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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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완독 25/ 에세이]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나이즈미 렌. 최미혜 옮김. 애플북스.

몇 년 전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2013, 은행나무)라는 책이 ‘행복한 사전’(2014)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책을 사랑하는 순박하고 성실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그 영화. - 영화보단 책의 깊이가 좀 더 좋았다. - 상영 기간이 짧았던 걸 보면 출판과 관계된 이야기 같은 건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나 보다.

‘서재 결혼시키기’(2002, 지호)는 한 남녀가 오랜 시간 연애를 하고 드디어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서 ‘책’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책의 취향과 배치 정리 등 두 사람이 함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책이라는 매개체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서재’의 ‘결혼’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웠지만, 그 책에 나온 ‘책 속의 책’들을 많이 알지 못해 공감의 깊이가 덜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소재로 다룬 책이 종종 나온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 10명 중 2~3명 정도인데, 그들 중 1명 정도만 겨우 읽는 책을 다룬 책들. 인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책을 읽는 인구가 적으니까 책 속의 책 따위 관심이 없을 수밖에.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쓰는 작가의 글쓰기
다른 나라의 책을 소개하는 에이전트
교정과 교열
서체
디자인
종이
활판인쇄와 활자
제본, 제본 문화

책과 관련된 모든 일과 모든 순간에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쌓여가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책을 만드는 과정과 참 잘 어울린다. 기술의 발전으로 책과 관계된 많은 직종이 사라졌다. 이제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책이 출간되고 있다. 장인의 손으로 낱자 글자를 새기고, 교정하고 정교한 교열을 보진 않지만 그래서 예전보다 더욱 간편하고 쉽고 빠르게 생산된다. 그래서 양질의 글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책을 만들었던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싶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있는지, 읽는 내내 행복했다.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적은 부수라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권, 그 사람에게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권을 만들려고 할 때 제본 기술이 잊혀진다면 책을 둘러싼 소중한 세계는 사라져버릴 겁니다. 거기에는 아직 심오하고 우리 마음에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266)

인간은 풍부한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한 후에는 꾸준히 계속하려 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마음껏 살리려고 궁리합니다. 저는 그런 세계를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려고 해요. 제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써온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계속 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게 그 사람의 마법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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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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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4/ 소설] 시월의 저택. 레이 브래드버리. 조호근 옮김. 폴라북스.

특이한 등장인물, 짧고 빠른 전개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속도감에 몰입하여 술술 읽어나갔지만, 많은 등장인물과 빠른 전개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새로운 장면과 앞뒤의 인과관계가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굉장히 유명한 작가의 신작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소설 공포증’ 덕분에 경직되어 리뷰와 작가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책을 다 읽고 곱씹을 거리를 되새김질하면서 보는 것인데, 도대체 이해하기가 어려워 작가 이력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저자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1)는 70여 년 간 약 3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쓴 ‘단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미국 작가이다. 서정적 과학소설의 대가로 SF의 음유시인으로 4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1949년 전미 판타지 최우수 과학 소설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그의 이름을 딴 ‘9766 브래드버리’라는 소행성도 존재할 만큼 SF 문학을 주류 문학으로 끌어올린 전설의 거장이다. (책 소개, 네이버 인명사전 참고)

빠르게 많이 쓴 저자의 이력에 비하면 ‘시월의 저택’은 1945년 처음 집필에 착수하여 2000년 작업을 끝낸 아주 오랜 시간이 담긴 소설이다. 어린 시절 고모와 삼촌, 조부모와 보낸 핼러윈의 경험을 책으로 남기겠다 생각하여 20대 초반부터 ‘기이하고 이상한, 흡혈귀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가족’이라는 착상으로 집필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출판사와의 관계 등 여러 문제로 출간될 수 없었고, 2000년에 드디어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작가의 말 참고)

저자의 이력과 책이 쓰여진 배경을 알고나니 책 내용 자체에 몰입하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느껴야 할 소설을 ‘분석적 읽기’로 읽으며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 경직된 긴장을 내려놓으니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글의 마술사처럼 술술 흘러감이 신기하여,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좀 더 어릴 적, 좀 더 머릿속이 말랑말랑할 때 이런 부류의 책을 읽었더라면 책 읽기와 소설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재미있는 분야의 책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쉽고 가볍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책을 종종 읽고 싶다. 영어를 잘 안다면 번역본이 아닌 원서도 도전해보고 싶다.


“태어난 후로 나는 한 번도 죽지 않았다네. 위태롭기는 해도 죽지는 않았지. 온 세상 문의 경첩에 기름칠을 하더라도, 언제나 기름칠 되지 않은 문 하나, 경첩 하나만은 남아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곳에서 하룻밤, 1년, 또는 한 사람의 일생 동안 잠들어 있곤 했지. 이런 식으로 나는 자신만의 언어를, 지식의 보고를 지닌 채 대륙을 건너 자네들과 함께 쉴 수 있게 된 거라네. 이 넓은 세상의 모든 열리고 닫히는 존재들의 대표로서 말이야. 내가 쉬는 장소에는 버터도, 윤활유도, 베이컨 껍데기 기름도 바르지 말게나.”
부드러운 웃음이 뒤를 이었고, 모두 그 웃음에 동참했다.
“우리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티모시가 물었다.
“바람도 공기도 필요로 하지 않은 이야기꾼의 종족이라고 적어라. 한낮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라고.”
“다시 말씀해주세요.”
“천국의 문에 들어가기 위해 도착한 죽은 이들에게, ‘살아 있는 동안 그대는 열정을 알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작은 목소리라고 적어라. 만약 답이 ‘그렇다’라면 그는 천상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 지옥에서 불타오르게 될 것이니.”
“여쭈어볼 때마다 답이 길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테베의 목소리’라고 적어라.”
티모시는 끄적이다 말고 물었다.
“‘테베’는 철자가 어떻게 되죠?”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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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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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3/ 사회과학] 나르시시스트 리더. 배르벨 바르데츠키. 이지혜 옮김. 와이즈베리.

늘 잘난 척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뽐내고 싶어 하며,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경쟁적인 사람. ‘거만하다, 재수 없다’는 다양하고도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

출처) 정신의학신문 : 신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이 특성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닌 것, 숨기고 싶은 치부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씩 지니고 있지만 과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부정적인 방향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혹은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36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미국과 독일에서의 연구 활동을 통해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 현재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조직과 사회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 소개 참고)


자아존중감이 강한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지지하고 다독이며 위로할 줄 안다. 이들은 또한 믿음직스러운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다만 이들에게도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은 중요하다. 애정 어린 관심과 존중, 소속감이 결핍되면 위축되고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 반면에 부정적인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끊임없이 타인에게 인정과 확인을 받으려 하며, 이에 집착한다. (20)


내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지만, 숨기고 싶은 나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는 나르시시즘. 건강하지 않은 나의 자아가 활동할 때 드러나는 모습을 들킨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어 설명한다. 안하무인식 태도에서 비치는 모습, 불편하고 거북하지만 미국이 아닌 내 주변에도 존재하는 이런 사람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지닌 탓에 자아상을 확인받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과 경탄을 얻으려 든다. 또한 기분이 쉽게 상하는 탓에 상대방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든지 하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심사가 뒤틀린다. 이를 자신에 대한 비하나 비판이라 여기고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적 균형을 되찾는 일,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불편한 기분을 표현하는 일에 전혀 소질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거나 파멸시키려 든다. (121)

‘나르시시스트’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개인적 경험을 가진 특정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15)



짐바르도는 '평범한'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루시퍼 효과'라 불렀다. (128)
짐바르도는 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빈곤, 양육 과정에서의 애정결핍, 폭력의 체험, 비인간화, 전쟁, 고문, 집단학살, 여성 인신매매, 냉담함. 악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나 사소한 사실 왜곡, 정의에 대한 부정같이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130)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트럼프’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KBS 드라마 ‘흑기사’ 속 주인공, ‘서린’이 떠올랐다. 그녀의 어떤 경험이 그녀를 악녀로 만든 것일까,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 드라마가 끝난 아쉬움보다는 서린에 대한 연민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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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업! WAKE UP! -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삶에서 벗어나기
크리스 바레즈-브라운 지음, 황선영 옮김 / 책만드는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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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2/ 자기계발] 웨이크업 wake up! 크리스 바레즈-브라운. 황선영 옮김. 책 만드는 집.


wake up!
무엇으로부터 깨어있으라는 걸까?
지지부진한 현재의 삶에서 당장 깨어나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된 책, 웨이크 업은 조금은 특별한 책이다.

저자 크리스 바레즈-브라운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강연자이며 사업을 하는 비트족이다. 그는 약간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모든 사람이 완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고 사회화되면서, 타고난 훌륭한 면모와 점점 멀어지고 우리의 본모습과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책 소개 참고)

우리가 대체로 매일 조금 더 깨어 있고 무의식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10)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한 부분을 다루는 이 책은 오묘하다. 5-6-7 방법으로 숨쉬기, 알지 못하는 길을 찾아가 길 잃어 보기, 종이비행기 접기 등 쉽고 간단하며 엉뚱한 수십여 가지의 '웨이크 업'할 수 있는 비법을 제시한다. 한때 사이비 종교처럼 맹신하던 'secret', 그 책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 '웨이크 업'을 쉽게 느끼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놀이 같기도 하고, 심리 치유 기법 같기도 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읽다 보면 너무나 단순하고 간단하여 반나절만에 후딱 읽어낼 수 있는 깊이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순식간에 읽어내기엔 아깝다. 모든 자기 계발서 책들이 그렇듯이 '웨이크 업'도 실천하지 않으면 존재가 희미해진다. 하루에 한 장씩 일주일에 한두 번, 꾸준히 이 책 구석구석을 읽으며 실천하면 일상의 작은 행복과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이 가는 대상과 교감할 때,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에 더 의식적으로 신경쓰게 된다. (73)


인생의 순간순간에 깨어있기란 쉽지 않다. 모든 순간에 의미 부여하듯 깨어있을 필요도 없고.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 지치고 무기력해진 순간이 찾아온다면 '웨이크 업'을 펼칠 것이다. 가볍디가벼운 이 책은 어느 문학작품처럼 내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진 않지만,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아주 작은 기쁨 건네주었다. 이만큼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행복한데,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가볍지만 무거운 책
지친 나를 위로하는 책
순간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는 책
내게 '웨이크 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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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대중화 전략 Dahal Art Book 다할 아트 북
고동연 지음 / 다할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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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21 / 예술] 소프트 파워에서 굿즈까지. 고동연. 다할미디어.

전후 미술사와 영화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고동연의 신간,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는 동아시아 현대 미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 미술의 동향을 심도 있게 다루기에 미술 월간 잡지 특집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본의 로컬 미술, 일본식 대안공간, 중국의 실험예술, 중국의 오브제와 공간, 한국의 특별한 ‘종로’라는 공간, 한국의 2세대 대안공간 등 동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프트 파워’라는 단어가 정부 주도의 위로부터 아래로 퍼져가는 정책방향성을 상징한다면, ‘굿즈’라는 단어는 아래로부터 순수 예술계의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경제적인 자립의 문제가 대두된 역사적 배경을 가리킨다. (20)

저자는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정의할 수 없는 광범위함을 ‘소프트파워’와 ‘굿즈’로 표현하며, 여러 미술계 현상에 대해 ‘기사’처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자라(zara)에서 종종 옷을 산다. 내가 자라를 즐겨 찾는 이유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브랜드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기 마련인데 자라는 spa 브랜드로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빠르게 생산되고 진열되기에 쇼핑을 하려고 마음먹을 때에는 자라 쇼핑을 즐긴다. 그렇게 다양한 옷을 입어보지만 정작 내가 선택하고 쇼핑한 옷의 스타일은 비슷하다. 나는 ‘내 옷’ 같은 것을 사 온다. 그래서 아무리 자라에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있더라도 내가 선택한 옷은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이 책은 자라 매장에서 내 옷 같은 것을 선택하는 ‘나’ 같다. 책 한 권으로 현대 미술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저자 고동연이라는 사람의 관심사는 알 수 있었다. 내 옷장에서 나라는 사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도 현대 미술계를 대하는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저자만의 비판적 시각으로 동아시아 현대 미술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설명한 점은 흥미로웠지만 이것은 저자 고동연의 시선일 뿐, 이것이 현대미술의 전부는 아니어서 전반적인 현대미술의 동향을 알고 싶었던 나의 호기심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진 않았다. 그 점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중국의 실험 예술, 중국이 어떻게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이고 작가들이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중국의 동향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지만 그것은 단지 몇 가지 현상과 사건, 몇몇 작가들의 동향일 뿐 중국, 동아시아 전체를 알 수는 없었다.

일본 비평가 사와라기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예술과 상품에 대한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차이로부터 유래한 것인지, 순수미술의 기반이 약한 비서구권 미술계에서 보다 실질적인 경제적, 사회적 필요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일본과 한국에서 백화점이 서구와는 다른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한 것인지, 그 정확한 요인을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116)

동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비평서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비평서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좀 더 많은 미술비평가들의 책을 읽다 보면, 각자가 해석한 현대미술을 들여다보면 퍼즐 맞추듯 전체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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