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카프카 - 카프카와 브로트의 위대한 우정
막스 브로트 지음, 편영수 옮김 / 솔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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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42/ 인문] 나의 카프카. 막스 브로트. 편영수 옮김. 솔출판사.

책 읽는 행위를 즐기지만, 고전은 두려운 존재였다. 어릴 적 읽었던 ‘데미안’은 우리말이지만 읽어낼 수 없어 좌절하게 했고, 그 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고전은 지난해 말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이 유일하다. 심오하고 오묘했지만 ‘나 같은 초보자도 읽을 수 있다’라는 용기 같은 게 생겼고, 그때 생긴 카프카에 관한 관심으로 무겁고 두꺼운 이 책에 관심 두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두께에 비교해 무겁거나 거창하지 않았다. 번역체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가 거의 없기에 두께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면 ‘카프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 안에 사랑이 없다면, 바로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것 때문에 내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레프 톨스토이, 일기, 1896년 11월 (364)


‘나의 카프카’는 저자이자 친구인 막스 브로트가 바라보는 ‘친구’이자 ‘작가’로서의 ‘카프카’일 수 있고, 옮긴 이인 편영수 님이 바라보는 ‘카프카’일 수도 있고, 이 책에 등장하는 -편지를 주고받았던 수많은- 카프카 지인들이 기억하는 ‘카프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카프카의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분석해낸 ‘카프카’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의 관계 속에서 재조명된 ‘나의 카프카’. 세상에 보여진 작품만으로 읽어낼 수 없는 인생과 사상, 삶을 대하는 방식들.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책 한 권으로 묶어냈다.

주고받은 편지로서 알 수 있는 그의 인생, 학자들의 연구로서 드러나는 여러 견해와 오해들, 카프카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어떤 것들. 카프카의 모든 것을 담아낸 이 책은 어떤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가 없다. 비판적이며 비관적인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그의 인생만으로 작품을 그려내기도 어렵다. 짧지만 치열하게 살다 간 한 사람과 그를 연구한 사람들의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톨스토이보다 총명에서, 논리에서 천 배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 논리는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 전체의 문제, 마음의 문제이다. (399)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의 동반자였던 막스 브로트에 의해 치밀하게 연구되었고, 그 결과물로 ‘카프카’라는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어낸 ‘나의 카프카’는 원서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재미있었다. 아마도 번역의 힘일 것이다. 독일 현대 문학(카프카 문학) 전공자이며, 카프카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이미 출간한 바 있는 번역자 편영수 님의 노고를 느낄 수 있는 이 책. 막스 브로트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믿을 만큼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 선한 영향력을 믿고 평온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던 한 남자의 안타깝고 짧은 인생을 지켜보았다.

카프카의 작품이라곤 하나밖에 읽지 않은 내가 카프카 소설에 대한 비평을 제대로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 같고 성인 같은 한 사람의 마음과 그를 되새기려는 또 한 사람의 마음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을 좀 더 치열하게 감사하며 살기로 다짐했다.




카프카는 애정과 정밀함을 갖고 개별적인 것, 눈에 띄지 않는 것의 근원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결코 알아차리지 못했던, 기이하게 보이지만 오로지 진실한 사물들이 나타났다. 따라서 도덕적 책무, 삶이라는 사실, 여행, 예술작품, 정치 운동에 대한 그의 견해는 결코 기이하지 않고, 단지 아주 정확하고, 날카롭고, 올바르고 그 결과 일상의 언어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결과 꽤 자주 우리가 ‘실용적인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78)

순수한 사람이 순수하지 않은 것에 손을 댈 수 없었다는 사실은 순수한 사람의 강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하다. 강점인 이유는 자신과 절대자 사이의 간격을 철저하게 느끼는 것, 끝까지 느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간격은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 약점이다. 따라서 순수한 사람의 강점은 그가 속임수를 써서 절대자와의 간격을 없애버리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에서, 그가 자신의 약점을 천 배의 확대경을 통해 솔직하게 과장하는 것에서 표현될 수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상승과 하강이 아주 특수한 방법으로 서로 스며든다. (191)

세상이 어떠하든 나는 원시적인 상태에 머무를 것이다. 나는 원시적인 상태를 세상의 판단에 따라 바꿀 생각이 없다. 이 말이 들리는 바로 그 순간에 전 존재 안에서 변신이 일어난다. 그 말이 발언될 때, 마치 동화에서처럼 백 년 동안 마술에 걸렸던 성이 열리고, 모든 것은 생명을 얻는다. 그렇게 존재는 온통 주목을 받는다. (247)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선을 위한 투쟁을 하려는 사상가로서 카프카 입장의 핵심, 최선이며 본질적인 것을 형성한다. (248)

“인간은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파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 없이는 살 수 없다.” (...) “믿음은 자신 안에 있는 파괴할 수 없는 것을 해방하는 것, 혹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해방하는 것, 혹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괴할 수 없게 존재하는 것, 혹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존재하는 것이다.” (378)


“공동체에서 고립되지 마라.” (...) 카프카가 되풀이해서 자의든, 자신의 잘못이 아니든, 상황에 굴복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공동체에서 고립된 인물을 묘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벌레로 변신하는 것이 그러한 설명할 수 없고 불행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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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피난처 - 달아나는 세금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4
시가 사쿠라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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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41 / 인문학] 조세 피난처. 시가 사쿠라. 김효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세금은 공평한가?’, ‘세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자금 세탁, 조세 회피, 탈세, 테러 자금 관여 등 검은돈이 거쳐 가는 조세 피난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부자들이 검은돈 세탁을 위해 스위스의 은행을 이용한다’ 정도로 알고 있던 조세 피난처는 ‘세금이 없는 국가나 지역’ 혹은 ‘세금이 거의 없는 국가나 지역’을 가리킨다.

완벽한 비밀은 없다.
개인 부유층 대상의 자산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빗 은행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한 사원이 고객 명부를 빼내 독일의 연방정보국에 팔아넘긴 일(80)도 있고, 완벽하게 근면하고 철두철미한 준법정신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독일인도 오스트리아의 프라이빗 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81).

시가 사쿠라는 1971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해 대장성(현 재무성) 입성 후 구마모토 국세국 미야자키 세무서장, 외무성 영일 대사관 참사관, 대장성 주세국 국제 조세 과장 겸 OECD 조세위원회 일본 대표, 등 일본 조세, 금융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활동하였다. (책 소개 참고)

저자는 콜롬비아의 내전이 한창일 무렵 국제회의 중 납치하듯 가게 된 곳에서 상처를 입은 대통령을 보게 되었지만 어떠한 내막을 듣지 못한 경험이 있다. 조세 피난처나 자금 세탁과 같은 국제 금융의 이면에 섞여 있는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자금에 영혼을 빼앗긴 자들과 맞서 싸우려면 시민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는 권유를 듣고 2013년 이 책을 출판하였고, 그리고 올해 우리나라 이와나미 문고를 통해 출판되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이야기, 혐의 18개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지만, 하루 전 구속심사 일정이 취소된 전직 대통령의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http://naver.me/FLCUKKHa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3&aid=0008499408&sid1=001

어려운 책은 있지만 나쁜 책은 없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 나쁜 책이 아니고 쉽게 읽힌다고 좋은 책은 아니다. 호기심만으로 관심 분야가 아닌 ‘조세 피난처’를 읽기에 편안하지 않았지만, 책 내용 전체를 곱씹고 시험 봐야 하는 수험생은 아니니까,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섭취하였다. 단지 책 한 권 읽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뉴스 보듯 세상사를 알아가기에 좋은 책이었다.

양질이면서 저렴하기까지 한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는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올재클래식이 그랬듯 얇고 단순한 겉모습에 비교해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살펴볼 만 하다. 가볍지 않은 양질의 도서를 한 권을 읽었다.


하지만 이런 협정의 실효성에는 커다란 의문이 남는다. 조세 피난처 당국이 가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의미 있는 협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중요한 정보는커녕 애초에 정보를 확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없는 정보를 교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교환협정은 형식에 불과하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조세 피난처들이 협정을 맺겠다고 나선 것이다. (43)

정부 자금으로 외환 시장의 통제가 가능하다면 애초에 변동환율제를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시장의 집중 투매에 대항해 정부가 매수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등이 동원하는 투기 자금은 한 나라의 경제를 집어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까지 뒤흔들 만한 규모이다. (164)

헤지펀드는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 위험천만한 머니 게임을 벌이며 세계 경제를 심각한 위기에 빠트린다. (189)

세금은 문명의 대가이다.
미합중국 최소재판소 판사 올리버 웬델 홈즈 Jr.
‘세금이 문명의 대가’라면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 대가인 ‘문명’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세 피난처는 그런 ‘문명’의 향유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문명’에 재앙을 가져온다. (...) 이제 남은 것은 세금의 대가로서 ‘문명’을 향유할 권리가 있는 일반 납세자가 문제를 확실히 이해하고 주목하는 것이다. 이 책을 펴내는 목적은 오직 그것 뿐이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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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 -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
송혁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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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40 / 인문] 고전의 시선. 송혁기. 와이즈베리.

고전의 시선은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송혁기는 한문 고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늘의 언어로 나누는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송혁기의 책상물림’이라는 제목으로 3년째 칼럼 연재를 했던 글을 묶어 ‘고전의 시선’이 탄생했다. (책 소개 참고)

우리 문학과 역사에 대해 알고 싶지만, 한자 무식자인 내가 직접 읽어낼 수는 없으니 이런 연구물이 나오면 정말 반갑다. 특히 상세한 설명과 붙임 말이 더해져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책, 시를 읽듯 언제든 가볍게 한 두 장씩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

요즘 유행하는 고전 한정주의 ‘문장의 온도(2018)’는 이덕무의 소품문을 재해석한 글로 한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담은 시집 한 권을 보는 것 같았다면, 송혁기의 ‘고전의 시선(2018)’은 송혁기가 추천하는 우리 고전 묶음 집이다.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한시로 쓰인 옛글을 한글로 풀어쓴 글, 그리고 시대적 배경 없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오늘날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해석한 글까지, 하나의 주제로 쓴 여러 글을 보면서 한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 어떤 글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 저자의 한시를 대하는 깊이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주어지는 수많은 임무와 업무들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흐름이 짧고 전하는 바가 분명한 고전의 시선은 위안을 준다. 짧은 한시를 내가 직접 읽고 음미할 수는 없으니 전문가의 손을 빌려 이렇게 옛사람들의 생각을 나누어 받을 수도 있으니 나도 옛사람들과 함께 사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SNS 덕분에 짧고 간단하고 단순한 신변잡기 식의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글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의미 없는 글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꾸밈말과 감성을 가득 담은 글이나 유명인의 일상생활을 담은 글 등 요즘 유행하는 산문, 비문학, 에세이류의 책 말고 다른 게 궁금했다. 책을 읽는 이유와 읽는 이들이 제각각이라지만 허공을 떠도는 가벼운 느낌의 글이 싫었다. 내 글도 누군가에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터는 짧고 간단한 글쓰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고전을 재해석하는 시선을 가진 책 덕분에 글을 쓰고 음미하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공부는 책상 위에 서는 것입니다. 더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7)

어떤 허기짐을 충족하기 위해 눈과 머리로 책을 쑤셔 넣는 행위를 근 1년째 하는 중이다. 아마 더 넓고 먼 곳이 어디인지 알아가기 위함이 아닐까, 읽기와 쓰기는 멈춰있는 나를 깨어나게 해준다. 지금 하는 이 행위들이 나를 어느 곳으로 데려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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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인이다 - 행복하게 일할 것인가 불행하게 노동할 것인가
장원섭 지음 / 영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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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8 / 경제경영] 다시, 장인이다. 장원섭. 영인미디어.

석사 졸업 후 더는 내 머릿속만 채우는 배움에 머물지 않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노동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 마음으로 직업을 구하니 직업의 귀천이나 월급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원하던 건 나누는 삶이었다. ‘다시, 장인이다’의 저자 장원섭처럼 ‘선한 영향력’, 바로 그게 내가 하고 싶던 직업, 노동, 삶이다.

연대 교육학과 교수이며 지적 장인으로서 일을 통한 배움과 성장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는 저자 장원섭의 신간 ‘다시, 장인이다’는 2015년 ‘장인의 탄생’의 2편이라고 볼 수 있다. 배움과 성장과 나눔을 연구 중인 저자의 관심사가 진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나의 읽기 목록 중 1/2 정도를 차지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언어와 교육에 관계된 책을 출판하는 유유출판사의 책을 즐겨 읽었고, 교사교육자인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몇 권 읽었다. 그 외에도 교육과 관련된 책이거나 교육관계자가 쓴 책을 즐겨 읽었다. 배움과 성장을 꿈꾸는 내게 어쩔 수 없이 끌림으로 다가온 이 책은 100% 만족 그 자체였다.

대기업 속 부품처럼 돈 버는 기계로 일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장인 정신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라는 이 책은 나이든 부장님의 잔소리처럼 케케묵은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왜 장인처럼 일해야 하는지, 그런 방식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장인이 되어 일한다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생각해보면 저자의 주장이 전부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여겨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가 있듯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가 있다. 맹자의 관점에서 보면 장원섭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순자의 관점에서 보면 과연 모든 사람이 장인을 바라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나는 장인처럼 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진 않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성악설을 전제로 두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든 나는 옳다고 여기는 나의 방식대로 살아가야겠지만. 아무튼.

노동은 하찮은 것,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장인은 특별한 사람, 삶은 이런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짧은 생각을 반성하며 저자가 곱씹어주는 장인 예찬론을 읽고 있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동과 직업, 장인과 삶이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마법사의 마법에 홀리듯 저자 장원섭의 글에 홀려 장인이 되고 싶어졌다. 그놈의 돈 때문에 먹고사는데 팍팍해서 지쳐있던 내게 장인처럼, 능동적인 노동을 하며 내 삶을 이끌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직업명은 소유의 이름이라서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가질 수 있는 반면, 일의 의미는 존재의 방식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거기에 자기 자신을 투입하지 않으면 얻어질 수 없다. (47)

남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에 따라 일할 때 비로소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생산과 서비스가 만들어 질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김밥 한 줄을 말더라도 정성을 다하여 스스로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는 일이 필요하다. (73)

많은 사람, 특히 생계를 위해 시간과 공간을 때우는 방식으로 노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 철두철미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78)

성공은 ‘끝까지 해내는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89)

‘생각하는 손’과 ‘수고하는 머리’는 필연적이다. (108)

장인이 자신의 리듬을 따라 일한다는 것은 기계나 고객의 리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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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미래 - 금융.산업.사회는 어떻게 바뀌는가
오키나 유리 외 지음, 이현욱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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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37 / 경제경영] 블록체인의 미래. 오키나 유리, 야나가와 노리유키, 이와시타 나오유키 편저. 이현욱 옮김. 한스미디어.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은 돈이나 상품의 거래 이력 정보를 전자 형태로 기록하면서 그 데이터를 블록으로 집약해서 체인처럼 차례차례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 ‘거래 이력 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가하는 전원에게 분산하여 보관, 유지하고 참가자들의 합의를 통해 거래 데이터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분산원장’이다. (25)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관계 (100)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인 토대 위에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성립된다. (...)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인 동시에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로서,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정부나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자가 없다.
* 절대 고쳐 쓰거나 조작할 수 없다.
* 장애가 발생해도 절대 시스템이 멈추지 않는다.

핀테크 서비스의 등장 (194)
현금 없는 결제가 현금 결제보다 ‘더 편리하고, 더 득이 되고, 더 안심할 수 있다’라는 것은 현금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대전제가 된다. 정부는 안전성, 신뢰성 확보 등 현금 없는 결제를 위한 인프라를 정비하고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 화폐부터 금융기관의 국제 송금과 기업 공급망, 한발 더 나아가 에스토니아의 전자정부 도입 등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7)


얼마 전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알려지면서 경제 문외한인 나도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에 관한 관심보다는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본 경제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을 여러모로 살펴본 이 책은 어려운 용어와 처음 접하는 상황들로 편하게 읽을 수는 없었지만 비교적 쉽고 다양하게 설명되어 입문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경제서이다.

아직 연구 중인 분야라 눈앞에 등장하여 활발하게 통용되진 않지만, 그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와 핀테크, 전자정부 등 ‘가상’의 미래 사회를 그려볼 수 있었다.

어릴 적 그리던 과학 상상화 속 생각과 주제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놀랍고 무섭게 느껴졌다. 아직도 자판보다는 수첩을 즐기고, 폰뱅킹이나 카카오뱅크도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적 삶을 지향하는 나이지만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기 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알고자 경제 경영서를 종종 읽는다. 내용에 대한 이해 보다 단어의 뜻만 겨우 읽는 게 전부이고 읽는다고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사는 이 세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담아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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