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프리즘 총서 12
찰스 테일러 지음, 정대성 옮김 / 그린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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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철학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 라는 책소개답게, 초기작 정신현상학부터 논리학, 역사와 정치철학, 절대정신(예술 종교 철학)까지 헤겔철학 전체를 평이하지만 핵심 문제의식을 유지하며 상세히 해설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당대까지의 역사를 정신의 자기실현이라는 실과 변증법이라는 바늘로 빈틈없이 누벼낸다. 정신현상학은 '정신'이란 용어 땜에 심리학인줄 알았더만 택도 아니더만ㅡ이런 오해 나만이 아니고 많이그런갑더라. 스피노자의 실체로서의 신과 비슷한 우주정신, 예수나 붓다가 가르친 보편정신, 자연과 인간의 역사에서 발전해온 정신적 가치, 이념 등 역사적 객관적 공동적 실재를 의미하지 개인적 정신 심리를 얘기하는게 아니다. 즉 정신현상학은 한마디로 절대정신의 진화론격이다. 물질- 동물 -의식 -자기의식 - 순수이성 - 절대이성으로 진화하는 정신이 역사에서 어떻게 개별의지-일반의지-보편의지(인륜성,우주정신)로 발전해가는지 고대에서 당대의 프랑스혁명까지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역사와 정치철학 및 절대정신 편에서는 방대한 체계와 사료, 논쟁으로 정신현상학의 골격에 풍부한 살을 입힌다.
그러니까 정신현상학은 헤겔철학 전체의 서론격인 셈(근데 30대 나이에 썼다는 서론격이라는 책이 역사상 가장 난해한 철학서라니..).
이 책은 두께와는 달리 의외로 잘읽힌다. 번역도 정말 잘됐고, 700p넘게 보는 동안 오탈자 하나 못봣다. 책을 읽다보면 드라마를 보는것 같다. 동일 구조의 다른 소재인 드라마? 민주정의 고향 그리스 폴리스에서 태어난 '정신'이 로마제국에서 소외와 좌절(스토아주의)을 겪고 유대에서 시련받다가 그리스도에서 절대정신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고대편. 게르만 봉건제에서 왕, 성물, 교회(개별인간, 사물)로 외화된 정신이 종교개혁때 다시 보편정신(루터의 성서)으로 회복한 중세편. 근대철학에서 다시 개별화한 정신(계몽주의)이 프랑스혁명 때 일반의지로 발전, 공포와 공허를 경험하고 있는 중인 헤겔 당대편... 정신의 정립, 외화, 보편정신으로의 귀환이라는 유명한 공식으로 모든 역사와 철학사를 풀어내니 꽤 신기하다. 저렇게 나선형으로 발전하는 정신사도 그럴듯하고.. 특히 헤겔은 루소 등의 계몽주의의 원자화된 개별자의 윤리학과 급진적 자율성을 내세운 칸트 철학의 형식적이고 공허한 보편주의의 한계를 사회와 공동체라는 보다 높은 차원(특수성)에서만 극복될 수 있음을 보여 인륜성(보편정신의 윤리학) 회복이라는 과제에 한발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잇게햇다. 이것이 헤겔의 가장 큰 문제의식이자 유산이라고 한 것은 드라마적으로도 일관성있고 시의성도 적절하다.
왜냐면 이는 헤겔의 가장 위대한 상속자라는 맑스도 상속못하고 퇴행한 부분이기 때문인데, 그의 휴머니즘은 계몽주의를 벗어나지 못하여 자유를 여전히 '인간'의 자유로, 의지를 '인간'의 의지로, 역사를 '인간'의 실현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결과는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공허한 전체주의, 맹목적 생산주의 역사였다. 헤겔은 '인간'이 아니라 우주를 정립하는 우주적 정신의 사유와 의지가 주체라고 한다(수케일이 이쯤은 되야쥐ㅎㅎ)... 그렇다고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정신이라고해서 그것이 원인이라거나 의식적 계획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인간은 정신의 그릇이기에 그들의 행위는 무의식에 가깝고 절대정신의 실현은 결과로서만 알려질 뿐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소위 선각자나 혁명가들-당대에는 자코뱅파-에 의해 계획되거나 앞당겨질 수없는 이유이고,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녁에 난다는 헤겔의 유명한 경구가 경고하는 바다. 절대정신은 이성의 간지, 간교한 지혜로 배후에서 작동하고 결과로서만 알려진다고 한다. 진화론, 무의식맹키로?? 역쉬 어렵군...
우얗든... 노동은 물론 인권 인종 종교를 넘어 전지구적 생태위기까지 파국적으로 치닫는 현재상황은 단지 관념론이라고 무시한 헤겔의 절대정신을 긴급히 요청하지 않는가? 이것이 저자가 광대한 헤겔의 대지를 파헤치며 천페이지나 넘게 기록한 알곡일 테니까.
주요 읽을거리
ㅡ헤겔의 부정변증법과 죽음 부활의 기독교 교리의 유사성
ㅡ낭만주의의 감성와 표현주의의 통일성을 결합한 헤겔철학
ㅡ시민사회와 이성이 실현된 국가의 형태
ㅡ프랑스대혁명이 공포정치로의 필연적 귀결, 그 반복으로서의 파시즘, 전체주의 등 일반의지의 정치체들
ㅡ절대정신 세가지 형태- 예술 종교 철학 및 이들의 역사
등등
풍성하고 깊고 넓은 사유의 세계를 여행하기에 간만에 좋은 책이다.
암튼 소시적에 헤겔이란 말만들어도 머리가 띵햇던분들, 나처럼 정신이 절대적으로 빈곤하여 돈과 먹는거외는 관심없엇던 분들께 해독제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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