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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제목부터 꽤 강렬하다. 사실 퇴사 이후의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는 이제 좀 흔하다는 느낌은 든다. 회사가 개인의 운명을 책임져 주지 못하고, 자기가 소모품 같은 느낌이 들면 많은 이들이 회사를 나오게 된다. 사실 나도 그런 식의 퇴사를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런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슬프면서 아련하다.
이 책은 그런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더 컸다. 사실 책이 일부러 눈물을 쥐어짜거나, 슬픈 감정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냥 먹고살기 위해 입사하고 퇴사하고 그런 이야기다. 그냥 일기 형식으로 담담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확실한 것은 없고, 매번 불안정하고 불안한 미래. 소소한 행복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모습. 이런 것은 묘한 동질감을 유발하며 내 기분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사실 에세이다 보니 엄청난 갈등이 있거나, 사건이 있지는 않다. 그냥 담담하게 그날 그날의 사건을 이야기할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저자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여럿 등장하고,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거나 스쳐 지나가며 묘한 위로를 전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책의 저자가 마냥 불행하거나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매 순간 힘들지만 그 사이에서도 저자는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먹고사는 것은 힘든 일이고, 삶은 무거운 것이지만 그 사이에도 행복은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