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 아빠의 안전한 육아
김현종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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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만으로 책의 거의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 아빠.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곳곳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안전 사고에 대한 상식은 물론 위급시 보호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이 담겨 있겠다.

“이 책을 통해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다쳐서 병원에 오는지, 그렇게 병원에 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도 아이들이 가급적 다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예방을 할 수 있을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10쪽)

8살 터울의 오누이를 키우고 있다. 고백한다. 내 안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시건방진 마음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음을. 그래서 처음에는 건성건성 휘리리릭 읽고 덮었다. 일침을 가한 건 첫째다. “그렇게 대충하면 안 돼!” 어느 날,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둘째가 카시트를 완강히 거부하는 거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 그냥 품에 안았다. 그랬더니 첫째가 내게 한 말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녀석에게 냅다 고함을 질렀다. “내가 알아서 해!” 알아서 하기는 개뿔. 나는 도착할 때까지 둘째를 안고 있었다. 이 무슨! 자존심 아니 똥고집도 부려야 할 때 부려야지 말이다. ‘아이를 안고 차를 타는 동안 사고가 나면 아이는 어른의 에어백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랬다.

“아이의 안전 습관을 만드는 일은 타협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봅시다. 정말 ‘아이가’ 힘들어해서 카시트를 ‘못 쓰고’ 있나요? 혹시 아이가 아직 적응을 못해 보채고 우는 것을 보는 ‘내가’ 힘들고 귀찮아서 ‘안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103쪽)

그날 밤,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앎과 삶의 일치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 법. 개인의 각성은 물론 각고의 노력에 더해 제3의 눈, 감시자가 있다면 완벽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인데, 요즘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예전에 비해 몇 배는 강력한 눈빛으로 나를 관리 감독하려 드는 큰 녀석 때문(덕분)에 ‘안전한 육아’ 영역에서 만큼은 앎과 삶의 일치를 구현하고 있다.

책은 안전 육아를 기치로 일상 곳곳의 상황을 제시하며 이미 알고 있지만 안 하고 있는 것,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들을 조목조목 알려 준다. 어르고 달래듯 조근조근 친절하게, 나즈막이 타이르기도, 단호하고 엄중하게 경고하기도, 막 고레고레 고함을 지르며 혼내기도 한다. (느낌표를 찾으면 된다.)

그동안 미처 몰랐기에 평소에 놓치거나 챙기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고 보완할 수 있었던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카시트

“대부분의 카시트는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햇볕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강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좀 차이는 있지만 대략 5~6년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사고 이력’이 없는 카시트인지 꼭 물어보세요. 사고로 충격 받은 적이 있는 카시트라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보호 능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05쪽)

나이와 체중에 맞는 카시트를 사용했다 자부했다. 허나 중고사이트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카시트였다. 사고 이력은커녕 얼마나 썼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마침 주니어 카시트로 바꿀 시기라 완전 유용.

#119

“119의 주요 업무는 아니지만 급한 경우 구급 요원에게 간단한 의학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구급대원들과 함께 일하는 ‘지도의사’라는 분들과 통화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 결과 상황이 급박하다면 바로 구급대 출동을 요청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119의 주 업무가 ‘상담’은 아니니 일반적인 의학 상담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192쪽)

“119는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돈을 내지는 않습니다. 간혹 남용하는 분들이 있어서 문제가 되지만, 아이가 아파 119를 부르는 것을 주저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199쪽)

아픈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기도 직접 운전을 해서 병원으로 가기가 힘든 적에도 119 도움을 받을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몰랐던 것이 큰 이유겠지만 좋은 이웃이 곁에 있고, 그간 일촉즉발의 위급하고 위중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소아응급실

“야간에 아픈 아이를 위해 365일 연중무휴로 밤 12시까지 진료를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어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그 수가 많지는 않기에 관련 사이트(moonlight.e-gen.or.kr)에서 미리 근처 달빛어린이병원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확인해두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집 근처에 소아응급실이 있다면 이곳도 미리 알아 두세요. 아무래도 일반 응급실보다는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한결 편안하고, 역시나 소아청소년과 전담 의사가 상주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92쪽)

그래서 검색했다. 시흥, 용인, 일산, 평택에만 있다. 안양에는 없다. 하지만 소아응급실은 한림대성심병원, 샘병원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책은 마지막으로 반드시 배우고 익혀둬야 할 응급처치를 안내한다. 익히 들어왔던 것이나 과연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정확히 실행할 수 있을까. 안내된 응급처치만큼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이라면 이유불문 누구나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응급조치겠다.

#심폐소생술
‘중단없는, 강하고 빠른 가슴 압박’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충분한 깊이로 가슴 압박을한다. 환자가 움직이고 숨을 쉬거나 교대해줄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 까지 쉬지 않고 계속할 것!

#자동심장충격기
자동심장충격기 작동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일단 전원을 켜고, 이후 과정은 자동심장충격기 음성 지시를 차분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하임리히법
‘뒤에서 안고 복부를 밀어 올린다’ 가 기본 지침이다. 하지만 연령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시행 방법이 다르니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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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다시 읽는다. 에필로그가 없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프롤로그를 읽는 건 나의 버릇이다. 프롤로그 제목이 눈길을 잡는다. ‘아이가 안전한 세상은 부모로부터 시작합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마음이 저릿하다. 다시 마주한 노란빛의 4월. 부모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시작되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고 말았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어딘가 데거나, 떨어져서 혹은 부딪혀서 다친 아이들을 만납니다. 아직 움직임과 주의력이 여물지 못해 다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다친 이유들을 듣다 보면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곁에 있던 어른들이 조금만 주의를 했으면 응급실에 오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9쪽)

나는 이 글이 너무 아프다.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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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서 시작된 안전한 육아의 바통이 온전하고 완벽하게 사회와 국가에게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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