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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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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존함이야 뉴스를 통해서 많이 들어왔건만, 그냥 유명한 분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작년에 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를 읽고는 팬이 되었다. 

소제목 한편 한편의 글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 이어령 선생님이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한국인 이야기>를 구입했다. 앞부분을 보다가 바쁜 일들로 다 읽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접했다. 

그리고 얼마전 설날 연휴 동안 이 책을 읽었다. 하루에 다 읽었다. 우선 잘 읽혔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님의 생각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창조적인 정신이란 질문에서 온다는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나는 왜 그러지 못했나 돌아보는 지점도 많았다. 


나도 어릴 적에 왜 설명은 안 해주고 답만 외우라고 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수학 수업의 내용이었는데,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다들 왜라는 의문을 안 가질까? 그게 내겐 의문이었다. 그 수학 내용의 설명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수학 시간이었다. 적분을 알아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니 초등학생에게 설명할 수 없었겠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이 살면서 더러더러 생겼다. 그러다 답을 알 수 없기에 이건 알 수 없는 거구나 하고 그냥 지나가는 버릇이 조금씩 생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어령 선생님의 질문하는 능력, 이것이 창조성의 원천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면서, 또 천재란 절대로 별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해서 하시는 말씀에서 내 삶의 자세를 다시금 점검하게 되었다. 


김민희 작가는 이어령 선생님과 인터뷰하면서 밀당하는 모습을 글로써 재밌게, 성공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답변을 바로 안 하시는 것 자체가 하나의 답변임을 드러내는 능력도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는 물러나지 않고 다시 질문으로 공격한다. 이렇게 밀고 당기는 인터뷰 전개를 심하지 않으면서도 양념 같이 재밌게 적당히 치고 있다. 


오랫만에 하루에 300쪽이 넘는 책을 다 읽었다. 책을 덮으면서 참 충실한 시간 보내기였고, 나도 선생님처럼 창조적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이 책으로 이어령 선생님의 수많은 책들을 한꺼번에 일람한 듯한 생각도 들었다. 절대 그럴 수 없겠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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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평화와 종교를 말한다
하비 콕스.이케다 다이사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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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콕스는 세계적인 신학자이다. 전부터 <세속도시>나 <신이 된 시장> 등을 통해 공감하는 부분을 많이 제공했던 현대 지성의 신학자이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불교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와 만났다. 

전햐 다른 종교전통을 지닌 불교자와 만나 나눈 대담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여 이 책을 택하여 읽게 만들었다. 


대략의 소감은, 생각했던 다른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책을 평치기 전에는 기독교인과 불교인이 만나 서로의 종교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종교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가 태반이다. 


하비콕스 교수가 마틴 루터 킹 박사에 대해 얘기할 때엔 깊은 감동을 주었다. 

킹 박사는 그야말로 거인이었다. 비폭력을 내세워 나아가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시대 성인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비 콕스 교수에게도 삶에 위기랄까, 시련이랄까, 번민과 고난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가 가장 존경하고 따랐던 동 시대의 리더인 킨 박사가 저격 당하고, 케네디 대통령이 역시 총탄에 쓰러지고, 이어서 대통령 후보로서 열심히 지지했던 로버트 케네디마저 선거 유세 중 총탄에 쓰러진다. 그는 위대한 인물을 가차없이 쓰러뜨리는 미국 사회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어렵게 다시 일어선다. 


이런 이 시대 위인과 함께 했던 소중한 에피소드가 여기 저기 가득하다. 


이케다 박사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을 문화대은인의 나라라고 서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일본인이 이 시대에 살아 있다니! 충격에 가까운 만남이다. 

보통 사람은 사회의 틀을 벗어나 사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케다 박사는 일찌기 70년대에 이미 중국의 주은래 총리나 등소평을 만나고, 소련의 코시킨을 만나 중소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그 중재역할을 해낸다. 냉전의 한복판이던 시절에 미국에도, 중국에도, 소련에도 치우침 없이 좌우 이념을 초월하여 인간교류, 민중교류를 맺어간다. 


이런 행동은 관념만이 아닌 실천하는 지성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의 정신적 지주로서 인간혁명 사상을 넓혀온 인물이라니 이 분을 만났다는 자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선물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요즘, 진정한 우호와 교류를 위한 철학이 필요한 때, 누구라도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이 책이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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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Coding 프로그래밍 - 개념부터 처음 배우는 Hello Coding
Pope Kim 지음 / 한빛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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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넘어 컴퓨터 코딩에 대한 미련에서 개념이라도 알아보고 싶어 구입한 책이다. 이책은 코딩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는 사람이 가장 자연스럽고 빠르게 코딩을 이해하고 실제로 코딩작업까지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코딩의 개념을 처음으로 접하며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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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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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재미 있는 책이다. 학술서적이 아닌 듯하면서도 자신의 논거의 근거를 드는 작업에도 정성을 쏟아 부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 문화 전반에 대해 정말로 해박한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혜안을 얻지 못하면 쓸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병렬적 구조로 전개된다. 상호간에 유사성도 크게 없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18세기 중반의 프랑스 사회상이 종합적으로 떠오른다. 저자는 전혀 사료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자료에서 그 당시 사회상을 읽어낸다. 저자 스스로 각각의 자료는 그 시대 평균적인 상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언한다. 하지만 그 특정한 사료에서 그 시대상을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노드(node), 또는 모듈(module) 같다. 분절점들(node)은 서로 동떨어진 점들이지만, 선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그런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전개되지만, 그 시대 사회상을 하나의 종합상으로 종합시켜낸다. 이때 선들은 하나의 자료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른 자료를 언급하면서 생겨난다. 현대의 복합적인 작품들은 대개 여러 개의 완결적인 모듈이 모여 완성품을 이룬다. 이 책의 여섯 개의 이야기들도 이처럼 단편적이면서도 완결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러면서도 종합적인 작품을 향해 나아간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는 민담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시 민초들의 비참함이 절로 전해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견습공 노동자가 남긴 고양이 학살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고양이 학살이 아니라 중층적 의미를 갖고 있음에 저자의 안목에 놀라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한 부르주아가 행진을 묘사한 내용에서 그 시대의 여러 계층의 위상과 부침을 얘기한다. 네 번째 이야기는 한 경찰 수사관이 작성한 저자 기록서를 살피면서 당시 활약하던 계몽사상가와 그들에 대한 수사관의 인식을 해부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백과전서파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식을 체계화 시키려고 하면서 신학적 세계관을 몰아냈는지 잘 보여준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루소를 읽었는지 보여준다. 여섯 개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면서도 결국에는 하나로 모이고 있다. 저자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당시 시대 상이 어떠했다는 얘기를 섣부르게 결론 짓지 않는다. 오히려 곳곳에서 반대로 이야기한다.

이런 종합적인 얘기 전개를 보면서 이것이 결합의 사회학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역사학자이고 18세기 중반의 프랑스 시대상을 밝혀냈기에 결합의 역사학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대개 학술 서적이나 저술은 평균적인 모습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시도를 비웃고 있는 듯하다. 평균적인 시대상과 사회상을 찾아내어 그것을 정식화시키는 것이 학자들의 몫으로 알아왔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신선한 충격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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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방랑!

서문에서 지은이인 황인준 천체사진작가님은 오랜 세월 밤하늘에 매료되어 내 인생 모두를 별빛과 맞바꾸었습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이 대목이 왠지 강렬한 인상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내 인생 모두를 걸었다고 얘기하는 책이라면 뭔가 묵직한 게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 기대에서 이 책을 한 글자도 빼 놓지 않고 천천히, 사진과 설명글, 에피소드를 쫓아가며 읽었습니다. 최근 알게 된 천천히 읽기’(Slow reading) 기법을 활용하며, 모르는 지명이 나오면 구글 지도에서 그 지명을 찾아보고, 지구상 어디에 위치한지, 그 곳 풍경은 어떤지 구글 지도에 나오는 사진과 로드뷰를 확인하면서, 작가와 함께 여행을 따라간다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렇게 천천히 읽기를 하다 보니, 마치 작가와 동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중국 신장성 이우에서 일식을 관측할 때의 장면은 정말 제게도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잠깐 그 대목을 소개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사물이 어둠에 묻혀갔습니다. 손은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지만 눈은 아득히 펼쳐진 태양에 고정되었습니다. 태양이 달 뒤로 완전히 숨었다가 다시 빠져 나오며 2차 다이아몬드 링을 만들 무렵에는 모두가 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조용히 키스하는 노부부도 있었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으며,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태양이 달 뒤로 완전히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 그 짧은 1 57초는 30여 년의 천체 관측 경험을 무색케 할 정도로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숨이 다할 때까지 어디라도 따라가 일식을 느끼고 또 사진으로 남기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중략)

이 극적인 천문 사건은 인간의 미약함과 우주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일깨워 줍니다. 찬란한 코로나의 검은 태양과 메마르고 황량한 지구의 아름다움∙∙∙∙∙,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감동에 빠져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저도 이 대목을 읽으면서, 책에서나마 일식원정대에 동참하여 따라왔던 참이었기에 한 순간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이 광활한 우주 속,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서 일식 현상을 통해 우주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이 책에 한없이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책은 이어서, 오로라 관측과 남천이 펼쳐진 호주에서의 관측 경험과 사진, 태양계 가족인 태양, , 혜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관측과 사진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는 태양계를 넘어 우리 은하 내의 성운과 성단 사진들로 한 단계 도약합니다. 푸른 빛깔로 아름다움을 뽑내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시작으로 많은 성운, 성단이 펼쳐지는데 여기서부터 작가의 천체사진 실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안시 관측을 주로 하는 제겐 천체사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며,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한 설명에서 천체사진 찍는 기본 개념도 덤으로 얻습니다. 분명 대단한 노력의 결과로 얻게 되는 사진임을 생각할 때, 쉽게 위대한 역사와 작품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다시금 배웁니다.

이제 별빛을 따라 가는 작가의 방랑은 드디어 우리은하를 넘어 외부 은하로 나아갑니다. 촬영 대상들도 천만광년, 2천만광년, 3천만광년, 4천만광년 거리로 점점 멀어집니다. 사진의 대상 중 가장 먼 은하는 5 1천만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이 책에 잔잔하면서도 제게 깊은 감동을 준 내용은 마지막 장인 기억 속의 별풍경에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과 살아오면서 느낀 밤하늘에 대한 선명한 기억을 떠올리며 네 개의 별 풍경으로 그때의 얘기를 전해줍니다. 아주 어릴 적,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기 이전에 멍석을 깔고 누워 밤하늘의 별이며 은하수를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던 시절의 얘기를 읽을 때는,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한 없는 부러움을 느낍니다.

밤하늘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황 작가님이 천체사진의 대가로서 이런 책을 한 권쯤 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 혼자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35년간의 천체관측과 사진으로 살아온 경험 전부가 녹아들어갔다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자연히 일었습니다. 사람은 가치 있는 것을 남과 나누는 가운데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생겨난다고 느꼈습니다. 작가님이 책을 내기 위해 들였을 공을 생각하니 감사하고, 이런 책을 내준 사이언스북스에 감사하고, 서평 이벤트의 제공해준 출판사와 관계자에게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황 작가님은 천체사진작가로서만 아니라 글 쓰는 작가로서도 소질이 있어서 글이 늘어지지 않고 간결하게, 잔잔하게 나아가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해 주었습니다. ‘별빛방랑과 함께 별빛 여행을 떠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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