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2020 우수환경도서.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조혜원 지음 / 산지니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조혜원(산지니)

 내가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안 되는 SNS 친구 중에 유독 농부들이 많다. 자연 속에서 흙에다 떨구는 땀방울의 가치만큼 거두어 들이는 것에 감사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이 좋아서 번듯한 직장 뽐내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빈도로 친구 수를 늘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 조혜원 님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줄 알았다. 장수 산골로 귀촌한 지 얼마 안 된(알고 보니 5년째...^^) 젊은 귀농인, 흥이 많고 감사한 일이 많고 자잘한 것에 걱정도 많은 새내기 농부티가 철철 나는데 수시로 올리는 사소한 나물 이야기를 참 찰지게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랬던 그녀가 책을 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물론 내가 아는 저 농부 페친들은 대개가 힘든 노동의 과정을 글로 승화시키고 땀방울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게으르지 않은 분들이라 누가 됐건 어느 순간에 책을 내밀어도 이상할 게 없는 분들이긴 하다. 책이 나오면서 언론에서 말하는 그녀의 전력은 다채롭기까지 하다. 아이에게 사줬던 국어사전도, 세밀화로 유명한 그림책 시리즈도 그녀가 다녔던 출판사의 것이란다. 이런 과거를 몰랐으니 책이 나왔단 말에 더더욱 놀라울 수밖에.


 이 책은 귀촌한 산골 마을에 적응해가는 산골새댁의 전상서이자 초보 농꾼의 분투기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이 조직과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로망이 되기도 하지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생각처럼 녹록한 일일 리 없다. 숱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기쁨을 중히 여기고 자연에서 주어지는 것들에 감사하는 자세가 참 남다르게 다가왔다. 최소한 씨 뿌리는 만큼은 거두어야 한다고 욕심을 낼 만도 한데 그녀의 생활에는 그런 일반적인 욕심이 없다. 김장용으로 심은 배추를 다 파먹은 배추속벌레를 잡아내면서도 죽이지 않고 던져버리고 ‘망사배추’가 탄생한 데 대해 허탈해하지 않는 것을 보고 욕심 없이 주어지는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그녀를 행복으로 이끄는 힘이란 걸 알았다. 땀과 힘을 더하는 데에도 이익이 남지 않는 생산활동에 대해서 무척 화가 날 법 한데도 작가는 그런 여지없이 기쁘고 즐겁다. 꽃을 따고 덖어 꽃차를 만들고 쑥을 뜯어 데쳐 갈무리하면서도 생각은 내내 주변사람들에게 나눌 것을 생각하고 그 마음으로 즐거워한다. 이웃에게 얻은 음식을 어떻게 보답할까를 궁리하며 한 발짝씩 농꾼이 되어가는 그녀의 삶은 더 말하지 않아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분명하다.


 농사짓는 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이사간 후로 나는 자식으로서보다 +1의 노동력으로 기능했던 것 같다. 성실하며 꾀를 피우지 않으며 웬만한 어른 하나랑 맞먹는 절대적 어린 일꾼, 그때는 그래야 사랑받는 것인 줄 알았다. 절대로 농사꾼한테 시집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 시절의 비장했던 결심이 뜻대로 이루어져 나는 도시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팍팍한 아스팔트적 생활을 하다보니 아쉬워지는 대목이 한둘 아닌 삶이 되어가고 있다. 더 쫓기고 더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구덩이에서 늘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퇴직 후만 바라고 사는 현대인에게 전원에서의 삶이 또다른 로망이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귀촌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행간에 깃든 그녀의 땀과 눈물과 한숨을 엿보면 말이다.


 그래도 사계절 나물밥상을 차리는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생태주의를 실천하며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그녀의 삶을 지지한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된다. 그녀처럼만 산다면 말이다. 된장 담고 메주 띄우는 그녀의 ‘청산별곡’이 내내 씩씩하게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얄라.


#이렇게_웃고_살아도_되나

#산골아낙의_청산별곡

#지식인의_귀촌은_실수투성이

#그래도_배워가는_삶이_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