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지음, 김순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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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34 / 소설. 영미 근대문학]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 김순영 옮김. 펭귄 클래식 코리아. (2015)





연애소설 같은 건 한가한 시간이 많은 사람의 놀잇거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인문학이나 실용서를 즐겨왔다. 지금도 여전히. 학창시절 여고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을 법한 하이틴 로맨스 같은 책도 읽은 기억이 없다. 최근 쓰기와 읽기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제주도 서귀포 한경면에 위치한 무명서점에서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샀다. 펭귄북스의 수석 북 디자이너인 코럴리 빅포드 스미스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2015년에 선보인 ‘이성과 감성’은 책 등과 표지 디자인만으로도 ‘이거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 ‘비커밍 제인(2007)’을 통해 이 소설의 저자 제인 오스틴이 멋진 여성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다. 명성은 익히 들어왔기에 호감이었고, 표지는 당연하고 두께에 비해 가벼운 무게도 마음에 들었다. 2018년의 마지막 책으로 함께하기에 손색없을 것 같아 바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의 느낌은 ‘역시’이다.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엔을 둘러싼 연애 이야기. 작가는 이성과 감성 중 어느 편에 손을 들어줄지 궁금했다. 소설을 쉬이 읽지 못했던 지난 경험을 떠올려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읽었더니 이해하기 쉬웠다. 지명을 종종 언급하는데, 영국 시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지도를 검색하며 지역적 거리감이나 특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더 했더니 공감각적 이해가 더해졌다. 뒤로 갈수록 반전과 빠른 전개 덕분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그래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여운과 감탄을 담을 수 있었다.

작가는 이성과 감성 어느 한쪽에 편을 들어주었다기보다는 두 감정이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인과응보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내게도 불편함이 아닌 안정감을 주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위기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풀어냈다. 대시우드 모녀, 특히 엘리너와 메리엔의 관계는 정말 이상적이다. 그렇게 다른데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주는 관계가 과연 현실에도 존재할지 궁금할 정도이다. 다만 여주인공들의 나이가 10대 후반인데, 사춘기~청춘에 겪는 경험들을 10대가 훨씬 지난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 웃프다. 하지만 인간사가 다 그런 거니까, 10대에만 사랑하고 이별하는 감정을 경험하는 건 아니니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문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책 속 등장인물들처럼 정답대로 나의 경험과 감정이 술술 풀리진 않겠지만, 각자의 사연을 알고 이해하면서 사람 사이의 거미줄 같은 관계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18세기에 살던 여성의 책이 21세기에 사는 많은 사람에게 아직도 사랑을 받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양질의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려나?

나의 2018년과 2019년을 이어준 ‘이성과 감성’. 시작과 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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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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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33 / 경제경영] 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와이즈베리. (2018)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을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어 서두르지 않을 만큼 괜찮은 역사+처세술 서적을 만났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 때 삼국지 같은 책을 읽으며 노련미를 쌓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를 나의 상황과 접목하고 싶어 얼마 전 읽은 책이 바로 ‘조조에게 배우는 경영의 기술(시그마북스, 2016)’이다. 번역자의 오류인지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은 채, 바로 다음 읽게 된 이 책은 저자의 넓고 깊은 상식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며 ‘글쓴이는 뭐 하는 사람이지?’라고 저자를 떠올린 책도 오랜만이다.

저자 윤형돈은 역사 문화교육 컨설팅 전문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람들의 장점을 흡수해서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 그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를 활용한 교육컨설팅, 역사 리더십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책날개 참고)

생소한 저자의 이력을 다시 되짚어볼 만큼 글에 흡입력이 있다. 다양한 방면의 역사적 지식 습득과 연구, 깊은 통찰이 없다면 결코 쓸 수 없는 글이다. 가볍게 읽으면 재미있는 시선으로 보는 역사서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역사 속 주인공이 어떠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했는지 읽힌다.

리더십은 인간의 역사이자 미래다.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와 직업, 위치에서 생각할 때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중간관리자가 되고 누군가를 끌어가야 할 입장이 되니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배우고 싶지만, 인간관계만큼 쉽지 않은 것이 리더십을 익히는 것이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듯, 이 책 한 번 읽었다고 그들의 리더십을 내가 해내는 건 아니니까, 어떠한 사실과 한 사람의 생각이 잘 버무려진 이런 책이 자주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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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직업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6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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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인생 직업. 인생학교 지음. 이지연 옮김. 와이즈베리. (2018)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10여 년 전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와이즈베리에서 ‘new’ 인생 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쌤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성인이 되었으니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왕 일하는 것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 직업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한 나의 무지와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있을 뿐,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오랜 역사를 간접경험 해보니 이런 걸 사회 초년생 때 읽었다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하는 ‘취업특강’이나 ‘진로 교육’은 선후배들의 대화로 전공 관련 직업을 간접 경험하거나, 성격이나 성향 테스트로 나와 맞는 직업을 추천받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인생 직업’이라는 개념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쓰여 직업을 선택하기 전 여러모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책은 책일 뿐, 이 세상 모든 직업의 장단점 같은 것을 미리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왕 선택한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과 책임에 달린 것.

‘그만하면 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굉장한 성취다. (218)

이 정도의 내 직업을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한 책 한 권을 읽었다.


많은 부모가 조용히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그리고 그런 짐을 자녀의 어깨에 지웠다는 사실은 보통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메세지는 전달된다. 주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사랑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과 딸은 부모가 겁먹고 되지 못했던 건축가가 되거나, 부모에게는 금지되었던 사업가가 된다. 아무도 소리 내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야망은 심리적 공기 속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특정한 직업으로 쏠려 있는 15년간의 동경 어린 눈길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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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섹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5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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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6 / 인문학, 교양인문학] 우리가 몰랐던 섹스. 인생 학교 지음. 이수경 옮김. 와이즈베리. (2018)

이런 주제의 책은 아직도(?) 열린 공간에서 꺼내어 놓고 읽기가 불편하다. ‘와이즈베리’ 출판사의 서포터즈여서 읽게 된 것을 굳이 밝히고 시작.

10여 년 전 샘앤파커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를 정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이맘 때 와이즈베리에서 ‘new’인생학교 시리즈를 출간했고, 여전히 샘앤파커스에서도 새로운 ‘인생 학교’ 책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두 군데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 학교 시리즈가 왠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해야겠지.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67658238
https://m.blog.naver.com/flowerdog314/221171816755

빨리 읽기도, 곱씹어 읽기도 민망한 이 책은 ‘XX 한 권으로 끝내기’ 식의 가벼운 무게를 지니고 있어 앉은 자리에서 한 두 시간 내에 훌훌 다 읽어버렸다. 10여 년 전 정독하면서 읽었던 나의 인생 학교 시리즈는 어디에….

목차가 책 전부이고, 곳곳에 더해진 삽화가 분위기를 더했다.

그 외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책장을 넘겨보시기를.

1800년경에는 많은 의료인들이 돌팔이 의사였다. 그들은 정확한 의학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환자는 많았고, 엉뚱한 치료법일지언정 늘 의료 수요가 있었다. 당시에는 의사가 오늘날처럼 존경과 선망을 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풍경이 바뀐 이유는, 진지하고 똑똑하고 훌륭한 진짜 전문가가 의료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건강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므로 신비의 묘약이나 팔고 다니는 자칭 의사에게 맡겨둘 수 없었다. (125)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1843)
결혼하라. 그러면 그대는 그것을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라. 그것도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비웃어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탄식하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 목을 매달아 자살하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지 말라. 그래도 역시 후회할 것이다.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후회할 것이다. 그대가 목을 매달든 매달지 않든 간에, 어느 쪽을 택해도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요점이자 본질이다.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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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가란? - 정체성과 자화상 사이에서
황지욱 지음 / CIR(씨아이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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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125 / 과학,환경공학,도시계획.설계] 도시계획가란? 황지욱. 씨아이알. (2018)

도시재생은 긴 여행이다. 단순히 한두 개의 나무를 보고 그 나무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먼저 보고 그 숲의 전체적 맥락 속에서 나무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무도 단순히 건물이나 시설물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며, 이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임을,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치 없이 버려두고 있는 농촌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임을. (197)

10여 년 전 미국 뉴욕을 여행할 때 경험했던 맨해튼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그림 같은 스카이라인과 섬 가운데 거대한 크기의 공원, 높고 작은 건물이 뒤엉킨 남쪽, 낮고 낡고 작은 건물들이 있던 북쪽, 다닥다닥 붙어있던 예쁜 건물이 인상적인 동쪽, 동, 남, 북의 중간쯤으로 느껴지던 서쪽. 복잡한 버스 노선과 더러웠지만 나름 합리적으로 느껴지던 지하철 등 다양한 것들이 뒤엉켜있었지만 나름의 조화를 풍기던 그 도시는 약 100여 년 전부터 계획된 도시였고, 스카이라인을 방해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려한 건물 따위라기보다는 전체적인 어울림, 조화였다.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화려하고 높은 건물 옆에는 낮고 작고 허름한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던 그 모습이 신기했고, 이런 게 도시계획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한창인 동네에 살고 있다. 1~2층이 전부였던 허름하고 낡은 공장은 허물어지고 높은 빌딩이 세워졌다. 스카이라인 따위는 없었다. 네모나고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좁은 골목에는 바람길이 생겼다. 작은 우산 정도는 쉽게 날려버릴 만큼 강한 바람이 수시로 불어온다. 주거공간 바로 옆에 새로 짓는 높은 업무시설 덕분에 시야가 막혔고 그늘이 생겼다. 땅 주인이나 건물주는 임대료 같은 거로 돈 좀 벌었겠지만, 이 동네에 20년째 사는 나는 이 변화의 흐름이 달갑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도시계획 같은 게 존재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도시계획에 속하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겼다. 대학교 건축과 학생들의 전공 교재 같은 깊이를 지닌 이 책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 대학에서 건축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문제의식을 한 책에 담은 저자의 열정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에 담긴 전부를 이해하거나 공감, 함께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는 없었지만, 3장을 읽으며 저자가 의도하는 방향은 알 수 있었다. 계획이나 기획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된 결과물도 언젠가 알 수 있게 되길.

커다란 비움이 어렵다면 작은 비움으로부터 출발하자. 아니, 왜 비워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스스로 깨닫자. 그것은 도시에 살아가며 도시를 이용하는 모든 이용계층을 위한 도시계획자의 배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여기서 잠깐 왜 비워야 할지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우리의 생각을 털어내고 깨끗이 비워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76)

저자는 도시계획에서의 비움을 이야기했지만,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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