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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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SF 명작 <굿바이, 욘더>의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굿바이, 욘더>는 이 년 전 죽은 아내의 정신이 남아 있는 가상의 공간 '욘더', 그 공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다가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현실과 가상 공간이 섞인 미래의 모습과 지금과는 달라진 죽음의 방법에 대한 상상력이 더해진 SF 소설로 티빙에서 이준익 감독, 신하균, 한지민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바이앤바이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의 아바타, 아니 이후가 내게 남기고 간 그 잔재, 그 잔향을 만나러. 피치의 방 사람들이 말했듯 학습을 통해서든 무엇을 통해서든 그것을 키워볼 작정이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모여 노는 그 놀이터에 발을 들인다.

p.94

이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에게서 "여보, 나 여기 있어. 다른 데 가지 않았어. 나를 만나러 오려면......"이라는 홀로그램 메시지를 받는다. 그 남자 '홀'은 죽은 아내의 기억 전체가 옮겨져 있다는 가상공간 '욘더'에 대해 알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와 재회한다.

브로핀이라는 헬멧을 통해 뇌를 다운로드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학습을 통해 죽은 자들이 살아있는 가상공간 욘더라는 설정이 굉장히 기발했다. SF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현실과 가상공간이 절묘하게 섞여 미래에 가능할 법한 세계관을 보여줘서 충분히 설득되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거기 갈 거야. 어떻게 해서든. 당신이 나를 초청해줘도 되고, 그야 아마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꼭 길을 찾아낼 거야. 당신에게 가서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해. 그때에도 내게 눈이란 게 있을까? 당신에게 가서 당신과 함께 있을 거야. 더는 병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되고, 영원히, 행복하게!(...)"

pp.214-215

이 책의 장르는 SF, 판타지임과 동시에 로맨스다. 사랑하는 사람이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은 한 남자의 슬픔과 그리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남자는 쉽게 믿을 수 없지만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세계를 알게 되고, 그 사실과 가까워지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은 욘더로 가기 위해 죽음까지도 결심하는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라면?'이라는 질문과 함께 사후 세계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자라나질 않잖아. 내가 아무리 젖을 먹여도 늘 그대로야. 어디가 아파서 날 애타게 하지도 않고 안을 때마다 조금씩 더 무거워지지도 않고. 그러니까 여기 욘더는 사실 살아있는 것이 아니야. 영원한 죽음이지."

p.323

남자가 죽음을 선택하고 욘더에 가게 되면서 결말이 궁금했다. '불멸의 가상 공간이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의문의 생겼기 때문이다. 부부는 현실에 없던 아이 지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아내 이후는 위와 같은 의문과 함께 힘들어한다. 사실상 욘더는 물리적인 죽음만 없을 뿐, 진정한 삶은 아니라고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그렇듯, 결국 작가는 불멸이 행복하지 만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 아내의 죽음 전 자신의 기억을 남기려는 결정이 남은 남편을 욘더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든 모습을 볼 때, 나의 행복과 천국이 모두의 행복의 공간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minyesroom/22292978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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