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마신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08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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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시인의 시집, '붉은 열매를 가진적이 있다' 에 이어,두 번째로 구입한 시집이, 이번에 새로 나온 '그림자를 마신다' 이다.

표지의 색감이 강렬하다. 노을이라도 한 잔 들이켰는지  시인의 얼굴이 온통 붉다.속지도 붉고 속지 안의 그도 다시 붉다. 시집 속의 속지를 뜯어내어 누군가에게 응축된 그리움의 편지 몇 줄 써갈기고 싶은 허기가 몰려오는 이 새벽에, 나는 그의 시집을 펼쳐든다.

그의 시는, 시든 잎을 다 따낸 후의 화분 속 식물처럼 정갈하게 서 있다.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 있는 시..... 어떤 소재들을 정했을 때, 그 소재에 따른 본질을 끌어와서 정곡을 찔러넣은 시가 바로 이윤학시인의 시일까... 그의 시들은, 명징한 의식으로 '그곳'의 사물을 '이곳'으로 선명하게 옮겨놓는다.

이름하여, 뚫어지게 응시하는 것인데, 내 표현으론, 끊임없이 지켜보기 혹은 바라보기, 또는 깨어있기이다. 깨어있지 못하면, 치렁치렁 장식을 많이 달게 될 것이다. 속이 비어 덜거덕거리는 말많은 장식물들. 여기저기서 뽑아온 화려한 깃털을 꽂아놓고 도취당하는 이들에게 이윤학시인의 시들이 어쩌면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홀로 고요한 날, 시침소리가 밤을 다 삼키며 지나가는  어떤 시간의 갈피마다 한 편씩 음미해보시라. 가슴 깊은 곳을 공습해오는 그의 시어들 때문에 별안간, 시집을 덮고 몸을 웅크리게 될 것이다. 매복병처럼 깔린 억센 가시에 가슴을 쿡쿡 찔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윤학시인의 시들은 사물의 본질에 정곡을 찔러넣은 시이다. 그래서 읽어내려가다가 예리한 칼날에 스친듯 가슴을 움켜잡게 된다.

수없이 많은 말을 쏟아붓지 않아도, 공감과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시집은 보여준다. 시인은 이 순간에도, 세상을 깊이 응시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의 제 본연의 모습을 찾아주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을 것이다.  가장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써 말이다.

그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젊고 뚜렷한 의식으로 이 세상을 꿰뚫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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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를 날려줘 어른을 위한 동화 20
이윤학 지음, 엄택수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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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혹은 쉰 살이 다 되어서도 혹독한 생에 끌려다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세상살이에서, 이 책 속의 꼬마 주인공인 콩새의 의지는 무척이나 강인하다. 가족이 해체되어

일곱 살난 여자아이 홀로, 이 집 저 집 친척집에 맡겨져 사는 가운데서도, 콩새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짓밟는 것들에 맞설 줄 안다. 일찍부터 마음의 눈을 틔워 사물을 바라보며

속깊은 대화를 나눌 줄도 안다. 가난하고 고달픈 삶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임을 받아들일 줄 안다.

난폭한 세상에 방목된 콩새의 찢긴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워주는 외할머니와 외삼촌의 따스한 보살핌이

콩새의 정신을 건강하게 지탱시키고도 있으나, 늘 불편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친척집을 떠돌게되는

콩새의 삶은 진정 아프다.  그러나, '누구에게라도 나를 맡겨놓지 않겠어!' 라고 옹골차게 말하며 질척한 삶

을 이겨가는 여자아이의 성장기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고통스러웠던 생을 반추하며 다시 마음속으로 외

치게 될 것이다. "다시는 누구에게라도 나를 맡겨놓지 않겠다.!" 라고.

어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인간은, 열 일곱에 이미 세상의 아픔과 이치를 알게 된다고.

콩새는,  인간은 일곱 살에 이미, 생의 슬픔과 행복을 꿰뚫게 되었노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이 동화가 독자들에게, 시련에 끌려다니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가는, 그리하여

생을 감사함으로 끌어안으며 긍정적으로 살아낼 줄 아는, 작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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