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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온 고전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때마다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고전에 관심이 생겨 몇 권 사두기도 하였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표현에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어느 리뷰에 '인간실격'을 소개한 글을 읽는 적이 있는데 한번 찾아 읽어봐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좋은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막상 다 읽고 니니 허무함이 밀려오고 삶과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되는데요,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일본이며 알다시피 이 시기에는 세계 어느 누구든 다들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에 반해 주인공은 너무나 부유한 집안 환경과 인품 좋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람마다 내색할 수 없는 아픔이 있겠지만 주인공에겐 어떤 내적 결핍이 있기에 일생을 고통과 방황으로 끝을 내는 것일까 고민하면서 읽어 보았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작가님이 다자이 오사무님인데 그의 이력이 소설의 주인공과 흡사합니다. 실제 다자이 오사무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 '인간실격'은 그의 자전적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불안과 후회 그리고 자책,
뫼비우스 띠처럼 계속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배경만 다를 뿐 누군가의 벗어나고픈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설은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문과 후기를 읽어보면 어느 소설가가 우연히 찻집 마담에게 노트 세 권과 세 장의 사진을 건네받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것들은 요조의 것입니다. 그리고 소설은 요조의 수기로 1인칭 시점에서 바라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광대 짓입니다. ㅡ20쪽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을 두려워하지만, 그 관계를 끊을 수 없어 생각한 일이 노상 시시덕거리며, 낙천성을 위장하여 점점 우스꽝스러운 괴짜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광대라는 가면은 두렵고, 어색한 분위기를 견딜 수 있게 만듭니다.

여자들은 분명 너한데 반할 거야 ㅡ39쪽
처음으로 그의 가면을 알아챈 친구 다케이치가 한 말입니다. 물론 아부성 말이지만 정말 그의 말이 예언이라도 되는 걸일까요.. 여자들은 그의 호의를 사려 애를 썼고 그는 그런 여자들의 그늘에 의지하면서 살아갑니다.
진짠가? ㅡ 86쪽
카페에서 일하는 쓰네코라는 여자와 충동적으로 투신자살을 합니다. 그리고 여자는 죽고 그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죠. 그가 각혈하는 연기를 하자 그의 담당 검사가 한 말입니다. 그의 가면을 간파한 사람은 어릴 때 친구 다케이치 이후로 처음입니다. 실제로 '인간실격'을 발표한 1948년에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연인과 강에 투신, 39세의 나이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합니다.

인간, 실격. ㅡ 153쪽
인간, 실격 그가 그 자신에게 내린 판결입니다. 방황과 자책 그리고 알코올과 모르핀 중독 .. 정신병원 입원. 한없이 아래로 추락하는 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가 그에게 내린 단호한 판결 ..폐인 그리고 인간 실격.
솔직히 책을 두번이나 읽어도 그의 내면을 다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자신을 오롯이 내세우지 못하고 광대라는 가면에 자신을 감춘 그. 타고난 환경은 부유했지만 그의 결핍은 채워지지 않았나..그런 생각이 듭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작가님의 생일이면 (강에서 죽은 그를 건져 올린 날이기도 합니다. )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묘지에 새겨진 그의 이름에 앵두를 박고 술을 병째 부으며 그를 기린다고 합니다. 작가님 작품을 좀 더 찾아 읽어봐야 겠습니다.

#북유럽#인간실격#다자이오사무#열림원
북유럽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