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외로운 당신에게 건네는 생명의 메시지
박두규 지음 / 산지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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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박두규(산지니)

사흘을 미룬 후기.
'외로운 당신에게 건네는 생명의 메시지'라는 부제를 보면서 '버티는 生'이란 말에 담긴 외로움을 생각해보았다. 버틴다는 건 안간힘을 쓴다는 것, 애가 탄다는 것, 가슴이 찌르르하여 때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물게 된다는 것과 진배없는 말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받는 메시지는 어떤 것이어야 하나. 마치 해답이라도 주는 것처럼 악물었던 이를 떼고 부들거리던 주먹을 차례차례 펴게 하는 온화함이 이 책의 넘기는 페이지마다에 녹아들어있다. 아마 그것은 시인이자 자연을 아끼는 생태주의자인 작가의 면모가 빛을 발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작가의 生을 버텨준 책과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작가의 삶이 녹아든 이 한 권의 책에서 명상과 무욕의 시간을 건져올릴 수있다면 그건 덤으로 쳐도 좋겠다.

전교조 조직 활동가와 시민단체를이끌었던 이력답게 사유가 빛나는문장들 속엔 세월호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생각도 뚜렷이 밝히고 있어 가볍게만 읽히지 않는다. 물질만능주의, 경쟁주의, 개인주의, 성장제일주의, 물량주의, 속도주의등 모든 자본주의적 속성을 거부하기 위해 개인의 변혁과 사회적 연대와 공감을 얘기하는 낮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파멸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가 은연중에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불 속 하이킥만 감행하는 내게 행동하는 지성의 의미를 이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가르쳐주는 역할을 했다.

시인으로서 곁눈질하는 것을 저어하면서도 용기를 갖고 낸 에세이집이라는 머리말은 세상을 보는 욕심없는 눈과 탐욕에의 경계를 이르는 그의 본뜻을 건져올리고 나면 얼마나 무모한 표현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다만 다신 이런 책을 안 낼듯이 한번에 자신의 삶을 이 한 권에 다 담으려고 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개인적 경험을 담은 2부의 얘기들은 따로 떼내어 삶을 회상하는 수필집으로 따로 엮고 이 책은 1, 3부의 주제로 좀더 심화시켰더라면 훨씬 더 응집력을 가진 산문집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시들고 쓸쓸히 사라져가는 이 계절에 종교를 떠나 시간의 흐름 앞에서 삶과 죽음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세상에서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를 만났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남은 날 동안 어둠이 올 때마다 초파일의 등불처럼' 새길 문장을 만나서 그또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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