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혹시 공포소설인가? ..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스미노 요루님인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작가님이라고 하네요. 사실 이 책은 읽어본적 없지만 들어본기억이 있거든요. 호기심이 생겨 신청해 보았습니다. 거의 마지막까지 읽어서야 왜 책 제목이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로 지으셨는지 알 것 같아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20명 가까이 되지만 극을 이끄는 주요 인물은 이토바야시 아카네, 우키와 아이, 고토 주리아, 우메무라 다쓰아키 입니다.

이토바야시 아케네는 극 중에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로 화목한 가정속에 친한 친구들 그리고 방과 후에는 아르바이트까지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할게 없는 발랄한 소녀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면의 어떤 결핍이 자꾸 그녀를 힘들게 하는데..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죽고 싶다는 상반된 괴로움이 그녀를 힘들게 합니다. 읽으면서 얼마 전에 리뷰한 '인간실격'의 요조가 떠오릅니다. 여유 있는 집안에 태어난 그는 호감형으로 겉으로는 광대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려 들지만 .. 자신 내면의 결핍에 자꾸 추락하는 주인공이 자꾸 묘하게 겹치는데, 일본 문학 특유의 색깔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 속 아카네는 자신과 닮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소녀의 행진'에 빠져 있으며, 우연히 길에서 또 다른 등장인물인 아이 (소설 속 인물)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 인연이 됩니다. 그녀는 소설 속에 주인공처럼 아이 (실제 인물)와 그 상황을 따라해 보는데..

아카네가 자신을 소설 속의 주인공에 기대어 겨우 버티는 거와 달리 우키와 아이는 굉장히 솔직한 사람으로 그려져 그 대비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집착이 강한 아카네의 소꿉친구인 다쓰아키, 아이돌 그룹의 멤버 중 한 명인 고토 주리아. 그녀 또한 아이돌이라는 환경에 본연 자신을 보이는 것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 줄 캐릭터와 그것을 뒷 받침 해줄 스토리 만들기에 공을 들입니다. 그녀들은 본인 내면을 감추어 가면을 쓰기도, 또 그런 현실에 괴로워 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전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소설이 술술 읽혀 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공감하기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중간중간 등장인물의 세심한 심리묘사와 감각적인 문장등 특유의 매력이 전해져 조금씩 읽어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에 마지막 장을 읽게 되네요. 그 매력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받고 싶어."..."사랑받고 싶은 기분에 갇혀 있어, 나는."- 502쪽

"너의 그 갇혀버린 괴로움을 어떻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네 배를 갈라봤자 안에서 진짜 네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인형 탈도 아니고."- 5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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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