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사촌형이 건넸던 [공포특급]이란 책 이후로 호러 장르의 소설은 접해보질 못했었다. 고로 [무녀굴]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이래 처음 읽은 공포소설이 되겠다. 이전까지는 과연 텍스트로 공포를 느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스스로에게 있었다. 어렸을 때는 겁이 많아서 별거 아닌 구절에도 쉽사리 놀랐던 때였기도 했고, 게다가 영화를 워낙 그동안 많이 봐왔던 탓에 시각적으로 구현된 공포에 익숙해져있는 상태에서 과연 글을 읽는 것만으로 오싹함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소설은 그런 나의 의구심을 천천히 해소해주었다. 작품은 마치 돌탑을 쌓듯이 캐릭터와 서사를 차곡차곡 만들어나간다. 작가 소개에서 영화적 화법에 익숙하다고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보통의 소설이 특유의 표현법을 기반으로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데 반해, 이 작품은 상황, 배경을 상세히 묘사하는 영화처럼 전체적인 이야기를 자세하고 촘촘하게 독자들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그 작품에서 묘사한 이미지들을 구상해가면서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글자를 읽는대로 구상이 바로 된다.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읽어보니 ‘막힘이 없이 술술 읽힌다’는 의견이 많던데 그런 뜻에서 공감했다.

무엇보다도, [무녀굴]은 참 얄팍하지 않은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공포소설은 읽은 권수가 적어 평가를 유보하겠지만, 작품이 영화적 기법을 띄고 있는 김에 우리나라 공포영화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근래의 한국 공포영화들에는 너무 적당주의가 팽배해있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비슷비슷한 이야기 구조에 몇 번 깜짝 놀래뜨리고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이고... 이런 식상하고 뻔한 패턴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공포장르로 소설화, 영상화된 것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무녀굴]은 우리나라 공포물에 실망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맛을 충분히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 설화와 오컬트적인 요소를 흡입력있게 배합한 공포가 더위로 달궈진 몸의 온도를 낮추는데 충분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소재에 대한 풍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현실밀착형 공포이기 때문에 얼토당토 않거나 “에이 저게 뭐야” 했던 그런 공포물과는 궤를 달리한다.

단점은 캐릭터와 떡밥을 끌고 나가는 힘이 후반부에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점. 후반부의 결정적 순간을 위해서 그 전까지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힘있고 밀도있게 밀고 나갔는데, 정작 그 순간에 진입했을 때는 그렇게 끌고 온 것들을 확 당기고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뒷심부족이 아쉬운 부분이다.


정리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입추가 지났다. 더위가 가시기 전에 읽어보면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 [무녀굴]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신진오 작가의 다음 작품 또한 주목된다.


사족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퇴마; 무녀굴]이 곧 개봉한다. 작품을 다 읽고 예고편을 보니 원작의 설정과 주요인물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소설과는 다른 듯 하다. 읽으면서 소설을 효과적으로 각색만 해도 평타 이상의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싶었는데, 조금 판을 다르게 짜서 진행한다니 어떤 새로운 재미를 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주인공으로 김성균을 캐스팅했던데, 제법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는 2~3부작 단막극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면 훨씬 더 쫀쫀한 재미를 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개정판 손철주의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오픈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문화생활'을 한다고 할 때 많이들 전시회를 언급한다. 전시회 가서 그림 몇 점 보고 오면 괜한 예술적 영감도 좀 얻어오는 것 같고, 할 얘기도 좀 생긴 것 같고 무언가 얻어온다는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그림 자체에 집중해서 그 그림들과 교감하며 보시는 분들은 드문 것 같다.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는 "잘 그렸으니까 전시되어 있나보다", "뭔가 뜻이 있겠지" 라는 막연한 감상만 가진 채 돌아오기 마련인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제목부터가 송곳같다. 전시회와 비슷한 선상에 놓인다고 볼 수 있는 영화, 연극, 뮤지컬은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야기를 둘러싼 다른 이야기들을 몰라도 금방 따라가고 얼추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반해, 그림은 그런 것들을 모른다면 사실상 그 감상의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은 어디에든 쓰이고 있지만 그림 감상에 있어서는 그런 점에서 그 쓰임새가 꽤 적합해 보인다.


이 책은 작품에 대한 감상과 그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들로 엮여 있어 미술 초심자들까지도 매우 쉽고 편안하게 그림을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갖고 있는 작가들의 독창적인(이라 쓰고 괴짜스럽다라고 읽는) 정신세계, 그런 그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 그리고 평론가답게 군데군데 서려있는 그림(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날선 비판들까지. 이 모든 것들을 현학적이고 딱딱한 문투가 아닌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전개 방식에 감탄하며 읽었다. 설명을 받쳐줄 풍부한 삽화가 올컬러로 실려있는 건 덤이다!


우리 사람들도 수많은 군상이 있듯, 미술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액션 페인팅'이란 이름 아래 그림을 그린건지 뿌린건지 모르는 기이한 작업 방식을 가진 미술인도 있는 반면, 최고의 쪽빛을 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무명을 찾아다니는 섬세하고 우직한 미술인도 있다. 이런 사람이든 저런 사람이든 그저 '보통내기'에 지나지 않았다면 결코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창작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미술인들이 하나의 뿌리를 갖는 듯하다.


미술관에 들렀을 땐 작품 아래 붙은 이름표에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작가가 누군지 몰라도 감동의 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만일 누구 작품인지 몰랐기 때문에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작품은 결코 고전이 될 수 없다. 고전이 뭔가. 시대가 지나고 패션이 달라져도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이 바로 고전 아닌가. (275p)


책은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지만, 작가님이 직접 하고 싶은 말은 '감상 이야기' 부분에 다 들어있는 듯하다. 많이 알고 있다면, 그 이후로는 본인이 느끼는 그대로 그림을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모든 예술품이 그렇듯, 작가는 나름의 뜻과 의도를 갖고 만들었겠지만 결국 이해하는 건 관람자의 몫이다. '아방가르드'한 마음으로 그림을 바라보기 위해 많이 지금부터라도 알아야 할 듯하다. 아는 만큼 보고, 보이는 대로 느껴서, 그림이 가슴 속으로 '제대로' 들어올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취향은 어떤 잘잘못을 가릴 잣대도 갖다댈 수 없는 것이기에 감상자는 모름지기 자신의 판단을 떳떳하게 밝혀도 부끄러울 게 없다는 얘기다.(28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