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 네오픽션 ON시리즈 11
박해수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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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좀 으스스해 보이시나요? 제목이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입니다. 타이틀마저 섬뜩함을 안겨주는데요.. 기괴하면서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박해수 작가님이시며 40세 이후로 SF 글쓰기 교실을 다니며 글을 쓰기 시작하셨고, 르 클레지오를 비롯한 프랑스 소설과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백진스키의 그림을 좋아하며, 무서운데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십니다. 소설을 통해 자신만의 거대하고 괴기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SF,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등 일곱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었으며 인간의 탐욕과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예상치 못한 스토리 구성에 몰입하여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한동안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현대인에게 집은 어떤 존재일가요?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 속에서 집 소유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 갑니다. 더 이상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처녀귀신이나 홍콩 강시는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다달이 내야 하는 대출 이자나 갑작스레 인상된 전셋값이 두렵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월세 때문에 살아야 하는 '블랙홀 오피스텔 601호',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지하 수백 미터에 지어진 천삼백하우스에 입주하려는 해원의 이야기 '세컨드 헤븐, 천삼백 하우스',

여러곳에서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한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때'....

세 작품 다 현대인의 집에 대한 열망을 공포로 그려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인공지능, 로봇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범인은 로봇이 분명하다',

주인공 '해수'가 등장하는 '몰락한 나무들의 거리'에서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가 그려집니다. 소수인들의 대한 차별과 차가운 시선, 그리고 그들의 외롭고 고독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현재 창작활동에 임하시는 작가님의 마음이 작품에 반영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신의 사자와 사냥꾼'에서는 그토록 혐오하던 것에 탐닉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때 홍대라고 불리던 곳에서' 주인공은 높은 치사율을 가진 바이러스 때문에 텅빈 오피스텔에서 홀로 3년 동안 지냅니다. 주인공은 두려움과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의 시간을 보냅니다.

실제 지난 약 2년 동안 코로나 19시대로 최악의 취업률을 보여주었으며 외출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제ㆍ사회적 현상이 작품에 녹아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분명 잔혹스럽고 공포스러움을 자아내는 소설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아니여서 신선했습니다.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예측하기 힘든 이야기 전개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뛰어난 상상력을 가미한 매혹적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나의집이점잖게피를마실때#박해수#네오픽션#호러#미스터리#SF#판타지#이토준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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