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와 인간의 운명 -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 한국유전학회 총서 6 한국유전학회 총서 6
R. 그랜트 스틴 지음, 한국유전학회 옮김 / 전파과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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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에 읽었던 <게놈>과 비슷한 것 같다. 골치 아픈 유전학에 설명해 놓은 것이 아닌, 사회학적인 관점에서의 유전자를 바라보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무심코 생각했던 지능검사, 인성검사 같은 것들이 많은 과학자들의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인한 것들임을 알게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수정되고 보완될 것이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왜 이런 인간의 지능과 행동에 유전학을 결부시키려는지 좀 의아했다. 솔직히 좀 억지인 것 같은 감이 있다. 통계자료로 비교해 가면서 유전자의 영향인지 환경의 영향인지 파악하기 쉽게 보여주었지만, 몇 백 명의 실험 대상으로 전체인 것 마냥 결론 내리는 것도 무리는 있다 생각된다. 질병과 같은 것은 환경보다 유전의 영향이 크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인성과 같은 복합적인 것을 굳이 유전학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오류를 범할 소지가 크다고 생각된다. 내가 외향적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다른 환경이 주어지면, 소심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것은 내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의 유전자 반, 아빠의 유전자 반을 가지고 태어났다. 만약 우리 아빠가 조울증 환자라면, 나는 반은 정상 유전자를 반은 조울증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일단 형질이 유전된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발현이 되는가?'이다. 나는 조울증 환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유전자와 환경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결정해 줄 것이다. 책에서 보면 질병과 정신장애 같은 것들은 유전자의 영향이 컸다. 물론 질병 가운데서도 어떤 질병은 유전자보다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 것이 있다. 그러나 질병이란 것은, 지능과 인성과 같이 모호한 것이 아닌, 눈에 들어 나는 실질적인 것이다. 질병과 정신질환은 단 몇 개의 변수에 영향을 받기에 표현이 쉬운 것이고 인성과 지능은 좀 변수가 많아서 발현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한 인성과 지능을 결정짓는데 있어서 환경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왜 굳이 이렇게 모호하고 어려운 인간의 인성과 지능을 측정하려고 할까? 나는 이런 의도조차 이해가 안 된다. 저자는 지능을 측정한 뒤, 거기에 맞는 교육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때 IQ검사를 받았지만 점수는 모른다. 점수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선생님께선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자폐증 아이의 IQ는 50~80정도 밖에 안 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설명되는 것일까? IQ는 우리의 지능을 객관적으로 드러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 지능의 일부를 평가하는 데 전체인 거 마냥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행동유전학'이라는 단어를 계속 접할 수 있었고, 이것은 우리가 배우고 있는 전공 유전학과는 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행동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학자들인 듯 싶다. 대부분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의 차를 비교하면서 유전의 영향을 가름 짓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는 별로 전공 지식이 필요 없는 듯 싶다. 통계학적으로 분석해서 해석하기만 하면 되니깐... 그들은 정신 과정을 세포, 혹은 분자 수준에서 이해했으며, 유전자가 어떤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는지를 유전자의 기능은 모를지라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전에 교수님께서 기능과 구조는 연관되어 있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유전자의 구조나 위치가 유전자의 기능을 설명해 줄 가능성 또한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병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 유전자를 검사하여 앞으로는 병을 빨리 진단해 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병의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꼭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예방의 차원이라는 의도는 좋지만 조금은 앞선다는 감도 없지 않아 있다. 만약 태아의 유전자에 자폐증의 유전자가 검색되었다 가정하자. 그렇다고 그 아이가 자폐증 환자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부모는 태아 단계에서 유전자 치료를 원하거나 낙태를 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예방보다는 치료 쪽에 관심을 두었음 한다. 유전자가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면 그때 치료하는 것이다. 전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봤는데, 미리 범죄 예방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거기에는 오류가 있었고 결국 그 시스템은 해체되었다. 사실 유전자 차원에서 치료와 현존하는 약물 치료와 병행된다면 질병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정신병에 있어서도 유전자 치료와 현존하는 심리 치료나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면 치료될 가능성도 높을 거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에서의 시도는 대환영이다. 나는 유전자 옹호주의자도 아니고 환경론자 옹호주의자도 아니다. 인간은 복잡한 유기체이기에 하나의 영향으로만 변화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변수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동성애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여기서는 동성애를 유전적 관점보다는 뇌 구조의 차이로 다루고 있었다. 뇌의 전교련의 크기가 남성 동성애자, 남성 이성애자, 여성 이성애자 다 틀리다는 것이다. 또한 호르몬의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에스트로겐 처리 후 황체 형성 호르몬의 증가량이 정상여자들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실험할 때 조건이 부적절한 관계로 확실한 정보는 아니라 하지만 꽤 타당한 가설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전부터 참 궁금했었는데, 왜 레즈비언보다 게이가 더 많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저자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를 주목시키며 여기에 동성애를 느끼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했다. 가계 조사 결과 부계보다 모계 쪽에 동성애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열성이므로 남자에게 하나있는 X염색체는 남성을 호모섹슈얼로 만들 수밖에 없고, X가 두개인 여성에게는 그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오늘날에 와서 사람들이 환경을 영향을 많이 고려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사실 백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우성학'적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언급되어 있었던 우성학의 역사는 내 몸을 바들바들 떨게 했다. 백인 우월주의, 나치의 유태인 학살... <이기적인 유전자>의 관점이 참으로 무서운 것임에 틀림없다. 인종간의 차이는 당연히 있다. 다른 자연 환경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그들에게 맞는 유전자를 부여했을 것이고, 다른 문화는 그들에게 환경적인 요소를 제공했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틀릴 수밖에... 그러나 미국은 그들의 문화 잣대로 다른 인종을 우매하다고 평가했던 것이다. 저번 수업 시간에 들은 SNP가 생각난다. 유전자를 분석해서 인종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질병 치료를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행동 유전학'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전공 시간에는 생쥐나 초파리 실험 이야기만 듣다가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기도 했다. 생소하게 느껴지던 가계 연구나 쌍생아 연구가 실제로 빈번히 행해지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러나 실험대상이야 무엇이든 간에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번영을 위한 것을 알기에 이러한 연구들이 가치 있는 것들이라 생각된다. 행동유전학이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발전하여, 앞으로 우리에게 많은 도움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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