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이의 숙제, 어린이 소설

명숙이의 숙제 ㅣ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책 소개란을 읽고 신청해 둔 도서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명숙이의 숙제`입니다.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읽으려 했지만 .. 한장 한장 넘기다 책 한 권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

읽는 내내 명숙이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지는듯해요. 따뜻한 그림체와 작가님의 글이 긴 여운을 줍니다.

이 소설은 작가님의 친 언니의 삶 (1970대 당시 열 살 )을 모티브로 쓰셨다고 합니다. 이제 보니 `지우개 따먹기 법칙`, `왕 주먹 대 말 주먹` 작품의 작가님이시기도 하네요 .^^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신림동 천막촌입니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무작정 서울로 와 흙집을 짓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동네입니다.

명숙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 아버지와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노름에 빠져 돈 버는 일이나 살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새어머니는 아침 꼭두새벽부터 돈 벌러 밖에 나갑니다.

열 살 남짓한 명숙이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갓 태어난 아이 돌보기부터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지만..

이런 힘든 일보다 명숙이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명숙이를 따뜻하게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입니다.

명숙이의 따뜻한 쉼이 되어준 언니는 청계전 평화 시장 공장에 일하러 가서는 몇 달째 소식이 없습니다.

전해 들은 말에 따르면 공장 생활이 굉장히 열악한 듯 보입니다. 언니라고 하지만 그녀 역시 너무 어린 소녀입니다. 명숙이도, 언니도, 아이를 낳은 지 보름도 안 돼 장사를 나가야 하는 새엄마도 그때 그 시절 여자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네요.

어린아이가 혼자 갓난이 (진주)를 돌보지만 도와주는 이가 한 명도 없습니다. 아이를 업고 기저귀를 빨러 우물까지 가는 게 버거웠던 명숙이는 이웃집 펌프를 몰래 사용하다 주인 할머니에게 쫓겨납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 몰래 건빵을 훔쳐 달아나 동생과 나눠먹기도 합니다.

배고플까 봐 먼저 아기 입속에 건빵을 넣어 주는 명숙이의 모습에 눈 시울 이 붉혀졌습니다. 언니에게 받은 사랑을 갓난 동생에게 전해주는 모습이 뭉클했어요. 읽으면서 착하고 영특한 명숙이가 이런 생활을 하는 게 너무 가엽고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이런 명숙이의 소원은 단 한 가지!! 학교에 가기입니다. 다음 주에 학교에 가지 못하면 퇴학입니다. 맘씨 좋은 담임선생님은 육성회비를 대신 내주셨지만 진주를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과연 명숙이는 다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까요?

1970대가 배경인 소설입니다. 풍족하게 살아온 요즘 아이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생활이죠. 책을 읽다 보니 어렴풋 들었던 엄마의 옛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시절 명숙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하지만 언제나 씩씩한 명숙이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명숙이에게는 오늘이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날, 또 새로운 날들이 책장처럼 펼쳐져 있으니깐요.

 ..밝을 명을 봐라. 여기 앞에 있는 한자는 날 일이여. 이건 해를 뜻하고, 뒤에 있는 월은 달을 뜻 혀. 그니께 밝을 명에는 낮에 뜨는 해와 밤에 뜨는 달이 함께 있는 거여. 그러니 그 빛이 을매나 밝겠냐." - 64쪽?

"숙자는 무슨 뜻이에요?" "맑고 깊다는 뜻이지."-66쪽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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