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정말 재미 있는 책이다. 학술서적이 아닌 듯하면서도 자신의 논거의 근거를 드는 작업에도 정성을 쏟아 부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 문화 전반에 대해 정말로 해박한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혜안을 얻지 못하면 쓸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병렬적 구조로 전개된다. 상호간에 유사성도 크게 없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18세기 중반의 프랑스 사회상이 종합적으로 떠오른다. 저자는 전혀 사료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자료에서 그 당시 사회상을 읽어낸다. 저자 스스로 각각의 자료는 그 시대 평균적인 상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언한다. 하지만 그 특정한 사료에서 그 시대상을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노드(node), 또는 모듈(module) 같다. 분절점들(node)은 서로 동떨어진 점들이지만, 선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그런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전개되지만, 그 시대 사회상을 하나의 종합상으로 종합시켜낸다. 이때 선들은 하나의 자료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른 자료를 언급하면서 생겨난다. 현대의 복합적인 작품들은 대개 여러 개의 완결적인 모듈이 모여 완성품을 이룬다. 이 책의 여섯 개의 이야기들도 이처럼 단편적이면서도 완결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러면서도 종합적인 작품을 향해 나아간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는 민담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시 민초들의 비참함이 절로 전해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견습공 노동자가 남긴 고양이 학살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고양이 학살이 아니라 중층적 의미를 갖고 있음에 저자의 안목에 놀라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한 부르주아가 행진을 묘사한 내용에서 그 시대의 여러 계층의 위상과 부침을 얘기한다. 네 번째 이야기는 한 경찰 수사관이 작성한 저자 기록서를 살피면서 당시 활약하던 계몽사상가와 그들에 대한 수사관의 인식을 해부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백과전서파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식을 체계화 시키려고 하면서 신학적 세계관을 몰아냈는지 잘 보여준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루소를 읽었는지 보여준다. 여섯 개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면서도 결국에는 하나로 모이고 있다. 저자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당시 시대 상이 어떠했다는 얘기를 섣부르게 결론 짓지 않는다. 오히려 곳곳에서 반대로 이야기한다.

이런 종합적인 얘기 전개를 보면서 이것이 결합의 사회학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역사학자이고 18세기 중반의 프랑스 시대상을 밝혀냈기에 결합의 역사학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대개 학술 서적이나 저술은 평균적인 모습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시도를 비웃고 있는 듯하다. 평균적인 시대상과 사회상을 찾아내어 그것을 정식화시키는 것이 학자들의 몫으로 알아왔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신선한 충격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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