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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노년 - 영화로 읽는 백세 시대의 삶과 교육
이로미.권승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6월
평점 :
출산과 함께 시작된 폭풍같은 일상 속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던 어느 날, 『21세기노년』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 처음엔 좋은 영화를 큐레이트한 책 정도라고 가볍게 책장을 펼쳤는데,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와 미디어영상학과에 계신 두 교수님의 통찰력이 담긴 글이 이내 '나이듦'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확장시켰다.
이 책은 영화 속 노년의 삶을 모아놓음에 그치지 않는다. 노년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생생한 울림으로 깨버린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부모님이나 할머니, 혹은 이웃 어르신들의 나이듦보다 훨씬 더 다채롭게 현실을 살아가는 노년의 모습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모아 조각조각 상상해왔던 노년의 이미지를 무너뜨린다. 일본, 홍콩, 미국, 한국 등 다른 배경에서 '노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지향과 '나이가 들어가는 현실'을 어떻게 엮어낼지에 대한 한발 더 나간 상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가졌던 노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회에 '노년' 레퍼런스 공유가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 아니었을까? 오랜시간 다듬어낸 자신다움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그러면서 멋진 죽음을 꾸려나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이를 여러가지 노년학 이론으로 엮어주니 ‘멋진 노인이 되기 위한 생각의 뼈대’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 앞으로 이 책에 소개된 영화는 물론,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내가 원하는 미래의 청사진을 모아 다듬어 나가려 한다.
『21세기노년』은 단순히 나이 듦을 탐구하는 것을 넘어 현재까지 돌아보게 한다. 한 주인공의 서사에 꽂혔다면 거기서 잠시 책을 덮고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가야 할지, 무엇을 덜어내고 집중해야 할지'를 곰곰히 되짚어보기 좋다. 젊을수록 노년이라는 주제가 멀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한 시기에 되려 필요한 이야기이다. 삶의 방향으로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인간의 성장'이라는 관점을 더해 멋진 영화들을 이해하고 누릴 수 있는 건 덤이다.
영화 속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웃고 떠들지만 그것은 일상의 표피일 뿐이다. 한 자 한 자 조심스럽게 적는 시에서 그 일상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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