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의 형식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빌어서 쓰여졌다. 실제 릴케처럼 편지를 주고받은 대상은 없지만, 저자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중 한명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가정하고 그 학생에게 쓴 편지방식이다. 

단지, 기본적인 형식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전개방식이나 사상도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총 열여덟편의 편지 중, 첫번째 편지에서 저자는 회의주의자라는 정의부터 어떻게 내리는 것이 젊은이들에게 적절할지부터 고민하고 있다.  당시 영국의 언어로는 정확하게 설명이 부족하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반대파(dissident)’라는 용어가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하고 조언해준다.

그리고, 바로 뒤를 이어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가져야할 회의주의자의 삶인지를 조언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모두가 유죄라고 단정지은 한 무고한 사내의 억울한 일을 무죄라고 변호하고 나선 에밀졸라의 사례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례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원래 편하게 읽고자 했던건 아니지만, 내용은 역시 어려웠다.  그리고, 저자가 영국인이라 그런지 동양사상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동양의 명상에 대하여 비판적인었는데, 달라이라마는 거의 미친 사람 취급을 해서 눈살이 조금 찌푸려지기도 했다.  마치 회의주의자들은 절대로 명상이나 평화, 마음의 평온 같은 것은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저자가 동양을 좀 더 이해심을 가지고 보지않고, 일부분만을 가지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는 이론들에 치여 우왕좌왕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화끈하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많이 해준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라는 말이나, 아무리 달콤한 이야기라도 비이성을 경계하고, ‘초월적인 경험을 주장하면서 젊은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복종하라고 말하거나 자신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이들의 말에는 귀를 틀어막으라는 조언은 귀가 번쩍 뜨일만큼 멋진 말이다.

또한, 사상과 원칙의 공개적인 충돌만이 사안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으며, 따라서 고통없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여 그대 가슴에 존재하는 대의명분과 변명을 늘 조심하라!  남들이 그대에게 맞춰 살아가길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그대 또한 남에게 맞춰 살아가지 말라!는 외침에는 속이 다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천천히 다시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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