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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타 왕조현
유경선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책소개를 보고
세 여자가 시련을 겪고 힘들어하다가 새로운 남자들을 만나 여러가지 사건들에 휘말리지만 결국 달콤한 사랑을 한다! 가 주 내용일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 같은 시기에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책을 손에 들었다.
32세 예쁜 듯 평범한, 열정도 능력도 고만고만한 영화 홍보 팀장 왕조현.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게 착하고, 평범하게 바르고, 열정이 샘솟다가도 푸욱 꺼지기도 하고 NO를 못해 끌려다니기도 하는
정말 나 같고 내 친구 같은 캐릭터였다.
오래 사귄 현태라는 남자 친구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의 한마디에 또 다시 고민하고
작은 친절에 오해하는 것은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수많은 실수와 망신 속에서도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
그리고 어느 순간 감정을 깨끗하게 정리해버리는 쿨한 모습이.
막돼먹은 후배를 자기 방식으로 길들이는 모습이.
멋지기도 했다.
P 309
부끄러움은 다소곳함을 만들었다. 이놈은 그걸 잘 아는 인간이다. 당당한 팀장에서 난 수줍은 규수로 돌변하고 있었다.
그녀의 감정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왕까칠 싸가지긴 하지만.
내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하고 꾹꾹 화를 눌러참다가
어느순간 그의 매력에 빠져 버린다.
P 255
불과 몇 분 전까지 그토록 현태를 그리워했던 내 마음은 지금은 민혁을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민혁이 돌아오면 내 모든게 치유될 것 같은 느낌.
현태에게 미련을 못버리고.
현태 역시 자신에게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고 착각하다가.
그가 다른 여자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목격하게 된 우리의 처량맞은 왕조현.
심지어 맨발로 흙을 느끼고 싶다는 나름 로맨틱한 생각을 하고 있다 유리를 밟게 되고.
아프지만 그 순간 키스하던 현태에게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건물로 쩔뚝쩔뚝 뛰어오고...
그 때 그 건물 안에서 그녀를 보게된 민혁.
피우고 있던 담배를 집어던지고 그녀에게 뛰어와 입고 있던 후드티를 발에 묶어준다.
감정이 뿜어져나오는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현태에게서 민혁에게로 넘어간다.
우유부단 전 남자친구에서 왕까칠 내 배우 민혁에게로.
P 260
지금까지 30년을 넘게 살면서 10년을 넘게 자는 것에 소비하고, 무언가 먹고 싸는데도 5년 정도는 족히 썼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저 '주저하느라' 시간을 보내왔다.
고민하고 망설이고 포기하고 후회하고...
이제 그게 싫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난 취기를 빌려 하고픈 말을 하기로 결정한다.
신데렐라처럼 자신이 벗어두고 왔던 신발을 찾아온 민혁까칠왕자에게
그녀는 무언가 망설이고만 있던 말을 하고 싶어 하는데...
나 역시 27년을 살면서 9년은 자고
먹는데는 솔직히 5년 이상 썼을 것이다.
그리고 주저하고 망설이고 아픈 기억 되씹으며 후회한 시간도 그 쯤 되지 않을까?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캐릭터들이 순간 순간 너무 나같고 너 같아서 이고.
왕조현이 하고 있던 일이 내 첫 직업과 같은 홍보여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엉뚱한 사고를 치고 상상을 하는 주인공이 시트콤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져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결국 장민혁은 장동건이 아니었고.
한류스타와 친구하기로 한 그녀에게 한류스타는 32송이 장미 꽃을 사 주었고.
현태의 언제든 전화하라는 문자를 쌍콤하게 지워버렸고.
그래서 좋았다.
그냥 우울할 때 한바탕 웃게 해 주는 소설.
엄청 이뿌고 완전 똑똑하고 화끈 불붙는 사랑을 하고 그저 능력이 흘러넘치는 사람들만 가득할 것 같은 생각에
괜한 열등감을 가지고 산다면.
이 책을 통해 나같은 왕조현이 있다.
그냥 그런 것을 느끼고.
웃으며 책을 덮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