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 디지털 지능
박유현 지음, 한성희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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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조두순 사건을 접한 저자는 어느 날 나영이의 사진과 미성년 여자아이의 음란 광고가 동시에 게재된 온라인 뉴스 페이지를 접하게 된다. 당시 임신 중이던 저자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이 사건으로 아이들이 인터넷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음을 깨닫고 인폴루션(정보 공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디지털 미디어 산업 분야의 시니어 애널리스트이자 컨설턴트였던 저자는 이 사건 이후 인폴루션 제로 운동을 시작하고 DQ연구소를 설립한다. 이 책 <DQ 디지털 지능>은 DQ가 이 시대에 왜 중요하며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윤리라는 화두를 제기하는 책이다. DQ라는 국제 표준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 하는 스토리가 흥미로웠고, 저자가 정보 공해에 피해 입은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사이버불링 등 아동의 디지털 위험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시작하고 행동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당신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운전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지금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릴지, 오른쪽으로 돌릴지, 아니면 당신이 죽을지 결정해야 한다. 왼쪽으로 돌리면 한 엄마와 아기가 죽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여러 명의 노인이 죽는다. 당신은 어떤 윤리적 선택을 하겠는가?

pp.39-40

위는 유명한 윤리적 딜레마이다. 이 상황에 대응하는 알고리즘이 장착된 자율주행차에 타고 있다면, 알고리즘의 결정으로 발생한 죽음에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물음에 긴 생각이 이어졌다. 오늘날에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윤리와 가치를 함께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질문이었다. 윤리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험이 될 수 있는가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그런 알고리즘을 모른 채 이미 기기를 선택하거나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진정한 교육이란 아이들이 바깥세상에서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보고 상상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52

저자가 리더십 과정으로 이스트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버라이어티 보이스앤드걸스 클럽 센터 중 한곳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 클럽의 책임자 크리스는 이 센터가 여러 갱단이 활동하는 동네 한가운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갱단에 들어갈 거라고 말했다. 저자가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묻자, 크리스는 아이들이 여기를 벗어나서 한국과 같이 어디든지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을 한다. 그가 어렸을 적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유일한 직업이 갱단의 조직원이 되는 길밖에 없는 작은 동네를 벗어나기만 하면, 인생에서 다른 길과 다른 기회가 많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가 이전에는 교육이 좋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경험으로 진정한 교육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가장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우리는 거짓, 폭력, 조작 등을 보면서도 그에 관련해 정신적 통증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최소한 무엇이 우리에게 이로운지, 무엇이 우리를 해하는지 정도는 스스로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p.290

이 책은 여덟 가지 디지털 시민의식에 대해 소개한다. 개인 디지털 보안 관리를 위해 여러 보안 위험을 경계하고 디지털 발자국에 신중함을 더하는 등 하나같이 중요한 시민의식이었지만, 그중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비판적 추론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리터러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하고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는 '참여할 줄 아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유익한 정보도 많지만 가짜 뉴스나 위험한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것도 점차 무감각해지다 보니 때로는 이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나에게 이로운지조차 구분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가 있다. 쉽게 접한 정보일수록 경계심을 갖고 비판적인 사고로 현명한 디지털 시민이 되어야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minyesroom/222749498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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