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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평화와 종교를 말한다
하비 콕스.이케다 다이사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19년 9월
평점 :
하비 콕스는 세계적인 신학자이다. 전부터 <세속도시>나 <신이 된 시장> 등을 통해 공감하는 부분을 많이 제공했던 현대 지성의 신학자이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불교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와 만났다.
전햐 다른 종교전통을 지닌 불교자와 만나 나눈 대담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여 이 책을 택하여 읽게 만들었다.
대략의 소감은, 생각했던 다른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책을 평치기 전에는 기독교인과 불교인이 만나 서로의 종교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종교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가 태반이다.
하비콕스 교수가 마틴 루터 킹 박사에 대해 얘기할 때엔 깊은 감동을 주었다.
킹 박사는 그야말로 거인이었다. 비폭력을 내세워 나아가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시대 성인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비 콕스 교수에게도 삶에 위기랄까, 시련이랄까, 번민과 고난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가 가장 존경하고 따랐던 동 시대의 리더인 킨 박사가 저격 당하고, 케네디 대통령이 역시 총탄에 쓰러지고, 이어서 대통령 후보로서 열심히 지지했던 로버트 케네디마저 선거 유세 중 총탄에 쓰러진다. 그는 위대한 인물을 가차없이 쓰러뜨리는 미국 사회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어렵게 다시 일어선다.
이런 이 시대 위인과 함께 했던 소중한 에피소드가 여기 저기 가득하다.
이케다 박사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을 문화대은인의 나라라고 서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일본인이 이 시대에 살아 있다니! 충격에 가까운 만남이다.
보통 사람은 사회의 틀을 벗어나 사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케다 박사는 일찌기 70년대에 이미 중국의 주은래 총리나 등소평을 만나고, 소련의 코시킨을 만나 중소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그 중재역할을 해낸다. 냉전의 한복판이던 시절에 미국에도, 중국에도, 소련에도 치우침 없이 좌우 이념을 초월하여 인간교류, 민중교류를 맺어간다.
이런 행동은 관념만이 아닌 실천하는 지성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의 정신적 지주로서 인간혁명 사상을 넓혀온 인물이라니 이 분을 만났다는 자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선물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요즘, 진정한 우호와 교류를 위한 철학이 필요한 때, 누구라도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이 책이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