 모던보이'라는 전체적 주제에 같은 수식어를 같이 붙이고 싶진 않다. 앞서 세인물에 비해 임팩트도 떨어지며 문단의 수치인 인물을 굳이 실었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것을 제외하면 이 책은 술술 잘읽히는 편이며 나름의 재미도 있다. 이 책과 비슷한 작가의 전작 거장들의 스캔들도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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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경제 세계사 -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결정적 장면 35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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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밌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평소에 책을 읽을 때 시간을 공들여 오래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금방 다 읽었다. 책 제목은 거창하지만, 무겁고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세계사가 아니다. 쉽고, 가볍고, 잘 읽히는 포켓북같은 책이다. 무게감을 가지고 읽어내야 하는 전문학술적인 책이라기 보다는, 출퇴근에, 공부하다 말고 쉬는 시간에, 요리하고 나서 짬내서 읽는 잡문서에 가깝다. 각 챕터마다 한가지 주제로 얘기하지만 글 내용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한 가지의 통합적인 주제로 얘기한다기보다는, 시대별 나라별로 각기 다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사건마다 짧게 읽고 덮은채 다른 일 하다 다시 다른 챕터 읽으며 독서하기 쉽다. 무게감이 없으니 마음의 부담이 상당히 덜하다.

이 책은 경제서에 가깝다기보단 세계사에 가깝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까지 총망라해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각 챕터마다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식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경제적인 기본 지식이나 배경 지식이 전혀 없어도 무방한 책이다. 성인이 읽어도 유용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이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중고등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지식에 용이한 책이라 여겨진다.

저자가 신문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매일 받아보는 신문의 경제사적 잡담이나 경제사적 사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뭔가 사설을 모아서 거대한 틀안에서 '경제 세계사'로 묶어 낸 책같다. 글을 쉽고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셨다. 흡입력도 강해서 한번 책을 집으면 나도 모르게 술술 넘긴다. 우선 재밌다. 이해하기 쉽다.

아쉬운 점은 미시경제사에 대해 다루었다고 했는데, 그런 거창한 미시경제사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세계사의 한 사건들 한 주제들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는, 혹은 알려주는 잡문을 묶은 것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미시경제사라고 해서 각잡고 읽었다가, 약간 김빠진 느낌이다. 그러나 매우 쉽고 재밌어서 즐겁게 훅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평소에 세계사나 경제사에 관심이 많지만 시간이 없어서 잘 접근하지 못했던 성인들이나, 논술 세계사 경제 전반에 배경지식 쌓는 것이 필요한 중고등학생에게 이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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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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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작이다. 열정이빠진김빠진콜라랄까 다 늙어 생을 회고하는 회고록같다. 20대 30대에 썼으면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었을 것 같다. 젊은날 특유의 방황과 광적인 열의가 세월의 먼지에 많이 퇴색되어 그저 덤덤하게 쓰여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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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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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은 여러 경제학서나 사회학서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책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강남좌파>와 <보보스>에서 <유한계급론>에 대해 인용, 언급한 것을 보았다. 둘 다 한국, 미국의 신흥 좌파적 유한계급에 대한 분석을 한 책인데, 그 책들을 읽고 더욱 더 <유한계급론>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유한계급론>의 번역상 문제를 꼬집은 독자들이 많아, 읽기 주저하던 중 이렇게 현대지성에서 <유한계급론>을 새로 번역했다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중점은 유한계급이 과시적 소비와 경쟁적 소비를 통해 자신들의 경제적 계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피력한다.
태곳적 시절부터 야만 시절, 유사 평화 시절, 그리고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유한계급의 생성과 유한계급의 계급적 특성, 그들이 선호하는 직종, 소비를 역사적 순차적 순서에 따라 총망라한다.

인류 초창기 야만시절에는 유한계급과 노동계급이 성별적 특성으로 분화되었다. 유한계급은 생성적인 것에 대한  다스림에 종사하였고(군사, 정치, 종교, 사냥 등), 노동계급은 비생성적인 것을 다루는 것에 대해 종사하였는데 이것은 순전히 성별적인 차이에 의해 분업화된 것이다. 남자는 '천한 생산노동' '먹고 살기 위한 노동'으로부터 면제받아 군사, 정치, 종교, 사냥 등 목적성이 있는 것에 종사하였고, 여성은 '열등한 생산노동'에 종사하여 그들을 먹여살리는 하부구조 계급을 도맡아했다.

유사 평화 시절에 이르러 이것은 가부장적 특성으로 나타난다. 성별적 분업은 그대로 이어지지만, 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유한계급(남성)의 노예인 여성들이 일차적 여가와 소비를 누릴 수 있는 남성으로부터 그들의 여가와 소비에 대한 과시를 위해 대리적 여가와 소비를 누리도록 하였다. 여성들은 그들의 주인인 남성들의 경제적 계급의 과시를 위해 (비천한 여성 또한 그들의 주인의 물질적 혜택에 힘입어) 대리적 여가와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남성의 몸종, 하인들에게도 대리적 여가와 소비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과 하인에 대한 계급 상승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인인 남성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산업사회에 이르러 생산성이 더욱 향상됨에 따라 이러한 여성의 대리적 여가와 소비는 유한계급의 아내 뿐만이 아니라, 중산 계급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여성은 오로지 남성(주인)의 경제적 풍족함과 경제적 계급을 과시하기 위해 대리적 여가와 소비를 할 수 있는 대상이었으며, 그것을 과시할 수록 주인의 경제적 풍족성을 보여주는 것이 되었다. 여성의 매력은 초기 야만 시절의 건강하고 건장한 것에서 벗어나, 가느다란 허리, 전족 등을 통해 생산에 종사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고 가련해야만 매력이라는 것으로 변해갔다. 그런 가련함은 주인의 경제적 풍족함을 통해 생산노동에 종사할 수 없을 정도로 특권계층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매력이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유한계급의 과시적 여가와 소비, 또 그들의 종인 여성과 하인의 대리적인 과시적 여가와 소비는 인간에게 포기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동기이자 특성이다.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 그 때 그 때 생존하기 위해 금전을 취득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쟁하기 위해, 남보다 더 높은 계급이 되기 위해, 남보다 더 우월한 경제적 계급에 속하기 위해 금전을 취득하고자 (더욱더 전투, 공격적으로) 노력하곤 한다.
그런 금전적 계급, 유한계급의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간혹 생필품마저 포기하고 과시적 소비를 일삼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그 당시 주류경제학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겠지만, 요즘의 세상을 보면 그런 해석이 굉장히 일리가 있고 시대를 앞서간, 통찰력있는 해석으로 여겨진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 뒤 유한계급이 소비하는 품목에 대해 차근차근 짚고는-미술, 가구, 심지어 개, 고양이, 말조차-그런 모든 유한계급의 소비이력이 실용성, 필요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계급을 과시하기 위한 것을 보여주는 (실용성 없는)과시적 경쟁적 소비라고 일깨운다.
이러한 해석들은 유한계급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조롱이 들어있는 것이지만, 소스타인 베블런은 내내 '어떠한 도덕적 비판이나 비난 없이 단지 경제적으로 그들을 해석할 뿐이라고' '일견 다르게 오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오로지 경제적으로 해석할 때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을 쭉 읽고 있으면 그런 유한계급에 대한 해석이 '중의적'이고 '어떤 비난도 없는 것'이라고 읽어지지는 않는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유한계급론>의 장점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문장 중에 다소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거나 한번에 어떤 의미인지 잘 읽혀지지 않는 어려운 문장을 옮긴이가 괄호로 친절하게 예시, 설몀을 들어가며 해석을 했다는 것이다. 이게 뭔 의미인가, 하고 두 번 세 번 읽어야 어렴풋히 이해가 가는 문장을, 옮긴이의 해석을 통해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하고 빠르게 이해하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딱히 그 문장에 어울리지 않거나,
협소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해석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을 통해 좀 더 쉽게 유한계급론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기존의 <유한계급론>이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이라 엄두를 못냈는데, 정가 13800원이라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자가 뽑은 사회학서 순위에 2위가 <유한계급론>인 것을 보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32위이다) 반드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위대한 고전을 이번 기회에 읽어봐서 좋았다. 사회학이나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꼭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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