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복합시다 - 102세, 긴 삶의 여정 뒤에 기록한 단상들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김형석 교수는 100세가 되면서 <조선일보>에 '김형석의 100세 일기'를 연재했다. 그 전반부가 2020년 <백세 일기>로 출간되고, 이번에는 후반부 글과 발표되지 않았던 글들을 <우리, 행복합시다>에 모아 냈다. 백세 일기라니.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책이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기우였다. 다른 책과 비교해도 쉽게 읽히고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음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이다. 저자가 탈북해 6.25를 겪고, 도산 안창호 선생과 헬렌 켈러의 수업을 들은 이야기는 지난 한 세기의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현시대에 있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로 작은 역사 책을 본 기분이다.

나도 때가 되면 지팡이를 짚고 걸으면서 "늙으니까 두 다리로는 모자라 셋이 되었습니다"라고 농담할 용기가 있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p.42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라던가 '마지막 모임이 되었다.'라는 말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책이 있었나 싶다. 혼자 남은 저자의 심정은 어떨까 싶어 잠시 우울해졌다 이내 담담해진다. 이상하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에서 왕성히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저자의 모습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이 들고 죽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냥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쓰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면 나이듦과 죽음에도 농담할 여유를 가질 때가 오려나.

돈과 수입을 위해 일할 때는 피곤하고 일이 힘들기도 했는데 일의 가치를 찾아 일했을 때는 일을 사랑하게 되고 피로와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 또 다른 변화로, 일의 가치와 평가가 달라졌다. 얼마나 수입이 늘었는가는 묻지 않는다. 무슨 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는가를 찾게 된다.

pp.194-196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놀라웠던 사실이 100세가 넘은 저자가 지금까지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요즘은 정년 이후에 일하지 않으면 노년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긴 시간을 지속하며 오히려 더 왕성히 활동할 수 있다니. 내가 생각했던 노년의 모습을 많이 비껴 나갔다.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처음에는 저자도 생계를 위한 일을 했다. 혼자의 수입으로 열 명의 식구들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돈이 목적이 되어 일했던 시기다. 안정기에 들어설 무렵, 삼성그룹의 강연과 지방에 있는 600명의 선생님들을 위한 강연이 겹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는 일의 가치와 보람을 찾아 일하기로 선택한다. 요즘에는 돈을 쓰더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그것을 나누며 일하는 것이 저자가 나이 들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정의는 사랑에 의해 완성된다. 인간다운 행복과 완성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가 있다. 현관에서 불필요한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바로 정의의 신발이다. 신혼부부도 누가 옳으냐고 계속 따지게 되면 이혼을 한다. 재산을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권리 주장을 하는 동안은 가정의 질서와 행복은 사라진다.

p.210

한 목사가 예배시간에 수수께끼 하나를 남긴다. 문제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무엇인가'이다. 저자는 정의를 답했지만 정의는 2등을 하고 사랑을 답한 상급생이 1등을 했다고 한다.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가정에 빗댄 저자의 글을 보니 정답이 정의가 아니라 사랑임을 그제야 수긍했다. 흑백 논리에 갇혀 여러 답을 아우르지 못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못할 때, 가정의 불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삶과 사랑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행복한 기운이 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minyesroom/2226396852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