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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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항상 '성'에 대해 말하기를 부끄러워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수치스러운 일이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로도 수치스러운 것으로도 칭해지지 않는, 아예 없는 것 으로 여겨지는 건 어떨까. 장애인의 섹스, 자위, 더 나아가 그들이 아이를 갖는것. 그런것들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그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표방하여 자유롭게 섹스하는 걸 생각할 때 우리는 이상한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생각해 볼 필요도 없던 문제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며 '그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막막해질 것이다.

비장애인으로 태어나 장애인의 삶을 상상할 필요가 없던 이들도 이건 들어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의 성과 관련해 아는 것이라곤 장애인의 자위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중증 장애인이 섹스를 경험하기 위해 성매매 업소를 찾아가는 독립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 당시 이러한 이야기를 두고 엄청난 논쟁이 이루어졌는데 논쟁은 장애인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만 남긴 채 소멸되었다.

저런 사안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전에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있지 않았을까? 그것은 표면적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층위의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저자가 직접 겪고 들은 일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제시하고 또 한가지 방향이 아닌 여러방향을 제시하여 독자에게 생각을 가꿔나가게 끔 하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부분에 격한 동의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나의 신념과 맞지 않은 부분도 분명 있었고,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말해지지 않는 것과 말해지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우리는 계속해서 말해야 하며, 말해짐을 통해 장애인의 성이라는 문제는 '암흑의 나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거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다양한 변모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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