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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평점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게 된 동화책이다.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매 페이지마다 글, 그림이 함께 실려있기 때문이다.
어른용 동화이기 때문에 소재들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두 작가의 소개와 함께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게 된 이야기도 실려있다.
SNS로 만나 술잔을 부딪히다가 공동작업을 하게 된 이야기가 가히 평범하지만은 않다.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총 7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이 함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 사색하는 물푸레나무
- 친구의 죽음이 알려준 것
- 불결한 천국의 노래
- 구두에 대한 어떤 견해
- 언제나 전야의 밤
- 미자네 집
-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어떤 이야기는 작가가 위와 같이 첨언을 통해 배경이나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기도 한다.
이 부분이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무가 화자인 이야기와 소방관인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 이야기, 공기업 임원 독신 여성의 일탈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의 구두에 대한 이야기, 여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야구선수의 아내와 영어 과외 선생님 이야기,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성폭력 살인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해서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이런 사람, 이런 문제, 이런 사회 현상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있다.
글과 더불어 투박하고 날카롭지만 명확한 선과 색채를 보여주는 그림이 더해져 이야기의 구성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언급된 이야기들 중에 한 가지 사색하는 물푸레나무 이야기를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화자인 물푸레나무는 깊은 사색에 빠져 나무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본다.
모든 나무는 아무 죄가 없지만 모두가 양지바른 곳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지 않는다.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나무는 철학자의 책상이 되거나 가객의 대금이 되는 데 쓰이지만, 무관심이나 오해를 받고 자란 나무는 삽이나 곡괭이 자루 같은 것이 될 것 같다고 나무는 생각한다.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해서, 삽자루의 몸을 가진 나무는 삽 날을 잘 지탱해 앞으로 사랑받거나 무관심이나 오해를 받을 다음 나무들을 심을 땅을 파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나무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운명을 슬퍼하면 비탄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나무가 화자이지만 비단 나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삶에 빗대어 한 번쯤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이다.
위의 나무 이야기는 지극히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이고 다른 6가지 이야기는 굉장히 솔직하며 직설적인 이야기들이다. 삶의 불안과 공포, 권태의 양상을 소재로 한 이런 이야기들이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