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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평점 :
금요일 저녁 퇴근길.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평택역에 내리자 광장에서 쿵짝쿵짝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백화점에서 무슨 행사를 하나보다 하고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이름을 알 수 없는 가수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무대 배경에 [의자놀이] 라고 크게 붙어 있었다. 어! 쌍용자동차?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했다.
무대 앞에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 유가족 및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흥에 겨운척하는 모습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흥에 겨울수가 없겠지… 하면서도 딱히 내가 도울만한 것이 없어 돌아서는데, 한쪽 구석의 희미한 등불 아래에서 언손을 호호 불어가며 공지영 작가가 책에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해주신건지 무척 추워보였다. 얼른가서 책을 한권 사가지고 사인을 받았다. 공지영 작가는 밝게 웃어주었고, 작가 옆에 서 있던 젊은 학생들이 “고맙습니다!”를 합창했다. 겨우 책한권을 산 것 뿐인데, 과분한 인사를 받은 듯 해 약간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와 그들의 유가족 이야기를 담은 [의자놀이]는 그동안 뉴스나 귀동냥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고, 충격적이었다.
읽는 내내 한숨이 나왔고, 불쑥불쑥 분노가 일어 책장을 잠시 덮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쌍용자동차가 중국으로 넘어갔고, 불법으로 기술유출을 했다는 소리까지는 들었지만, 다시
인도의 마힌드라사라는 회사로 팔렸는지는 몰랐다. 중국의 상하이차가 턱없이 싼 가격으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도 모자라 노조와 약속한 추가 투자나, 금융대출, 해고자 복직등의 약속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기술만 쏙 빼간후,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자 또다시 헐값에 인도의 마힌드라사로 팔아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자 중국의 비열한 상업수단과 그것을 방임한 우리나라 현 정권에 분노가 치밀었다.
게다가 새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마힌드라사는 상하이차와 노조간의 계약은 자기네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지킬의무가 전혀 없다면서 모릐쇠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2011년 쌍용자동차는 정상기업으로 되살아나 금융위기 이전인 1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고 한다. 추가 고용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되지 않았다. 현재 마힌드라사도 상하이차와 비슷한 궤도를 거치는 기술유출이 의심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쌍용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대기업이었다. 한때 쌍용의 자동차 ‘코란도’와 ‘무쏘’는 지프자동차의 대명사이자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동차의 전형이었다.
이런 기업을 헐값에 중국으로 팔아버리고, 멀쩡한 정규직/비정규직 직원 2,646명을 정리해고 하도록 내버려 두고, 기술유출도 눈감아 줬을 뿐 아니라, 한술 더 떠서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이 헬기를 동원한 최루가스 살포와 무자비한 구타 진압을 하도록 내버려둔 정부는 과연 누구의 정부란 말인가!
또한 전문용역을 사서 파업 노동자를 가차없이 공격하고, 한때 같이 일하던 동료들을 앞세워 농성자들에게 테이저탄이 장착된 새총을 쏘게까지 한 회사의 조치는 우리나라에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낚싯바늘처럼 생긴 테이저탄은 한번 맞으면 순간적으로 5만 볼트의 전류가 흘러 사람을 마비시킨다고 하니,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21세기에 들어 세계화의 흐름에 휩쓸리다보니 국경이 없어지고, 외국의 자본이 물밀듯이 밀어닥쳐 우리나라를 점점 잠식해가고 있는 위기감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오늘날 한국의 은행 대부분이 외국으로 팔리지 않았는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도 어느새 흐지부지 되었고, 쌍용자동차는 부당매각이라는 것 자체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이고 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팔려 나갈지,
그로인해 우리의 순진한 노동자들은 또 얼마나 희생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인지,
또, 우리정부는 그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빤히 쳐다보기만 할 것인지, 아니 혹 돕지나 않을런지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유약하고 힘없는 나 한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마는 이러한 사회적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고, 동참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열심히 쫒아다녀 보려 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돌연사 및 자살한 23명의 쌍용자동차 임직원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