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단비청소년 문학
강경애 지음 / 단비청소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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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출간 된지 근 백년이 된 이 책은 1931년 5월 ~ 1932년 4월 잡지 <혜성>에 연재되었다. 식민지 시대 여성의 삶의 비극성을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통해 총체적으로 그려낸 책으로 여성문제를 시대 상황과 세대 감각에 맞춰 조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삶의 결정권을 부여받지 못한 주인공 ‘옥이’가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 삶의 당당한 주체로 서 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오롯이 그려 낸 작품이다. 

 [출처 : 한국 현대 문학 대사전]

 

 

옥이 엄마 예쁜이는 아버지의 뜻으로 지주 이춘식의 첩실로 들어가지만 어린 딸과 함께 내쳐지게 되고 예쁜이 아버지는 지주에게 따지러 갔다 돌아오지 못하고 어머니와 동생도 아버지를 찾으러 갔다 돌아오지 못하자 삶의 의미를 놓아버리게 된다. 그 후 술장사를 하며 이 남자 저 남자 품에서 지내며 어린 딸을 방치하듯 하자 옆에 살던 산호주가 며느리 삼을 요량으로 옥을 데려가자 예쁜이는 야반도주하듯 달아나 버렸다.

옥이 시어머니 봉준엄마 산호주는 옥이를 친딸처럼 여기며 공부시키고 예쁜 옷 입혀가며 옥이를 키우고 옥이는 산호주의 유언처럼 봉준을 사람 만들려 뒷바라지 하며 기다리지만 봉준은 옥이의 기대를 저버리고 만다. 옥이는 주어진 삶을 꿋꿋이 이겨내며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데…….

 

 

p 144 어린 옥은 무슨 말인고 하면서도, 너무나 또랑또랑한 힘 있는 말이매 머리에 꽉 박혔던 것이다. 그리하여 항상 그는 입 속으로 그 말을 외우고 살았다. ‘믿지 마라! 남자를 믿지 마!’ 다시 한 번 외쳐 보았다. ‘얼마나 잘 아시고 하신 말씀이랴!’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든든한 의지처가 생긴 듯싶었다. 따라서 북받쳤던 설움이 가라앉고 거뜬해짐을 느꼈다.

이 말 한마디가 오늘날 옥에게는 얼마나 귀한 보배인지 모른다. ‘오, 어머님! 당신께서 남기고 가신 그 귀한 말씀을 내 가슴에, 내 가슴에 품었나이다.’그는 눈을 스르르 감았다.

한참 후에 그는 다시 눈을 떠서 앞에 놓인 과과 편지를 노려보았다. ‘흥! 몰랐다! 너희가 생각한 그런 어리석은 여자는 아닌 것이다! 시계와 반지로 인하여 일생을 버릴 그런 못난 계집은 아니다. 오! 아니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p168 시름없이 바라보던 옥은 속으로 ‘불쌍한 인간! 차라리 울 바에는 너를 위하여 울어라. 좀 더 나아가 여러 사람을 위하여 울어라! 한낱 계집애를 생각하여 운다는 것은 너무나 값없는 울음이 아니더냐!’하고 부르짖을 때 아까 본 영실의 오빠가 머릿속에 똑똑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하여 가슴속에 깊이깊이 들어앉았던 남편인 봉준이 차츰차츰 희미하게 사라지기 시작하였다.<중략> “네, 해 드리지요. 이때까지 온 것도 그만큼 제가 어리석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못난 탓이었습니다!”

봉준은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오히려 서먹하였다. 하여 이상하다는 눈길로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참말입니까?”

“네, 참말이지요.”

이렇게 대답하는 순간 답답한 토굴 속을 벗어나는 듯하였다.

 

주어진 대로 삶을 살아갈 것이냐... 나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갈 것이냐... 예쁜이의 삶은 주어진 대로 산 삶이라면 산호주와 옥이는 개척하며 살아간 삶일 것이다. 여자에겐 너무나 가혹했던 시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 여인들...

‘모두에게 누구의 탓도 아니다!‘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시대가 여인들에게 가혹한 삶을 준 것이니...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인 지금 이 시대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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