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소설이 좋아서 책으로도 오디오북으로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즐겨 하는 스타일이 생겼는데.. 중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한국 작가님이 쓰신 글이 제 취향에 맞더라고요.^^ 오후에 읽기 시작해서 새벽이 다 되도록 흠뻑 빠져 읽었네요.

 

마지막 장에는 '벌써 이렇게 끝난다고? .. 명주와 준성은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책을 쉽게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은이는 문미순 작가님이시고요, 2013년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으며 2023년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치매 그리고 간병..

생각만 해도 가슴 어딘가가 짓눌려지는 게 느껴집니다. 주위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막연하게 두렵기만 합니다.

명주는 50대 이혼녀로 엄마 치매 간병을 하기 위해 13평 오래된 임대 아파트로 오게 되지만 갑작스레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사망 신고 대신 시신을 집안에 은닉합니다.

그 이유는 엄마 이름으로 매달 들어오는 연금 1,006,860원 때문에 입니다.

자책감과 불안감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지만 그녀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어디서 부터 그녀의 삶이 잘못되었을까요? 보수적이며 돈 쓰는 걸 무척 싫어한 아버지 그리고 투자실패 .. 남동생의 안타까운 사고...

그런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 했지만 이혼.. 이후 백화점 근무부터 콜센터 직원, 급식조리원 까지 닥치는대로 일을 했지만 ...

그녀에게 남은건 빚 2천만원과 사채 그리고 화상으로 인한 불편한 발 뿐입니다.

인생은 그렇게 돌고돌아 그토록 싫어하던 이 집에 그런 아버지가 들어놓은 연금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허한 마음에 몇 년간 연락이 끊긴 딸을 만나보지만 너무나 영악해진 그녀는 명주의 삶을 갉아먹기만 합니다.

옆집 702호 사는 준성은 스물여섯의 건실한 청년입니다. 그는 뇌졸중 후유증에 알코올성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갑니다.

낮에는 병간호를 하고 밤에 대리운전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현실은 그에게 잔인하기만 합니다.

소설은 50대 명주와 20대 준성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읽다 보면 내가 명주가 되고 준성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사체은닉, 연금 부정수령이라는 죄 앞에서도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치매와 간병 , 빈곤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엔 역 부족입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닥치는 매서운 겨울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가면서 삶의 방식을 조금씩 깨달아 갑니다. 소설의 엔딩이 열린 결말이라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는 독자의 몫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슴속에는 오라고, 어떤 운명도 상대해 줄 테니 오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었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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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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