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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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읽기 좋은 책을 발견했다. <안 느끼한 산문집>의 저자이자 <놀라운 토요일>, <SNL 코리아>, <인생술집>의 방송작가 강이슬의 신작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이다. 운전, 수영, 채식, 방송일에 입문하면서 겪었던 당황스러움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초보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다정한 응원이 담긴 책이다. 저자의 감정 표현이 다소 오바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저자 특유의 솔직함과 긍정 마인드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운전 에피소드는 겁이 많고 면허가 없는 내가 운전 연수를 받는 양 감정 이입하며 재밌게 읽었다. 올해에는 책도 많이 읽고 운동에도 많은 시간을 쏟아볼 생각이다. 작게라도 꾸준히 해서 올 한 해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가볍고 유쾌한 글로 올해의 시작을 응원받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궁금함이랄지 후회보다는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구나' 깨닫고 포기하는 쪽이 훨씬 명쾌하다는 걸 알았다. 후회를 안 하는 방법에는 '끝까지 잘하기'도 물론 있지만 '일단 해보고 미련 없이 포기하기'도 있었다. 나에게는 '포기'도 성과였다.

p.106

막연히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제과제빵이었다. 이유조차 단순한데 어렸을 적부터 워낙 빵순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빵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첫 회사를 다닐 때가 되어서야 취미로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한때는 직업으로도 관심이 있었지만, 학원을 다닌 후에는 그런 마음을 접어두게 되었다. 수업은 재밌었지만 더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웃긴 이유인데 아무래도 빵을 많이 먹게 되었고 소화가 잘 안되고 난생처음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약 직업으로 삼는다면 신제품 개발을 제외하고 같은 레시피로 같은 품질의 빵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 내게는 지루함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3개월간의 짧은 취미 생활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갓 만든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지금까지 잊지 못할 정도이니 수확은 있었다. 또 막연한 궁금함, 배우지 못한 아쉬움이 사라졌다. 이때 하고 싶은 일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면, 가볍게라도 경험해 보고 스스로 선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비건 이야기로 칼럼을 게재하고 책을 쓰는 이유는 비건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얕보길 바라서이다. 비건계의 만만한 예시가 기꺼이 되고 싶다. 과거의 나처럼 비건이란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존재일 거라고 오해하고 비건 세계에 발 들이길 주저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쟤 같은 위선자도 비건 지향을 한다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pp.153-154

식탁마다 배치되어 있는 메뉴판엔 내가 논비건 초밥 대신 비건 초밥을 먹음으로써 열 명의 물 생물을 살렸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식탁 위에 오르는 대신 바다에 남은 그들이 가꾸어갈 지구의 생동을 상상하며 비건은 뭔가를 덜어내는 게 아닌 덤으로 얻어가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p.157

<놀라운 토요일>의 작가인 저자가 음식을 소개하며 일과 비건 지향이라는 신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비건 지향을 포기하지 않고 그 세계를 소개함에 주저함이 없다. 비건,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도덕은 둘째치고 어떻게 완벽하게 채식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에 부담을 느껴 절대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과 이 문장을 읽으면서 채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비건은 다양한 음식을 못 즐기니 음식의 즐거움이 줄어드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비건 초밥이나 사실은 반도 모르고 있었던 채소의 다양한 맛과 식감을 알 기회를 가지는 일이기도 함을 깨달았다.

맨 처음 너 계단 내려갈 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무섭다고 기어코 안기려는 너를 딱 내려놓고 '잘한다 이슬이 잘한다' 하고 박수를 짝짝짝 쳐주니까 네가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짝짝짝 치면서 '이슬이 잘한다' 하더니 한 발 두 발 내려가는 거여. 걱정 말고 이번 주말에 내려와. 아빠가 옆에서 박수 쳐 줄랑게. 너도 너한테 박수를 쳐주고. 걸음마 하듯이 배우면 돼.

p.237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10년 동안 무서워서 미뤄온 운전을 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만난 두 선생님은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못할망정 감대로 해야지라며 채근하거나 유튜브는 보고 온 거냐고 물으며 핀잔을 준다. 우여곡절 끝에 저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하지만 다시는 운전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런 저자를 아빠가 다정하게 응원하는 문장이다.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 느껴져 몇 번을 읽어도 가슴 한구석이 찡하다. '아이가 걷기까지는 수천 번 넘어진다.'라고 했던가. 누구나 초보의 시절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초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 사이 수없이 넘어지겠지만, 언젠가 수없이 넘어지다 걷게 된 그때, 초보의 시절을 기억한다면 또 다른 초보의 길도 잘 걸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떤 일의 시작점에 있다면 이 책이 저자에게 아빠가 했던 응원처럼 다정한 응원이 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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