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 동남아시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이상국 옮김 / 삼천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미아>
씨족 부족사회에서 국가로의 이행은 철기시대에 이미 끝나고 이후의 모든 역사는 국가의 역사이며 그것은 필연이라서 법칙이며, 보편이어서 진리라고 배우고 믿어온 우리 국가인들에게 이런 책은 꽤나 심사를 뒤튼다.
모든 부족, 소수민족들은 진즉에 다 국가에 복속되고 기껏 몇몇 원시 부족이 산이나 사막, 습지나 스텝에서 국가와는 무관하게 석기시대의 수렵채집의 가련한 생활을 해왔다고 믿어왔고, 따라서 그들은 역사가 아닌 오직 인류학적 시선으로만 관찰되어왔다.
이 책은 이 모든 기존의 국가인들의 믿음을 뒤집는다.
지구상 모든 소수 부족, 종족들은 고대인 또는 원시인들이 아니라 국가의 대립항이며 국가만들기와 국가 팽창의 목격자이며, 저항과 도피와 자유의 결과이며 국가의 거울이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그속에 갇혀 전체상을 보지 못하는 국가의 모습을 이들을 통해 넓고 깊게 조망할 수 있는 셈이다. 국가는 왜 그렇게 집요하게 인구를 관리하는지, 영토에 집착하는지, 권력과 위계를 문자(문화)화 하는지 등등의 통치에 관한 유서깊은 내막은 그 어떤 사료보다도 국가로부터 도망쳐나온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가장 진실에 가깝지 않겠는가?
'조미아'는 산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
동남아시아의 벼농사 중심의 평지국가가 강요하는 신민(노예)화, 세금, 부역, 징병, 전염병을 피해 산으로 달아나 비국가 사회를 이룬 '야만'인, 산악부족민들을 가리킨다.
(식민시기 전까지)중국 남부에서 인도차이나를 거쳐 북인도에 이르는 유럽대륙에 맞먹는 광대한 산악지대에 1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2천년 넘게 살아왔다. 이 책은 이제는 강력한 근대국가에 의해 포획되버린 그들의 이야기다.
변방 거주, 물리적 이동성, 화전 경작, 유연한 사회구조, 비정통 종교, 평등주의, 문자없음, 구술 문화...등 산악민들의 특징은 원시성의 표지가 아니라, 국가 발생을 억제하고 국가의 포획에 대항하여 자치와 자립을 향한 국가바깥 사람들의 정치적인 전략이라는 주장.
국가의 정주성, 경직성, 집중성, 혈통성, 계급성에 산악민의 이동성, 유연성, 분산성, 잡종성, 평등성이 대립한다. 전자의 일반화된 노예화와 노동과 노인성에 후자의 자율과 활동과 젊음이맞선다. 역사를 가진 사람들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한다면, 이 책은 역사 없는 사람들의 '국가'에 대항한 역사라 할 수 있다(클라스트르). 이로써 우리는 좀더 국가를 상대화해 볼 수 있고 그만큼 더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책이 두껍지만 반복이 많아서 쉽게 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