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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에릭 라인하르트 지음, 이혜정 옮김 / 아고라 / 2010년 2월
평점 : 
에릭 라인하르트의 작품 신데렐라는 616페이지의 꽤나 묵직한 분량의 책이다. 게다가 편집 자체도 가독성이 높지 않은 터라 책을 펼치고 얼마간은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다. 주인공들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애쓰며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주어진 활자들을 읽어가며 애써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중간 이후부터는 어느정도 속도감이 붙게 되었다는 것. 물론 그 속도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손에 들고 있어야했지만.
신데렐라에는 제목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여자 주인공이 아닌 4명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각각의 남자주인공들의 4개의 단편이 눈에 보이는 연결 고리 없이 엉켜 전개되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어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소설들의 주인공은 저마가 어느 연결고리들을 갖고 그 연결고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설의 중심 축을 이루는 것에 반해 이 소설은 서로 만나지도 않고 친분 관계도 없는 주인공들과 그들 주변 인물들(그러나 주인공들을 이어주지는 않는)의 이야기라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4인 모두 각자 너무 개성이 강해서 한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도 소설 한권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개성의 4인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이 책은 이렇게나 두꺼운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욕망과 계급의 한계 그리고 좌절, 도피, 운명 등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는 알겠으나 이 책은 작가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모호함을 넘어서 것 같다. 주인공들의 개인사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결국 이 사회의 모순에서 비롯 된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것은 소설이 아닌 현실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랄까.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불편함이 아닌 필력의 부족에서 오는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