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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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를 이번에 진행된 열린책들의 독서모임 지원 이벤트를 통해서 읽게 되었다. 강의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 교재를 읽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교양 수업을 들었다면 아마도 내 학점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쉬운 책이 아니었다.

정신분석학의 입문서라고 소개된 책이지만, 나에겐 매우 전문적으로 느껴졌다. 사용하는 용어자체에 대한 거부감 뿐만 아니라 각 장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 프로이트의 의식에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이야기를 쫓아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집중하기가 힘들었고, 왜 사람들이 읽다가 포기를 하는지 알 것 같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달여에 걸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1900년도와는 달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들이 이미 보편화된 사회에 살고 있어서, 큰 틀에서 프로이트가 하고자 한 이야기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자연의 어느 한 부분에서만이라도 인과율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면,

그는 모든 과학적 세계관을 팽개쳐 버린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 p.33 <2강. 실수 행위들> 중에서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처음에는 가볍게 실수 행위들(잘못 말하기를 중심으로)에 대해, 두번째는 우리가 가장 많이 접했던 꿈에 대하여, 세 번째는 (가장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신경증에 대해서 정신분석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분석을 통해 알게된 사실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승전"성"으로 통하는 성에 대한 프로이트의 집착(?)이었다. 이 책을 쓰던 당시에도 성에 대한 논의 자체는 금기시 했다고 하는데, 그의 강의의 중심이 되는 꿈과 신경증 관련해서, 모든 것이 '성'에 대한 욕망, 소원성취로 귀결되었다. 신경증과 함께 등장하는 리비도 역시 <배고픔>과 마찬가지로 본능이 들어내는 힘을 나타낸다고 하면서도 "성적충동을 불러일으키는 힘(p.444)"으로 특정하였다. 신경증은 이러한 리비도와 자아본능간 갈등의 결과라는 것. 인간 본성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아간의 충돌에서 인간이 여전히 얼마나 '동물적'인지, 또 인간을 '자아'를 통해서 얼마나 '동물적인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지를 세삼 느끼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함께 <인간 본성>이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꿈-상징의 거의 대다수는 성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17 <10강. 꿈의 상징적 의미> 중에서

정신분석학은 신경증이 성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며, 증상들도 성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명제들을 고수

- p.452 <20강. 인간의 성생활>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식> 등을 어떻게든 설명해보려고 한 프로이트의 열정이 놀랍다. 정신분석이 임상 과학을 통한 설명은 힘들고, 사례들을 통해,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이 진행되는 경험의 과학인데, 프로이트가 이 책을 쓰던 초창기에는 그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론에 있어서도 종종 일관성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외부에서 제기되는 반론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답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 왔기에, 이제는 우리가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간에 쌓인 많은 데이터들이 우리로 하여금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의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다면, 나는 아마도 완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속에 남겨둔 나의 노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 내가 했던 고민들을 보여준다. 덕분에 비록 온라인상으로, 카톡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함께 책을 읽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문적인 내용을 떠나,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의 실수들>, <꿈>, <신경증>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의식>,<무의식>에 대해서다양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학문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은 책이었지만, 그 시대를 감안하여 지금에 와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고전이 아닌가 싶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완독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건강한 사람도 억압을 만들어 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양의 심리적 에너지를 동원한다는 것, 그의 무의식의 조직은 억압되고 아직 에너지에 의해 리비도 집중된 자극들도 은폐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리비도의 한 부분이 자아의 관할 영역에서 제외되었다>는 등의 결론을 내려야만 합니다. 즉 건강한 사람도 잠재적인 신경증 환자들이라는 것입니다. - P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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